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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 차주영 "베드씬 죄송했지만…'노출' 위해서 아냐"[EN: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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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티빙 드라마 '원경'에서 원경왕후 역 활약

배우 차주영. 고스트 스튜디오 제공배우 차주영. 고스트 스튜디오 제공
어려운 모험이었지만 다행히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tvN×티빙 드라마 '원경'에서 뛰어난 사극 연기로 인정 받은 배우 차주영의 이야기다. 차주영은 '원경'을 통해 역사에 나오지 않는 원경왕후의 파란만장한 생을 성공적으로 그려냈다. 당찬 고려 여인에서 태종 이방원의 킹메이커로, 다시 왕인 남편과 애증 관계에 놓이는 중전으로 끊임없이 변모해 나갔다. 종영 이후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난 차주영은 '원경'을 향한 심경을 복기하다가 울컥했다.

"끝나고 나서는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 쏟아서 소진한 느낌이었어요. 연기 못할 거 같단 이야기도 했어요. (웃음) 그런데 배역이 들어오니까 또 하게 되더라고요. 지금도 뭔가 텅 빈 거 같은 느낌인데 오히려 인터뷰를 하면서 채워지는 거 같아요.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었고, (원경왕후가 묻힌) 헌릉도 가서 '잘 지켜봐달라'고 기도했어요. 누가 되지 않게, 진심으로 만들어보겠다고요. 저희 할머니가 실제로 원경왕후가 조상인 여흥 민씨이시거든요. 조상 덕을 많이 본 거 같기도 해요. 처음엔 저만 진심인 것처럼 착각했는데 정말 제작진, 스태프 분들 모두가 진심을 다해 애써주셨어요. 정말 (실존 인물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조심하면서 했어요."

분명히 실존 인물이지만 역사서에 원경왕후의 생애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사극이 온전히 원경왕후만을 주인공으로 내세울 수 없었던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이 '원경'의 관건이었다. 실제로 방송 동안에 태종 이방원 묘사를 두고 '역사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았다.

"많이 다뤄졌던 이야기에서 오히려 덜어내는 작업을 했던 거 같아요. 너무 훌륭한 원경왕후가 많았지만 저만의 원경왕후를 만들고 싶었고요. 원경왕후가 거의 원더우먼처럼 그려지잖아요. 태종 역할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저희 스스로 노력을 많이 했어요. 여성 서사를 앞세웠는데 조금 더 가면 불편하지 않을까 싶은 것도 물론 있었죠. 하지만 거기에 잠식되면 저희가 모험을 해보자고 모인 건데 너무 제약이 많이 걸릴 거 같았어요. 드라마적 허용으로 이해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연기적으로 대담하게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아쉬움이 커요. 드라마 속 인물들이 처음 왕과 왕비를 하니까 어색했던 것처럼 저 역시 그랬고, 격동의 시대를 그린 성장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초반엔 어설프면 어설픈 채로 놔둔 연기도 있었어요."

배우 차주영. 고스트 스튜디오 제공배우 차주영. 고스트 스튜디오 제공
여흥 민씨였던 할머니와 애착 관계가 깊은 차주영은 스스로 원경왕후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금 시대에 돌이켜 생각해보면 견딜 수 없는 부분도 있음을 인정했다. 태종이 후궁을 줄줄이 들이며 촉발된 부부 간 애증 관계가 바로 그것.

"저는 고려 말, 조선 초 여자 같아요. 엄청 보수적이면서도 진취적이거든요. 연애에 있어서도 사람을 좀 타요. 어떨 때는 수동적이고 또 능동적일 때도 있어요. 원경왕후와 비슷한 점은 책임감이 강한 점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내 눈 앞에서 남편이 후궁을 들이는 건 어떤 이유이든, 저에겐 상처만 주는 거라 견디지 못했을 거 같아요. 저희 할머니들은 견디셨던 걸로 알아요. 하지만 여전히 사랑하고, 내가 선택한 것에 책임을 져야 했기 때문에 태종의 결정 또한 자기 선택의 파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한이 많이 맺히고 너무 후회스럽겠죠. 그렇지만 그 선택을 저버린다면 나를 저버리고, 내가 부정당하는 느낌이었을 거 같아요."

그럼에도 원경과 태종,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존재하게 했던 이유라고 봤다. 따지고 보면 어디에도 없는 애증의 서사였지만 또 서로만이 유일하게 동등한 애정을 쏟아냈던 셈이다. 처음에는 원경과 태종의 관계가 너무 갈등에만 치중할까 우려했는데 가면 갈수록 지독한 '멜로'가 됐다.

