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안신애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새 미니앨범 '디어 라이프'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열었다. 피네이션 제공6개월 만에 나온 새 미니앨범 '디어 라이프'(Dear LIFE)는 싱어송라이터 안신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디어'(Dear) 시리즈의 출발점이었던 전작 '디어 시티'(Dear City)가 도시의 고단한 삶을 위로했다면, 이번 앨범은 다시 일어난 이들에게 바치는 찬가로 만들었다. 타이틀곡 '사우스 투 더 웨스트'(South to the West)부터가 코로나 팬데믹 시기 제주살이를 했던 데서 착안해 쓴 곡이다.
새 앨범 공개 1시간 전인 지난 15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한 안신애는 "지금 이 순간 가장 긴장되고 설레는 것 같다"라며 "안신애라는 이름의 솔로 가수로 데뷔한 이후에 저의 음악, 그 외의 제 삶의 많은 것들, 에너지들을 다 한 번에 모아서 지금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주 기대가 되고 마음이 벅차다"라고 말했다.
'디어 라이프'는 지난해 7월 나온 '디어 시티'에 이은 '디어' 연작 프로젝트다. 재데뷔를 계획할 때부터 연작을 기획 중이었다. 타이틀곡 '사우스 투 더 웨스트'는 당초 지난해 초 상반기 발매를 목표로 했지만, 방향성을 고려해 순서를 바꿨다.
그는 "도시의 애환과 삶의 고통을 위로하는 '디어 시티'를 발매하고, 위로로 마음을 비워냈으니 '디어 라이프'를 통해서 삶의 즐거운 요소를 발견하고 누리자. 위안과 위로와 공감이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순서를 바꾸게 됐다"라고 전했다.
안신애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거처를 제주도로 옮겼다. 피네이션 제공'디어' 시리즈는 이번 앨범 '디어 라이프'까지 해서 2부작으로 끝나냐는 질문에 안신애는 "이걸로 끝날 거 같진 않다. 원래는 작곡가 활동을 주로 하고 있었고, 코로나 이후 제가 이렇게 가수로서 다시 활발하게 활동하게 될지 예상을 못 했다. 다시 (가수) 할 수 있게 되면서 제가 가지고 가는 하나의 목표는 그동안 써 놓은 곡들, 쌓여있는 곡들을 잘 구성해서 세상에 잘 내보내기다. 이게 저의 가수 활동 버킷리스트"라고 답했다.
한때 몇 명 이상 모이면 안 된다는 강력한 제한이 있었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 가요계도 큰 타격을 받았다. 가수들은 관객 앞에서 노래할 기회를 잃게 됐다. "반강제로, 모든 뮤지션이 활동을 못 하게" 됐을 때, 안신애도 지난날을 돌아봤다. 박화요비의 '어떤가요' 세션을 시작으로, 어린 시절부터 쭉 음악만 해 온 그에게 예기치 못하게 찾아온 큰 변화였다.
평생 해 온 음악, 평생 살아온 서울. 안신애라는 사람을 이루는 큰 두 축이 예전 같지 않았다. 그래서 도시를 벗어나 제주도로 향했고, '음악 외'의 것도 하면서 지냈다. 목공을 배우고, 귤 따기 아르바이트도 하고, 영어 과외도 했다. '내가 음악 말고 잘하는 게 뭐가 있지?' 고민하면서 보다 '다양한 삶'을 살고자 3년 정도 거주했다.
음악을 재개한 배경에는 현 소속사 피네이션의 싸이 대표가 있었다. 싸이가 먼저 안신애에게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냈고 이를 계기로 함께하게 됐다. 혹시 사기꾼은 아닐까 잠시 의심했었다던 안신애는, 싸이가 곡 의뢰차 연락했다가 데모곡을 받고 나서 '당신이 가수 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게 실화냐?' 하면서도 "너무나 감사한 기회"라고 기억했다.
