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2차 전원위원회에서 안건을 심의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취지의 안건을 가결한 것과 관련해 인권위 내부에서도 가결안 철회, 안창호 인권위원장 사퇴 촉구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인권위 남규선 상임위원, 원민경·소라미 비상임위원은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으로 초래된 인권 침해 문제는 외면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인권 보장에 앞장서 국가적 혼란을 야기하고 인권위의 신뢰를 실추시킨 이 의결에 반대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권위원은 위헌·불법인 비상계엄으로 초래된 중대한 인권 침해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헌법상 인권이 수호되도록 할 사명을 가진다"라며 "인권위원장은 이 사명을 망각하고 반인권적인 결정에 참여함으로써 인권위원 자격을 상실했으니 위원장직을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좌측부터 인권위 원민경 비상임위원, 남규선 상임위원, 소라미 비상임위원. 연합뉴스해당 안건이 윤 대통령에 대한 무죄 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을 강조한 데 대해선 "대통령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그 결과 수사와 재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헌법재판소와 법원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남 상임위원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안건을 심의하는 전원위원회를 방청하며 반대 측 위원이 발언할 때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을 일으킨 데 대해서도 "공포 분위기 조성 자체가 위원의 심의·의결권 침해로 느껴졌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이 1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 권고 의결 규탄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권위 직원들도 이날 오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는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국민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어떠한 말조차 하지 않았다"며 "어제 안창호 위원장은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 한석훈·이한별·강정혜 비상임위원과 합을 맞춰, 국민의 인권보호라는 역할을 저버린 채, 윤 대통령의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고 허울뿐인 대통령 지키기에 급급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20년 넘는 세월 동안 인권위가 지향해왔던 인권의 가치를 지켜내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결의했다.
앞서 인권위는 전날 제2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이 골자인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공개 심의한 뒤 수정 의결했다. 안 위원장을 포함한 강정혜·김용원·이충상·이한별·한석훈 위원 등 6명이 찬성했고, 김용직·남규선·소라미·원민경 위원 등 4명은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