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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체포' 두고 국정원 1·2인자 치열한 공방…되짚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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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심판의 날이 임박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그날 밤 비상계엄은 모두에게 '악몽'으로 각인됐다. 12·3 내란 사태의 시작부터 치열했던 헌재 변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쟁점들이 떠올랐다. 그 과정에 '오명'으로 남을 헌정사 최초의 기록들은 수두룩 쓰여졌다.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기억해야 할 주요 장면들을 되짚어본다.

[임박한 尹 심판의 날]④기억해야 할 장면들
국정원 1인자 패싱한 尹, 2인자에 "싹 잡아들여"
홍장원, 메모지에 이재명·한동훈 등 정치인 적어
홍 "공관 앞서 메모"-조 "CCTV 보면 달라 거짓"
홍 "혼자 썼다면 누가 믿겠나"-조 "메모 4종류"
보고 여부에 "명예 걸고 아냐"→"듣긴 했다" 번복

조태용 국정원장(왼쪽), 홍장원 국가정보원 전 1차장. 윤창원 기자조태용 국정원장(왼쪽), 홍장원 국가정보원 전 1차장. 윤창원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내란 수괴' 尹이 쓴 불명예 기록들…수두룩한 '헌정 최초'
②'미리 알았다면'…수상쩍었던 尹, 물밑엔 비상계엄 준비
③비상계엄 핵심 도구였던 軍…폭로와 침묵 '두 동강'
④'정치인 체포' 두고 국정원 1·2인자 치열한 공방…되짚어보니
(계속)

'12·3 내란사태' 당일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도 숨가쁘게 돌아갔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국정원에 내려진 지시는 다름 아닌 국내 여야 정치인 체포였다. 국정원 2인자인 홍장원 전 1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그의 증언을 막아선 건 1인자인 조태용 국정원장이었다. 조 원장은 통화 당사자가 아니었지만 홍 전 차장이 메모한 '체포 명단'에 의문을 제기했다. 급기야 국정원 내부 폐쇄회로(CC)TV까지 확인하며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요 쟁점으로 꼽히는 '정치인 체포 지시'를 놓고 국정원 1, 2인자가 벌인 공방을 짚어봤다.


尹, 1인자 아닌 2인자에게 "싹 잡아들여"


계엄 당일 윤 대통령의 선택은 국정원 2인자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해 "1~2시간 뒤에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으니 전화기를 잘 들고 대기하라"고 지시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인 오후 10시 53분에는 홍 전 차장에게 "봤지? 비상계엄 발표하는 거.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국정원에도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까 방첩사를 지원해"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대통령이 체포 대상자를 일일이 언급하진 않았지만 홍 전 차장은 정치인으로 이해했다. 윤 대통령이 지원하라고 지목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자신에게 정치인 이름을 줄줄이 나열했기 때문이다.

홍 전 차장은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여 전 사령관이 불러준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14~16명의 이름을 적었다.


CCTV도 언급…조태용 "홍장원 거짓이라 생각"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윤창원 기자조태용 국가정보원장. 윤창원 기자
홍 전 차장의 '메모'는 공방의 대상이 됐다. 보좌관을 통해 정서(正書)를 시킨 사실이 알려지며 오염 가능성이 제기됐고, 메모를 작성했다고 주장한 시각에 홍 전 차장이 국정원 본관 현관을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측도 적극 반박했다. 방첩사를 지원하라는 건 정치인이 아닌 간첩 검거 임무였으며, 대통령이 원장이 아닌 차장에게 계엄 사무를 맡기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공방의 중심으로 1인자인 조 원장도 뛰어들었다. 그는 정치인 체포와 관련해 윤 대통령과 통화한 당사자가 아님에도 홍 전 차장의 메모를 의심했다.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은 (당일 밤 10시 58분쯤) 국정원장 공관 앞에서 메모를 썼다고 주장했지만, 그는 당시 국정원 청사 사무실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홍 전 차장의 증언에 대해 "거짓이라고 생각한다"고 단정지었다.

