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거장이 남긴 지혜 '이어령의 말'[책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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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지성, 이어령의 마지막 통찰
3주기 어록집 '이어령의 말'이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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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지성인이자 문화사상가였던 이어령. 그의 사상과 철학을 집대성한 유고집 '이어령의 말'이 그의 3주기를 맞아 출간됐다. 이는 단순한 어록집이 아니다. 그가 평생 탐구했던 인간, 문명, 예술, 언어, 종교, 창조 등의 본질을 아홉 개의 장으로 나누어 담아낸 깊이 있는 기록이다.

작고하기 7년 전쯤부터 수백 권의 저작 중 '이어령 말의 정수'라 할 만한 글을 추려 한 권으로 엮기를 바랐던 고인의 유지가 담긴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말한다. "마음이야말로 정신의 인덱스인 것이다". 이어령은 언어와 사고, 감성의 연결을 중시하며, 말이 단순한 표현을 넘어 문명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했다. "말이 곧 사고이며, 사고가 곧 문명이다"라는 그의 말은 우리가 쓰는 언어가 곧 우리의 사고방식과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의미


그는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를 남겼다. "세상은 늘 죽을 만큼 괴로운 것들을 넘어서야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는 말은, 고통을 넘어선 곳에서 비로소 새로운 삶이 열린다는 그의 통찰을 담고 있다. 그는 또한 "생의 추위를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다"라며, 인생의 시련을 통해 사랑을 깨닫고 성숙해진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우리가 남기는 흔적과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 그것은 잠든 것을 일깨운다는 것이며, 멀리 있는 것을 가까이에 다가서도록 하는 것이며, 침묵하는 것을 말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의 말처럼, 우리가 기억되고 불린다는 것은 존재의 본질적인 의미와 연결된다.

이어령이 강조했던 창조와 혁신의 개념은 새롭게 조명할 가치가 있다. 그는 "창조는 단순한 발명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잇는 과정이다"라고 말하며, 진정한 창조는 단절이 아닌 연결의 과정임을 역설했다.

이는 디지로그(Digilog) 개념과도 연결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를 강조했던 그는, "왜 아침은 이렇게도 아름다운가. 아직 그 빛 속에 어둠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저녁노을은 왜 이렇게도 아름다운가. 다가오는 어둠 속에 아직 빛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모든 것은 이분법적인 대립이 아니라 균형 속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보았다.

세계사 제공 세계사 제공 

창조는 단절이 아니라 연결 …조화를 이루는 삶의 태도


이어령은 삶을 바라보는 태도 또한 균형과 조화를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옳고 그름을 논하기보다, "여러분들은 물이냐 불이냐가 아니라, 물과 불 사이에 둔 솥처럼 상극하는 두 가치를 하나의 인터페이스로서 아름답게 갈등과 대립을 막아주는, 조화하는, 솥과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말은 우리가 단순히 한 가지 가치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가 생전에 강조했던 문화의 중요성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문화가 없으면 경제도 없다. 문화는 곧 국가의 힘이다"라고 말하며, 한국이 문화적 경쟁력을 통해 세계 속에서 차별화될 수 있음을 예견했다.

그는 문화의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한 인물이었다. 1990년 대한민국 초대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되어 전통문화와 현대문화를 조화롭게 발전시키는 정책을 펼쳤다. 그의 문화 철학은 한국이 문화 강국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

'이어령의 말'은 단순한 어록이 아니다. 그의 질문을 통해 독자 스스로 사유하고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의 메시지는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 철학적 지침이 된다.

그가 남긴 말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시대를 초월한 지적 유산으로 남아,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 다시 질문을 던진다.

1933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이어령(1933~2022)은 한국의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이자 작가, 언론인, 문화사상가로 활동하며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1956년 '우상의 파괴'로 문단에 등장해 한국 문학과 비평의 지형을 바꾸었으며, '흙 속에 저 바람 속에'(1963) '축소지향의 일본인'(1982) 등을 통해 문화 비평과 한일 비교문화 연구에 기여했다. 문화부 장관 재임 시 '문화의 시대'를 선포하며 문화 정책을 수립, 한류(K-Culture)의 기초를 다졌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국립국어원 창설 역시 초대 문화부 장관 이어령의 공이다. 또한, '디지로그'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을 강조하며 미래 사회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4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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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OGLEWP4E2025-04-04 08:38:30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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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지는 왜맨날 쏘니와 톳넘악동매드 쓴을 같이 쓰는지모름. 매드 쓴이 쏘니한테 패스를 잘않하고 골욕심만 많음. 옜날 쏘니가 10분헷트릭한 레스터시티가 강등당하면서 뭐싸듯 톳넘한테 버리고간 매드 쓴. 결국톳넘 강등당할위기에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