타이틀곡 '사우스 투 더 웨스트'는 유건형 프로듀서와 공동 작업한 곡이다. 피네이션 제공안신애는 "피네이션이라는 회사를 만나서 제가 여기서 지원받아서 음악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커다란, 제 음악관과 세계의 확장"이라며 "일단 아티스트와 교류하는 부분이 저한테 굉장히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보적인 재능을 지닌 아티스트들을 같은 아티스트로서 교감할 수 있다. 어느 생애에 이런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아티스트 한 명의 작업물이 대중에게 제대로 뿌려지기 위해 정말 많은 인력이 뭉친다는 것을 "크게 체감"했다고 고백한 안신애는 "음악 해 온 시간은 길지만 한 명의 대중 아티스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아티스트(입장)로 체험한 게 처음"이라고 밝혔다.
안신애는 수많은 제작진의 노력이 "아티스트라는 깔때기를 통해 세상으로 뿌려진다"라는 걸 경험하고 있다면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제 음악의 깊이가 더욱 깊어지고 스펙트럼이 더 분명해지고… 아티스트로서 이 업계를 경험하는 것은 굉장히 환상적인 것 같다. K팝 짱인 것 같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팝 펑크 소울 장르의 '사우스 투 더 웨스트'가 타이틀곡이다. 미니멀하지만 묵직하고 그루비한 빈티지 드럼 사운드 위에 확고한 베이스라인이 곡 전체를 신나면서도 안정적으로 밀고 나간다. 안신애의 솔로 데뷔 싱글 '리스펙트'(Respect)로 호흡을 맞춘 유건형 프로듀서가 작곡과 편곡에 참여했다. "안신애라는 아티스트가 할 수 있는 장점을 잘 끄집어내면서도 대중적인 감각으로 잘 풀어져 나온" 곡이어서 "굉장히 뿌듯하다"라고 안신애는 말했다.
총 5곡이 실린 새 미니앨범 '디어 라이프'는 전작 '디어 시티' 이후 7개월 만의 신작이다. 피네이션 제공그룹 언타이틀 출신이자, 메가 히트곡 '강남스타일'을 만든 유건형 프로듀서에 관해 안신애는 "소위 얘기하면 닳고 닳은 상업 작곡가, 프로듀서 같은 느낌이 있을 수 있는데 저하고 음악적 취향이 너무 겹치더라. 바이닐 레코드 마니아이신데, 1960~1980년대 소울 알앤비(R&B) 펑크 재즈 요 쪽 음악을 대단히 깊게 파고든다"라며 "처음 만났는데 음악 얘기가 끝이 없었다. 서로 좋아하는 게 너무 잘 맞고 같이 앉아서 작업하면 곡이 술술 나올 때가 많다"라고 전했다.
타이틀곡도 유건형 프로듀서가 '이런 걸 하면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다'라며 안신애에게 먼저 장르 아이디어를 준 곡이다. 안신애는 "제가 펑크나 소울 너무 좋아해서 그런 장르를 만들어낼 자신이 좀 있었다. 스케치해서 보냈더니 더 이상 둘이서 얘기할 것도 없이 케미가 톡톡톡톡 튀면서 이 곡이 만들어졌다. 앞으로도 유건형 프로듀서와 만들 음악이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부연했다.
'대표' 싸이에 관해서는 "본인의 음악적 색깔이 너무 확고해서 많은 분들이 (싸이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잘 모를 수도 있는데 정말 섬세하고 엄청나게 까다롭다. 테이스트(취향)가 엄청 확고한데, 대중이 (이를) 얼마나 받아들일지, (아티스트가 대중을) 얼마나 이해시킬 수 있을지 감이 분명하고 알아차리는 속도도 빠르다"라고 소개했다.
'사우스 투 더 웨스트' 가사 중엔 "나다운 게 힘이야. 그게 바로 진리야"라는 구절이 있다. 이런 가사를 쓰게 된 배경을 묻자, 안신애는 "제가 제주도 내에서도 꽤 시골에 산다. 제주공항에서 신사역 8번 출구로 나와 약 8분 동안 피네이션 사옥으로 걸어온다. 가로수길에서 굉장히 힙한 신사동 피플(사람)들을 보면 제가 마치 시골 쥐 같더라. 피네이션 내 제 작업 방에서 캐리어 (짐을) 푸는데 이 가사가 떠올랐다"라고 답했다.
