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팩과 비슷한 가방에 넣은 보조배터리에서 시뻘건 불기둥이 치솟고 있다. 김혜민 기자 보조배터리 화재 위험을 우려해 항공기 내 반입 절차가 강화된 가운데, 보조배터리는 강한 충격이나 과충전 등에 의해 순식간에 열과 압력이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드러났다.
12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소방재난본부 훈련탑 앞.
보조배터리를 과하게 충전하자 표면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더니, 곧바로 실처럼 가느다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퍽'하는 소리와 함께 보조배터리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내부 온도는 460도까지 올라갔고, 배터리가 완전히 불에 타 검게 변하기까지는 2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번엔 물리적 충격을 가하는 실험이 진행됐다. 보조배터리에 300kg 상당 강한 충격을 가하자, 1~2초 만에 폭발하며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또 발열 상황을 가정해 배터리 내부 온도를 260℃로 올리자, 화학반응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600℃ 이상 고온이 발생하며 화염에 휩싸였다.
이날 소방당국은 실험을 통해 과충전, 강한 충격, 발열 상황에서는 보조배터리에서 단시간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여기에 더해 안전한 배터리 보관방법을 마련하기 위한 실험도 진행됐다. 보조배터리를 비닐 가방에 넣었을 경우, 주변 가연물에 의해 주변으로 가스가 방출되는 등 화재 위험은 증가했다.
반면 방화복에 쓰이는 아라미드 소재로 만든 방화팩에 보조배터리를 보관하니 800℃까지는 팽창 현상이 관측되지 않았다. 온도를 더 올려도 흰 연기만 뿜어져 나올 뿐 불길은 발생하지 않았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항공기 탑승 시 충격을 방지하고 주변 가연물에서 분리하기 위해 보조배터리를 비닐팩에 넣어 들고 타는 방법이 권고되고 있지만 화재 발생 시 금방 타버리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며 "실험에서는 자체 제작한 아마리드 방화팩 사용이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소방대원이 열폭주 현상이 일어난 보조배터리에 소화기를 분사하고 있다. 김혜민 기자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이날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항공기 내에서 보조배터리 열폭주 발생 시 대응 방법을 제시했다.
우선 보조배터리가 팽창하면 즉시 승무원에게 알리고 배터리를 물통에 담가 냉각해야 한다. 열폭주가 이미 진행됐다면 방독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소화기를 이용해 화재 확산을 막아야 한다. 또 화재 예방을 위해 보조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지 않고, 여러 개를 동시에 휴대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항공기 내 보조배터리로 인한 화재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연방항공청에는 587건의 리튬배터리로 인한 사고가 보고됐다. 국토교통부 집계 결과 국내에서도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13건의 사고가 발생해 체계적인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