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로 들어가는 DJ 번즈. KBL지난 12일 대구에서 열린 프로농구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안양 정관장의 정규리그 경기 4쿼터는 과열 양상을 보였다. 거친 몸싸움, 감정 다툼이 계속 됐고 테크니컬 파울들도 나왔다. 양팀 사령탑이 작전타임 때 차분해질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경기가 차분하도록, 선수들이 승부에만 집중하도록 돕는 역할은 일정 부분 심판진의 몫이기도 하다. 그날의 경기 운영은 분명 어수선했다.
13일 수원에서 개최된 고양 소노와 수원 KT의 경기를 두고도 시끌시끌 하다.
소노의 외국인 선수 DJ 번즈는 4쿼터 리바운드 경합 도중 자신의 치아를 잃었다. 문정현과 경합하는 과정에서 얼굴을 맞았다. 고의는 아니었다. 그러나 위험했다. 번즈는 경기 후 치아가 빠진 얼굴 사진과 피가 묻은 유니폼 사진을 올리며 '파울이 아니라고, 하하(no foul haha)'라는 글을 적었다.
KBL은 올 시즌 심판 판정을 두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선언했다. 소프트콜, 하드콜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쓰지는 않았다. 농구 경기가 몸과 몸이 부딪히는 스포츠라는 인식의 틀 안에서 변화는 시작됐다. 특히 공과 상관없는 지역에서의 몸 싸움은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치아가 빠지고 피가 날 정도의 몸 싸움이 코트에서 벌어진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소노의 케빈 켐바오가 돌파를 시도했다. 그와 몸을 가깝게 붙어 따라가는 KT 수비수는 팔 하나를 켐바오의 상체 앞 부분에 붙여놓고 밀면서 견제했다. 돌파 동선 근처에 있던 다른 KT 수비수는 팔로 켐바오의 팔뚝을 쳤다. 노 파울. 켐바오는 방방 뛰었지만 곧바로 백코트를 할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달라진 판정 규정 아래 드리블 혹은 돌파하는 선수를 대상으로 손을 마구 쓰고 공이 아닌 팔이나 팔뚝 등을 치는 행동들을 보고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KBL은 작년 11월 미디어를 대상으로 심판 설명회를 개최했다. 1라운드가 끝난 시점에서 달라진 판정 규정의 적용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KBL은 오심 자료들을 공개했고 현장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고 개선해야 할 부분은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열린 마음, 열린 자세처럼 보였다.
당시 KBL은 심판이 휘슬을 불지 않은 오심의 35%, 휘슬을 분 오심의 50%가 과도한 손 사용에서 비롯됐다며 "교육할 때 핸드 체킹과 손 사용 반칙에 대해 계속 교육시키고 있다"고 했지만 뚜렷히 개선되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또 KBL은 설명회 당시 달라진 기준으로 인해 경기가 과격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선수들이 어느 정도 선에서 휘슬이 안 불린다 하면 더 강하게 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어 그 부분은 분명 관리돼야 한다. 향후 큰 접촉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격해질 때는 U파울 검토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속공 때 손이 공을 향하는 반칙에 대해서는 U파울을 불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그 파울이 과격해질 때가 있어 앞으로 손이 공을 향해도 과격할 경우에는 U파울을 주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후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한국가스공사와 정관장의 신경전. KBL지난 11일 울산 경기의 막판 승부처 때 서울 삼성의 이정현이 돌파를 시도했다. 현대모비스의 서명진은 돌파를 막지 못했고 이정현을 뒤에서 두 팔로 안으며 심판 쪽을 바라봤다. 반칙으로 끊겠다는 의사의 표현으로 보였다. 그리고 반칙이 맞았다. 그러나 휘슬은 불리지 않았고 중심이 흔들린 이정현의 어이없는 슛 실패로 상황이 넘어갔다.
이후 이정현은 상대 반칙을 당하자 공을 코트 바닥에 강하게 내리쳤다. 표정에는 불만이 가득 했다. 현장에 있는 팬들로서는 눈쌀을 찌푸릴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그 이전 상황을 정확히 지켜봤다면 조금은 납득이 가능한 상황이기도 했다. 이정현은 화가 많이 났다. 결국 이정현에게 돌아간 건 테크니컬 파울이었다.
판정 기준이 달라지면서 오랫동안 KBL 선수들의 문제 중 하나였던 '헐리우드 액션'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이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면밀히 검토할 때다. 이제 프로농구 포스트시즌이 다가온다. 피지컬한 정도가 정규리그와는 비교가 안 되는 무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