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5일 개장한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 박정민 기자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재임 당시 추진했던 레고랜드 테마파크 등 춘천 하중도 개발사업이 전, 현직 강원지사의 최대 악재로 전락하고 있다.
18일 강원지역 24개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 등이 참여하고 있는 혈세낭비 레고랜드 중단촉구 범시민 대책위원회는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레고랜드 사업 특수목적법인 중도개발공사를 강원개발공사와 통합하려는 강원도의 구상에 반대 의견을 냈다.
강원도는 춘천 레고랜드 사업을 추진하다 막대한 부채를 안게 된 특수목적법인 중도개발공사를 또 다른 지방공기업 강원개발공사에 통합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강원개발공사는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한 기반시설인 평창 알펜시아 사업 추진으로 1조원대 빚을 떠안고 수년간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은 전례가 있다.
지난 13일 강원도는 강원중도개발공사 정상화 방안으로 파산, 존속, 강원개발공사와의 영업양수도 등 세 가지 안을 두고 검토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중도개발공사가 파산할 경우 도는 하중도 토지 및 대위변제금 상실, 부채, 국외배상 등을 포함해 4천억원 이상의 재정 손실이 불가피하고 존속 시에도 중도개발공사에 1800억원 상당의 도 재정투입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강원개발공사와 통폐합할 경우 인수사업 추진자금 마련을 위한 500억원 규모 출자만 이뤄지면 하중도 사업재개가 가능해진다고 전했다.
하지만 강원도가 중도개발공사 보증채무를 갚기 위해 제공한 대위변제금 2050억원은 어떤 방안을 선택해도 돌려받을 수 없다. 지방공기업평가원 기준에 따라 강원개발공사가 중도개발공사를 인수하려면 법인가치가 흑자 상태여야 한다. 현재 적자 상태인 중도개발공사의 재무구조를 개편할 유일한 방안은 대위변제금 2050억원 채무 조정뿐이라는게 강원도의 입장이다.
정광열 강원도 경제부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어떤 안을 선택하건 2050억원은 갚아야 할 부채였고 현재로선 당장 회복할 방법이 없다. 다만 영업 양수도 안으로 가는 것이 향후 2050억원에 대한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합리적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춘천 레고랜드 등 춘천 하중도 개발 사업 특수목적법인 강원중도개발공사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정광열 강원도 경제부지사(왼쪽). 연합뉴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중도개발공사와 강원도개발공사의 합병안은 명확한 해결책이 없는 당장의 파산을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이며 강개공까지 '공멸'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향후 도민의 혈세를 투입해 중도개발공사가 보유한 모든 부채를 탕감하고 수천억 원의 추가 혈세를 투입해 합병을 진행한다고 해도 중도 레고랜드사태를 막기 위한 어떠한 해결책도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도에서 제시한 3가지 방안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중도개발공사가 파산 시 투입금액은 '최대로 계상'하고 합병 시 비용은 최소로 계상하여 합병만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내세운 것이다. 가장 커다란 문제는 합병 시 500억 원만 투입해 합병이 진행되면 중도 토지의 온존한 존속과 기존의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강원도민과 의회를 기만하는 행위이다. 중도개발공사와 강원도개발공사의 합병이 진행되려면 첫째로 2018년 8월 체결된 '레고랜드 권리의무변경동의안'에 따라 멀린과의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이나 이와 관련 집행부는 이제까지 아무런 입장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설령 멀린의 동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합병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1400억원 이상의 현금성 혈세 투입과(신협채무 310억원 이상, 선사유적공원 및 유물전시관 400억원 이상, 부지계약파기로 이한 변제금 600억원 이상 등) 2050억원의 대위변제금을 모두 탕감하고도 강원개발공사에 2천억원대 중도 토지를 조건 없이 출자해야 하는 것으로 사실상 5천억 원이상의 강원도 부담이 투입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각적인 여론 수렴과 피해 최소화 노력도 부족했다는 의견도 냈다.
"우리 대책위는 최문순 도정이 불공정 계약을 연장하던 2018년 권리의무변경동의안 체결 시 발생할 문제를 근거로 제시하며 불공정계약의 파기와 원점재검토를 요구해왔다. 우리가 우려했던 모든 문제는 명확한 현실이 되어 현재의 사태에 이르렀다. 강원도 공직자들과 강원도의회가 대책위가 제시한 문제들을 받아들였다면 지금의 레고랜드 사태는 없었을 것이고 7천억원이 넘는 혈세낭비도 현저히 줄었을 것이며 추가로 투입될 혈세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연합뉴스전, 현직 지사들의 책임도 부각했다.
