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밤 속개된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내란ㆍ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야당 주도로 통과되는 모습. 연합뉴스17일 한밤중까지 이어진 여야 협상이 결렬되면서,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할 야6당의 특검법안이 대폭 수정된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새 특검법은 민주당이 강하게 주장하던 '외환죄'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수사기간과 함께 파견검사와 공무원 수사관의 수도 줄어들었다. 남은 것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와 맞물려 특검이 언제, 어떻게 출범할지다.
금요일 한밤중까지 협상 끝에 민주 대폭 양보…'외환죄' 빠졌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는 17일 한밤중까지 여러 차례 만나 협상을 진행했음에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한밤중 의원총회를 열어 특검의 내용을 대폭 수정하기로 했고, 이날 밤 본회의에서 특검법안을 찬성 188표, 반대 86표로 처리했다.
수정된 특검법은 수사 대상을 △국회 점거 사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 사건 △정치인 등 체포·구금 사건 △무기 동원, 상해·손괴사건 △비상계엄 모의사건 △관련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의 6가지로 제한했다.
민주당이 가장 중점을 두던 수사 대상인 '외환죄'와 '내란 선전·선동죄' 부분이 빠진 것이다.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연합뉴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특검을 마냥 미룰 수는 없기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주장한 내용을 전격 수용했다"며 "국민의힘 법안에 있는 수사 대상 1~5호를 모두 담고, 인지 사건 부분만 유지하는 쪽으로 대폭 양보했다"고 말했다.
언론 브리핑을 허용한 부분은 그대로 둔 대신, 수사 기간은 최대 130일에서 100일로 줄어들었고 파견 검사·공무원·수사관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국가기밀에 대해 압수수색을 할 때는 수사 대상과 무관한 기밀을 입수하게 되면 반환하도록 했다.
박 원내대표는 "사실상 국민의힘 측 주장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안이며, 합의안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며 "최 대행은 곧바로 특검법안을 수용하고 공포하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외환죄와 내란 선전·선동죄 삭제는 눈속임에 불과하다. 관련 인지사건 수사 조항을 고집하는데 이는 국민의힘 의원 108명 전원을 수사하겠다는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 대행을 향해 "야당이 일방 처리한 위헌적인 특검에 즉각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의 '양보'에도 이번 특검법이 여야 합의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최상목 거부권 행사와 특검 출범 시기 우려…'대폭 양보'에 영향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획재정부 제공권 원내대표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듯, 민주당의 전폭적인 양보는 최 대행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 때문이다. 그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특검 출범 자체가 늦어져, 원활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최 대행은 정부로 이송된 특검법에 대해 15일 이내로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만약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시기는 설 연휴를 전후한 때가 유력하다.
이어서 야6당이 재의표결을 곧장 추진하더라도 그 시기는 다음달 초가 될 수밖에 없다.
거부권 행사 뒤 재의표결에서 여당의 이탈표가 충분히 나오지 않게 되면 특검 출범 자체가 또다시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되는 데다, 법적인 구속 기한(20일) 등을 감안할 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법원에 청구한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검찰은 다음달 초까지 반드시 기소를 해야 한다.
특검이 출범하더라도 이미 윤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이 기소된 뒤가 되므로 공소 유지 역할에 그치거나, 수사 효용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특검법안에 전폭적인 양보를 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의 협상 전략에 대해 "설 연휴 이후까지 끌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막판의 비겁한 수를 계산한 듯하다"며 "우리가 어떤 안을 내도 받지 않겠다는 것인데, 최 권한대행이 빨리 공포하는 정도는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을 막판에 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의원들 사이에선 이렇게까지 양보해야 하느냐는 의견이 두런두런 나왔지만, 지도부를 지지하는 의견이 강해서 크게 (반대)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며 "저도 개인적으로는 아쉽다"고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