"거부해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인 거죠. 방원이 아니었다면 원경이 없었고, 원경이 없었다면 방원도 없지 않았을까. 지금까지도 왕과 왕비로 회자되고 남을 수 있었던 건 서로만이 서로를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랑을 하는 것도 소중하고 귀한 거고요. 원경의 주도적 애정표현에 고민이 많기도 했어요. 어떤 면은 멜로로 접근했는데, 또 어떤 면은 역사를 무시하면 안되니까. 그래도 결국 사랑 이야기가 아니었을까요. 너무 싸우기만 한 거 같은데 엔딩을 보고 나니까 멜로에 가깝더라고요."

역사 고증 외에도 '원경'에는 구설이 따라왔다. TV 채널인 tvN과 다르게 OTT인 티빙 공개 콘텐츠만 노출 수위가 높아 '노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 특히 사전에 이 같은 장면에 대한 고지가 없었으며 신체 노출 부분은 대역 배우를 쓴 것으로 알려져 제작사가 "배우들과의 협의를 거쳤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실제 노출은 아니었지만 차주영은 그의 이름을 알린 '더 글로리'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촬영한 적 있다.

"'더 글로리' 때는 사실 의심의 여지가 없었고, '원경'은 조선시대 왕실 부부의 침실 이야기를 다루는 게 색다르고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실존인물이었기 때문에 이분들의 그런 이야기까지 다루는 것에 대해서는 계속 죄송스러운 마음이었어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가 될 지 몰랐던 부분도 있고요. 처음에 받았던 대본에는 부부 침실의 분위기 정도만 있었거든요. 그런 우려를 알고 있었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거쳐 최선의 결과물이 나왔는데 그렇게 됐어요. 불편해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노출'이 저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아니었어요. 원경왕후는 아직 왕실 시스템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고, 그가 가고자하는 방향과도 반대였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갈등과 주도적인 성격 등 모든 걸 포함한 장면이었거든요."

배우 차주영. 고스트 스튜디오 제공배우 차주영. 고스트 스튜디오 제공
'원경왕후' 방영 동안 물심양면 차주영을 도운 장외 응원단은 단연 그의 팬 '꾸꾸들'이다. 이들은 유튜브 숏츠에 차주영과의 만남 기록을 올려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세트 촬영장까지 온 팬들에게 택시비를 내주는 장면 등 차주영이 보여준 진심 어린 모습이 화제가 됐다.

"이렇게 계획적으로 움직일 줄 몰랐어요. '원경' 방영 시기에 공개할 줄은 전혀 몰랐는데 덕을 많이 봤죠. (웃음) 제가 어려워하는 것들까지도 예쁘게 포장해서 보여주더라고요. 모두에게 친절한 사람도 아니고, 그런 면만 있는 사람도 아닌데 너무 감사하죠. 제가 애정을 갖고, 오랜만에 애써서 서로 한 번 보니까 온 마음을 다하는 거 같아요. 사실 평소에 무미건조한 면도 많아요. 제 이야기를 많이 안 하는 편이라 남 이야기하는 건 더 스트레스 받고요. '꾸꾸들'이 '차주영 붐은 온다'고 하는 멘트도 저랑 닮았어요. 믿을 구석 없어도 제 확신으로 지금까지 왔는데 팬들도 그런 사람들이에요. '올까?'가 아니라 '온다'잖아요. 그렇게 되도록 만드는 사람인거죠. 저는 그 사람들이 좋아요. 오래도록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극 원톱 주연'의 가능성을 증명했지만 차주영은 '유명세'와 '인기'에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모양새다. 사실 주연 배우로 '고정' 출연하고 싶은 욕심도 크게 없다. '재미없는 주인공'보다 '재미있는 조연'이 매력적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기 때문.

"주연은 확실히 그 무게와 부담감이 다르더라고요. 이번에 한 번 했으면 됐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주연이나 분량 욕심이 없거든요. 누군가의 일생을 다루는 연기를 하는 게 배우 생활에 몇 번이나 있을까 생각하면 만나기 쉽지 않은 작품이었죠. 이걸로 전 감사하게 생각해요. 배우란 직업 자체는 좋은데 부수적으로 하는 게 많으니까 부대낄 때도 있어요. 저라는 사람은 남의 이목에 신경 안 쓰고, 연기만 하면 되지만 부수적인 것들이 포함돼야 완성되는 거니까요. 제 조심스러운 성향이 답답할 때도 있고요. 데뷔가 늦어서 빨리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여기서 지치면 어떡하나 싶을 때가 있었어요. 시간은 유한하다고 생각하고, 전 다른 배우들 에너지를 따라갈 수가 없더라고요. 연기 전공도 아니라서 작품을 하다 보니 이제야 조금 아는 거 같아요. 그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치고, 결국 스스로 이 길을 떠날까봐 걱정한 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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