"그동안 레고랜드 사태를 발생시킨 장본인인 최문순 전 지사의 책임추궁과 법적 처벌을 요구하며 김진태 도정에서 명확한 대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시간을 가지고 인내해 왔다. 그러나 김진태 도정은 지난 2년 8개월간 무능력을 증명하는 시간으로 낭비했다. 각종 판단 오류와 꼼꼼하지 못한 대책으로 레고랜드발 금융사태를 야기하였으며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해 2050억원의 중도개발공사 부채를 대납하며 결국 셀 수 없는 도민의 혈세를 탕진하였다"고 전했다.
"김진태 지사가 2022년 12월 도의회에서 확언한 2050억원의 대위변제금 회수 가능성은 전무한 상태이며 강개공과의 합병만을 유일 대안으로 이제는 도민과 도의회에 겁박하고 있다. 자신들의 무능력으로 인해 발생한 당장의 실책을 모면하기 위해 사기와 다름없이 도민과 의회를 기만한 것으로 명백한 배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대안으로 "레고랜드발 중도사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더 이상의 개발행위를 중단하고 모든 부지를 예전처럼 역사생태문화가 숨쉬는 도민의 휴게공간과 공원, 도민의 땅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도개발공사와 레고랜드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진행과정에 대한 검증, 현재의 실태까지를 명확하고 투명하게 검증하고 대안이 제시될 때까지 중도개발공사와 강원도개발공사의 합병추진 중단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합병이 진행된다면 도민에게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입힌 김진태 지사에 대해 배임 문제를 포함하여 각종 위법 행위에 대해 공수처 수사 의뢰와 감사원 감사를 비롯한 강력한 법적, 행정적 절차를 조만간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혈세낭비 레고랜드 중단촉구 범시민대책위원회가 2022년 5월 5일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 개장식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레고랜드 개장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박정민 기자
최문순 전 지사 재임 당시 강원도가 강원도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 멀린사에 레고랜드 테마파크 부지로 50년 무상 임대한 중도 부지 28만 790㎡ 부지(운동, 오락시설 지구)를 표준공시지가로 환산하면 매각 추정금액은 1252억원으로 환산됐다. 무상 임대는 50년을 추가할 수 있다.
여기에 기반 시설 및 테마파크 주변부지 개발 등을 위한 강원도 투자 1419억원과 강원중도개발공사 투자 4542억원을 더하면 공공 직,간접 분담액은 7380억원으로 추산됐다.
반면 레고랜드 테마파크 수익 발생에 따라 강원도가 대주주로 참여해 만든 레고랜드 사업 특수목적법인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연간 받을 수 있는 임대료는 400억원 이하 매출 발생시 0원이다. 400억원 초과 600억원 이하 연간 매출액이 발생되어도 1억 2천만원만 받을 수 있다.
최초 계약은 400억원 이하일 경우 0%, 400~600억원 8%, 600억원~800억원 12%, 800억원 초과시 10%로 수익 비율을 정했지만 강원도와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사업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영국 멀린사의 테마파크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각 매출구간의 임대료 수익 비율을 기존 비율의 30.8%로 재조정했던 것을 최종 3%로 하향해 확정 임대료를 줄여줬기 때문이다.
최초 계약대로라면 400~600억원 매출의 임대료 수익은 대략 40억원 선이지만 이 금액의 30.8%를 계산하면 12억원 선으로 급감한다. 임대 수익 비율을 3%로 바꾸면 부지 임대 등 투자 대비 수익은 1억 2천만원 정도만 중도개발공사에 돌아오게 된다.
'연간 방문객 200만명, 일자리 창출 9천명, 생산유발효과 6천억원'으로 홍보해 온 경제효과 달성도 요원해 보인다.
춘천시의회 윤민섭 의원(정의당)이 춘천시 자료를 인용해 "연간 200만명 이상의 관광객 방문과 일자리 창출 9천명, 생산유발효과 6천억, 지방세수 연간 44억을 장담하던 레고랜드의 작년 한 해 입장객 수는 49만 4618명으로 목표 대비 1/4도 안 되는 처참한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2023년 대비 13만 8253명이 감소해 개장 후 연간 입장객 수가 가장 큰 폭으로 줄었으며 전년 대비 감소율이 –21.8%로 춘천시 주요 관광지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