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첫 변론기일에 참석해 있다. 류영주 기자윤석열 대통령 측이 정계선 헌법재판관에 대해 기피신청을 냈지만, 헌법재판소가 지난 14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0일 만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전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오후 2시 대심판정 문이 열리자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이 걸어들어왔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 전날 정계선 재판관에 대해 기피신청을 냈지만, 재판관들이 해당 주장을 이미 배척했음을 등장으로 알린 모습이다.
정 재판관을 비롯해 재판관들이 모두 착석한 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어제 재판관 1명에 대한 기피신청이 들어왔고 오늘 그분을 제외한 7명의 일치된 의견으로 기피신청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이 정계선 재판관의 법원 내 우리법연구회 활동과 배우자의 이력 등을 근거로 불공정 재판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기피신청에 대해 '각하'가 아니라 심리 후 '기각'했다. 각하는 청구 자체가 결함이 있다고 보고 신청 내용에 대한 판단 없이 배척하는 것이라면, 기각은 내용을 검토한 후 신청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당시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도 탄핵심판 주심이었던 강일원 재판관의 편파 진행 등을 문제 삼으며 기피 신청을 냈지만, 당시 재판부는 '각하'했다. 심판 지연 목적의 기피신청이 분명하다는 이유였다.
반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맡은 재판관들은 첫 변론기일을 몇 시간 앞둔 전날 오전 10시부터 재판관 회의를 열어 점심 무렵까지 2시간가량 검토한 후 기각으로 결론 내렸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관들이 의심받을 지점을 모두 살핀 후 기각했다는 점에서 더 이상의 공정성 시비를 확실히 차단하려는 것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인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단인 배보윤, 윤갑근 변호사가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헌재가 5차례의 변론기일을 한 번에 지정한 것을 두고도 윤 대통령 측은 '졸속 심판'을 주장하는 이의신청서를 냈지만, 헌재는 이 역시 배척했다. 문 권한대행은 "여기는 헌법재판소이지 형사법정이 아니"라며 윤 대통령 측이 재판을 미루려 끌어들인 법규정들을 탄핵심판정에서 물리쳤다.
재판부의 단호한 태도에 윤 대통령 측의 헌재 비난 수위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재판 이후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기피신청 기각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법리에도 맞지 않고 공정,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론기일이 그대로 유지되는 점에 대해서도 "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으로 헌재가 월권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불출석으로 첫 변론기일은 4분 만에 끝났지만, 탄핵심판은 내일(16일)부터 속도를 낼 전망이다. 헌재법 52조2항에 따라 두 번째 기일부터는 피청구인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아도 심리할 수 있다.
국회 탄핵소추대리인단은 5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과 현재 구속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 곽종근 특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이다. 국회 측은 "신속한 재판을 위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관련) 직접 지시를 받은 사람에 한해 1차 증인신청을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