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냉정히 말해 챔피언결정전도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규리그 1위라지만 천운이 닿았고 상대 팀들에 부상이 많았다. 다른 4강 조 경기들을 보면서 쉽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도 올라온 만큼, 우리는 디펜딩 챔피언이니까, 거기에 준하는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준비를 잘해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
이는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음에도 4위 청주 KB스타즈와 5차전 혈투를 펼쳤던 아산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이 남긴 말이다. 1위 팀 감독이 이렇게 말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챔피언결정전은 우리은행과 정규리그 2위 부산 BNK의 대결로 압축됐다. BNK는 3위 용인 삼성생명과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최근 여자프로농구를 돌아보면 정규리그 1위 팀이 기세를 몰아 챔피언결정전까지 제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100%는 아니었다. 누구보다 우리은행이 잘 알고 있다. 우리은행은 작년 결승에서 1위 KB스타즈를 꺾었고 2021년에는 정규리그를 제패한 우리은행이 챔피언결정전에 아예 오르지도 못한 사례가 있다.
올해는 정규리그 1위로서 느끼는 위기감이 매우 크다. 정규리그 개막 이전에 우리은행을 포스트시즌 진출 후보로 여기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수많은 선수들이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김단비의 압도적인 활약과 특유의 단단하고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정규리그를 제패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은 자신이 절대 강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김단비는 "반대편 조는 멤버들이 좋고 우승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우리는 정규리그 1위라는 생각을 안 하고 우리대로 해왔다. 무조건 우승하겠다는 생각은 안 하고 있다. 챔프전은 오히려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남들이 안 된다고 할 때 그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순위만 놓고 보면 2위 BNK가 도전장을 던지는 모양새 같지만 우리은행 선수단이 느끼는 감정은 이처럼 정반대다.
WKBLBNK에는 우리은행의 간판이었던 박혜진이 있다. 정규리그 베스트 5에 이름을 올린 김소니아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안혜지와 이소희가 지키는 백코트도 강하다. 스타 파워는 오히려 우리은행보다 낫다는 평가다.
박혜진은 이적 첫 시즌에 챔프전에서 친정 팀을 상대하게 됐다. 우리은행 왕조를 건설했던 베테랑 박혜진의 진가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빛을 발했다. 평균 득점은 9.6점으로 아주 높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게임의 흐름을 읽는 노련한 수비, 경기 운영 등으로 BNK의 결승 진출을 이끈 주역이다.
박정은 감독이 지휘하는 BNK에게도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도전이다. BNK는 지난 2023년 창단 후 처음으로 결승 무대에 올랐지만 우리은행의 벽에 막혔다. 홈 코트 어드밴티지는 상대에게 있지만 BNK는 2년 전의 아쉬움을 달랠 기회를 잡았다.
BNK는 아시아 쿼터 선수인 이이지마 사키까지 강력한 주전들을 앞세워 여기까지 왔다. 우리은행과 마찬가지로 5차전 혈투를 치른 만큼 체력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물론, 베스트 5의 힘이 그만큼 압도적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은행은 김단비의 체력이 걱정이다. 4강 5경기에서 평균 37분 이상을 소화했다. 그래도 시리즈 막판 심성영, 박혜미, 스나가와 나츠키 등이 분발하면서 김단비의 부담을 덜어줬고 팀 전체가 자신감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