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메이저 리그 개막전 기자 회견에 참석한 오타니(오른쪽)와 전 통역 미즈하라. 연합뉴스메이저 리그(MLB)에서 뛰는 일본의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계좌에서 거액을 훔친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가 정상 참작 없는 단죄를 받았다.
미국 연방 재판소는 7일(한국 시각) 캘리포니아주 산타아나 연방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미즈하라에 대해 금고 4년 9개월을 선고했다. 오타니에 약 1700만 달러(약 246억 원)의 배상 명령도 내려졌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계좌에서 약 1659만달러(약 240억 원)을 훔쳐 은행 사기죄 등으로 기소됐다. 미즈하라는 지난해 불법 도박에 연루돼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밝혀졌다.
일본 매체 데일리스포츠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2021년 9월경부터 지난해 1월까지 2년 4개월 동안 불법 스포츠 도박에서 최소 1만 9000회 베팅했고, 약 4068만달러(약 589억 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 이를 갚기 위해 오타니의 계좌에서 수 차례에 걸쳐 돈을 빼냈다.
여기에 미즈하라는 2022년 불법 도박 수익으로 보이는 410만 달러(약 59억 원)를 신고하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이에 검찰은 세금 허위 신고로도 미즈하라를 기소했다. 미즈하라는 금고 30년 이상으로 형량이 예상됐지만 검찰과 사법 거래에 응해 지난해 6월 범행을 인정했다.
재판에 앞서 미즈하라는 법원에 신청서를 제출해 가혹한 업무 환경과 저임금에 시달려 도박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는 상황을 호소했다. 통역은 물론 오타니의 식료품 구입, 애완견 돌보기 등 사적인 업무에 시달렸고, 고급 주택 단지에 거주하느라 비싼 월세를 내야 했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 매체에 따르면 미즈하라의 변호인은 재판에서 "이것은 경제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특수한 상황으로 보통의 도박 중독과는 다르다"고 변론했다. 또 "거액의 빚을 지게 된 것도 도박의 몸통이 오타니의 존재를 알았기 때문"이라면서 금고 1년 6개월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판사는 "이해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1700만 달러라는 평생을 걸고도 벌지 못하는 돈을 도박에 썼는데 이는 충격적"이라며 판결을 내렸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의 샘 브람 기자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피해자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정상 참작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미즈하라는 재판에서 "오타니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판결 뒤에는 현지 취재진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법정을 빠져나갔다. 미즈하라는 남부 캘리포니아 형무소로 수감처를 지정한 가운데 오는 3월 24일 수감된다. 형기를 마치면 미국에서 추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