조 원장은 CCTV 기록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고, 실제 국민의힘이 공개한 국정원 CCTV 속에서도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과 통화했다고 밝힌 시각에 공관 앞이 아닌 국정원 본관 현관을 들어가고 있었다.

홍 전 차장은 기억의 오류를 인정했다. 그는 탄핵심판 10차 변론에서 "(메모를 적은 게) 관저 앞 공관 공터라고 생각했는데, 기억을 고증하니 여 전 사령관이 처음 체포자 명단을 불러주겠다고 한 것이 공터에 있는 밤 10시 58분이었다"라며 "명단을 받아 적은 것은 사무실이었다"고 밝혔다.


'메모 오염' 가능성에 홍장원 "혼자 썼다면 누가 믿었겠나"

발언하는 홍장원 국가정보원 전 1차장. 연합뉴스발언하는 홍장원 국가정보원 전 1차장. 연합뉴스
조 원장은 메모의 오염 가능성도 제기했다. 보좌관의 정서를 거치며 4개의 버젼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여 전 사령관과 통화하며 작성한 메모 외에도 보좌관에게 정서시킨 것, 계엄 다음날 보좌관의 기억대로 새롭게 다시 쓴 것, 여기에 홍 전 차장이 가필한 것까지 4개라고 주장했다.

조 원장은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이같이 설명하며 "이렇게 되면 홍 전 차장이 설명한 뼈대가 사실과 다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홍 전 차장은 10차 변론에 다시 증인으로 출석해 가필 논란을 하나씩 반박했다.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체포 대상자를 들으며 적은 1차 메모 △급하게 적느라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어 보좌관에게 정서를 지시한 2차 메모 △다음날 보좌관에게 기억나는 대로 작성해보라고 지시한 3차 메모 △3차 메모에 자신의 기억을 더한 4차 메모 등을 제시했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이 해제됐지만 방첩사에서 비상계엄 기간에 왜 이런 사람들을 체포하려고 했는지 궁금증이 있었다"며 "명단에 관심을 가져봐야겠다고 해서 나름대로 메모해서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만들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보좌관에게 정서를 시킨 이유는 "만약 혼자 썼다면 누가 믿었겠느냐"라며 "정보기관 특성상 뭘 들으면 메모하거나 기록하는 게 습관"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인 체포 지시는 홍 전 차장만 받은 게 아니다. 조지호 경찰청장 역시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관련 명단을 들으며 위치추적 요청까지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 청장은 계엄 당일 삼청동 안가에서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 등 체포 명단이 담긴 문건을 받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조태용 "명예 걸고 아냐"→"듣긴 했다" 번복


두 사람은 체포지시와 관련된 보고 여부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일 여 전 사령관과 통화 이후 오후 11시 30분쯤 조 원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정원장에게 딱 네 문장을 말했다"며 "대통령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원장께서 해외출장을 나간 줄 알고 1차장인 저에게 전화하신 것 같다. 대통령께서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한다. 방첩사에서 (이재명, 한동훈 등) 이 사람들을 잡으러 다닌다고 한다"라고 증언했다.

홍 전 차장은 "그러자 조 원장이 '내일 얘기합시다'라고 말했다"며 "내일 얘기할 사안인가 싶어서 '최소한의 방향과 업무 지침을 주셔야죠'라고 했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가버렸다"라고 설명했다.

당초 조 원장은 자신의 명예를 언급하며 관련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월 국회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해 "(홍 전 차장이) 체포 지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12월 3일 날 밤에 원장인 나한테 보고하지 않았다는 말을 내 명예를 걸고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국조특위에서 "보고를 받긴 받았다"고 말을 바꿨고, 경찰 조사에서도 "(홍 전 차장이) '방첩사가 이재명, 한동훈을 잡으러 다닐 것 같다'는 말을 과시하듯이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 체포 메모의 신빙성은 결국 헌재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홍 전 차장의 메모는 탄핵심판의 쟁점이다. 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 44조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국회 측이 주장하는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 중 하나다.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는 이르면 이번주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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