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고려아연 경영권 방어에 집중하는 최윤범 회장 측이 임시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묘수를 꺼냈다. 고려아연 손자회사에 기존 최 회장 일가 등이 보유한 영풍 주식을 넘겨 일종의 순환출자 구도를 만들면서다.
이렇게 되면 MBK와 연합해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시도중인 영풍 측의 고려아연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진다. 집중투표제 무산으로 승기를 잡은 듯한 영풍·MBK 연합의 기세에도 적잖은 파동이 예상된다.
고려아연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은 22일 최 회장 일가와 영풍정밀이 보유하고 있는 영풍 지분 일부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SMC는 안정적인 사업 추진과 합리적 가격 등을 근거로 영풍 주식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SMC가 취득한 영풍 주식수는 19만226주다. 영풍 전체 발행주식수 184만2040주의 10.3%에 해당하는 규모다. 금액으로는 575억원이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은 회사와 모회사 및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종의 상호출자 구조가 성립돼 의결권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이튿날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는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전체에 의결권이 사라지게 됐다. 실제 고려아연도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 10%를 초과 보유하고 있는 만큼 SMC와 서로 상호주 관계가 됐다고 주장하면서 의결권 행사 제한을 공지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구조는 영풍·MBK 연합이 40.97%,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34.35%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영풍이 보유한 지분은 25% 수준으로 파악된다. 영풍·MBK 연합에서 영풍 지분 약 25%의 의결권 효력이 사라지면 최 회장 측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가 형성된다.
영풍 의결권 무력화로 최 회장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면 이튿날 임시주총에서도 핵심 안건인 △집중투표제 도입△이사수 19명 이하 제한 등 여러 안건이 모두 최 회장 측 의도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전체 이사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안건이 통과되면 영풍·MBK 연합이 노려온 이사회 과반 장악도 실패할 공산이 커진다.
고려아연은 "대한민국 경제와 탈중국 공급망, 울산을 포함한 지역사회 등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지 그리고 고려아연이 국가기간산업으로 국민경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나아가 고려아연의 장기적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영풍·MBK 연합은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 제한 주장은 임시주주총회 파행시키고 자본시장을 우롱하는 최윤범 회장 최악의 꼼수"라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