최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임직원 및 협력업체에 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16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에 대주주 MBK에 대한 규탄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홈플러스의 소상공인 정산을 위해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출연 액수는 공개하지 않는 등 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김 회장은 18일로 예정된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도 출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과 정치권에서는 "진정성 없는 임시방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4조 자산가 김병주…사재 출연 액수엔 '침묵'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이하 노조)는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병주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가 심각해지고 국회의 출석 요구, 국세청 세무조사, 노동조합의 반발 등 사회적 압박이 거세지자 마지못해 사재 출연이라는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고려아연 등 지속적으로 다른 기업 인수(M&A)를 추진하고 있는 점을 문제 삼으며 "즉각 모든 기업 M&A 행위를 중단하고 홈플러스 정상화에 집중할 것"을 촉구했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국민 여론이 악화하자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부랴부랴 (사재 출연을) 발표한 것 아니냐"며 "고려아연 분쟁 등 이후 진행될 사업에 불똥이 튈까 봐 여론 달래기용으로 발표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것도 투자라 여기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경영 실패를 인정하고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충분한 사재 출연과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연합뉴스
미국 시민권자인 김 회장은 전형적인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201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주로 해외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34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MBK는 그의 영어 이름 'Michael Byungju Kim'의 약자다. 지난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추산한 김 회장의 자산 가치는 97억 달러(현재 환율 약 14조 원)에 달한다.
업계선 1~2조 주장…金, 내일 국회 불출석 통보
최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임직원 및 협력업체에 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16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현재 홈플러스의 금융부채는 약 2조 원 규모로 현금 창출 능력만으로는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최소 1조 원에서 2조 원 상당의 사재를 출연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순운전자본(Working Capital)은 -8753억원이다. 기업이 영업활동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의미하는 순운전자본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1년 안에 현금으로 유입되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결국 정상화의 첫 단추인 순운전자본을 플러스로 돌려놓기 위해서라도 최소 1조원을 긴급 수혈해줘야하는 상황이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약 2조 7천억 원의 차입금을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는 상당한 금융부채를 떠안았고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
여기에 인수 이후 차입금 상환을 위해 홈플러스의 핵심 부동산 자산을 매각했다. 잘 나가는 점포를 더 키우려 하기 보다 자산을 최대한 비싸게 매각하는 데 주력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과 관련해 사태의 전말을 파악하기 위해 김 회장 등을 오는 18일 현안 질의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MBK의 투자가 완료된 개별 회사(홈플러스)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사유서를 제출하며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내일(18일) 국회 정무위 현안 질의에 김병주 회장이 출석하지 않으면 여야 합의를 통해 그에 상응하는 형사·행정적 책임을 묻고, 필요하면 MBK에 대한 집중적인 질의를 다시 준비하겠다"고 경고했다.
홈플러스 측은 김 회장의 사재 출연 등과 관련해 "현재 소상공인 채권 지급에 필요한 소요 금액을 추산 중에 있으며, 집계가 완료되는 대로 주주사와 실무협의를 통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소상공인들의 채권 지급을 완료함으로써 소상공인들의 불안과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금 지급과 관련해서는 "지난 14일 오전 기준 상거래채권 지급액 총 3400억원에서 오후에 약 110억원이 추가로 지급이 이루어짐에 따라 17일 오전 현재 총 상거래채권 지급액은 3510억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