안신애는 자기 자신을 '시골 쥐'도 '서울 쥐'도 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피네이션 제공"서울에는 아주 당당해 보이고 프로페셔널하고 멋진 옷 입고 멋진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방금 갓 시골에서 귤 따다가 올라온, 조금은 뭐랄까 특이한 삶을 사는 저는 여러 가지 삶을 살고 있더라고요. 제주도에 가면 자연과 교감할 수 있고 다양한 삶을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이고, 비행기를 타고 서울 강남 한복판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들어오면 나는, 내 음악 세계를 펼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될 수 있고… 여러 가지 모습으로 살 수 있는 제가 되더라고요. 분명 주눅 들 수 있는 순간이 있었는데 결국 나다운 게 힘이고 나다운 힘을 믿는 게 진리고 그게 결국 내가 살아갈 힘이고 그걸 믿고 열심히 살면 즐거운 삶이 펼쳐진다는 메시지예요. 이 메시지가 필요한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의 아주 자전적인 이야기지만 듣는 이들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같은 회사 동료이자 KBS 예능 '나라는 가수'에 함께 출연한 화사가 타이틀곡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점이 눈에 띈다. 안신애는 화사의 '아이 러브 마이 바디'(I Love My Body) 작사·작곡에 참여한 바 있다. '서로 참 잘 맞는다'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는 사이, 화사가 그런 사람이라고 운을 뗀 안신애는 '나라는 가수' 촬영 당시 같은 방을 쓰면서 서로의 뮤직비디오를 같이 보고 조언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뮤직비디오에 카메오로 출연해 줄 수 있냐고 했을 때 화사가 흔쾌히 '당연하죠'라고 해서 너무 고마웠다는 안신애. 그는 "화사라는 아티스트가 한국 음악 시장에서 나온 일이 저한테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기쁜 일이다. 실력은 두말할 것도 없는, 그런 재능과 메시지를 가진 아티스트가 제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라고 감격스러워했다.
화사는 뮤직비디오 촬영 당일 손수 커피차를 세팅하는가 하면, 헤어·메이크업·스타일링 조언, 안무 모니터링까지 했다고. 안신애는 "최근 안신애로서 제가 첫 음악방송을 했다. 댄서분들하고 호흡을 맞추는데 카메라 리허설 (영상) 한 번 봐달라고 했더니 장문의 피드백을 줬다. 카메라 너무 의식하지 말고 즐기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해서 용기를 얻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화사를 "정의로운 퀸카"에 비유한 안신애는 "화사씨의 따뜻한 카리스마 덕에 제가 활기를 띠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가수 안신애. 피네이션 제공안신애는 본인을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도시에도 살고 싶고 시골에서도 살고 싶고, 옛날 음악도 하고 싶고 요즘 음악도 하고 싶고, 선후배 아티스트와 교류하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되게 많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가능성에 대해서 최대한 문을 열어놓고 싶어 하는 성향인 거 같다"라고 바라봤다.
'솔로 가수' 안신애로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을까. 안신애는 "저를 통해서 음악 팬분들(에게) 음악 시장, 이 음악 환경이 조금 더 재밌어졌으면 좋겠다"라며 "(저는) 시골에선 시골 쥐, 서울에선 서울 쥐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아티스트와 교류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 줄 수 있는 다양한 음악 만들었으면 좋겠고, 음악을 필요로 하는 많은 리스너들이 다양한 음악을 즐길 권리를 누렸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타이틀곡 외에도 '러버 라이크 미'(Lover Like Me) '언컨디셔널'(Unconditional) '해주오'(Dear Life) '사우스 투 웨스트'의 반주(인스트루멘털)까지 총 5곡이 수록된 안신애의 새 미니앨범 '디어 라이프'는 지난 15일 정오 발매됐다.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