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계와 의학교육계에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12·3 내란 사태' 당시 의료계의 공분을 자아낸 이른바 '전공의 포고령'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또 사직 전공의들이 원래 수련병원으로 돌아오면 복귀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겠다며 '수련 특례'를 약속했다. 입영 대상이었다가 복귀한 전공의에 대해서도 수련을 마친 후 의무장교 등으로 입영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정시모집 지원 완료로 올해 의대 증원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현재 의·정 사태에서 최대 현안인 '2026년도 의대 정원'과 관련해서도 '원점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며 의료계에 손을 내밀었다.
李부총리, '포고령' 공식사과에 전공의 수련·병역 특례 약속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개최한 부처합동 브리핑에서
'의료계와 의학교육계에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교육부와 복지부의 '2025 주요업무 추진계획' 보고가 이뤄진 이날, 해당 브리핑은 당초 예정에 없었다가 전날 언론에 긴급 공지됐다.
이 부총리는 먼저 "지난해 2월 의대정원 확대 발표 이후 전공의 선생님들의 이탈이 장기화되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걱정과 불편을 겪고 계셔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특히,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에 대한 비상계엄 포고령 내용은 정부의 방침과는 전혀 다르다"며
"포고령 내용으로 상처를 받은 전공의분들과 의료진 여러분들께 진심어린 유감과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발언 과정에서 고개를 깊숙이 숙이기도 했다.
'전공의 포고령'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조항으로, 48시간 이내 현장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의료인은 '처단'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됐다.
이 부총리는 이어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문한 대로 양 부처가 전공의·의대생의 현장 복귀를 도모할 수 있는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직한 전공의들이 수련에 복귀하는 경우, 차질 없이 수련이 이뤄지도록 조치하겠다"며
"현행 전공의 수련규정은 '사직 후 1년 내 복귀'를 제한하고 있으나, 전공의가 사직 전 수련한 병원과 전공과목으로 복귀하는 경우 수련특례 조치를 통해 이러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사직한 의무사관후보생이 수련에 복귀하면 수련을 마친 후 의무장교 등으로 입영할 수 있도록 최대한 조치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기존 수련지침상, 지난해 2월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들은 같은 해 7월 사직서가 수리돼 올 3월에는 수련 복귀가 불가능하다.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 중에는 일반 병·의원 등에 취업한 사직자들도 상당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작년에 소속돼있던 원(原) 병원으로 돌아오기만 한다면, 조만간 예정된 상반기 레지던트 추가모집에 지원해 수련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게 정부의 제안이다.
많은 전공의·의대생이 입대를 '도피처'로 선택한 상황에서 병역 특례 역시 의료계가 출구 모색을 위해 요구해온 과제였다.
의무사관후보생으로 등록돼 있는 전공의들은 사직 시 입영 대상자가 되는데, 내달 국방부가 이들의 입영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입영이 실제 통보되면 3월 복귀는 자동으로 불가능해진다.
이에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 6개 단체가 지난 6일 수련·입영특례 적용을 정부에 건의한 바 있는데, 이날 업무보고에서 최 권한대행이 이를 전격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조치를 관계부처에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의료계와 의학 교육계에 드리는 말씀 발표. 연합뉴스종전 대비 1500여 명이 늘어난 2025년도 의대 증원이 매듭지어지면서,
의료계 안팎에서 '차선'으로 고려된 '2026년도 정원 원점 재검토' 가능성도 언급됐다.
이 부총리는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나간다면
2026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확대 규모도, 의료인력 수급전망과 함께 대다수의 학생들이 2024년에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점, 각 학교 현장의 교육여건까지 감안해서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유연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을 향해서는 "지난 1년 동안 각각의 전문분야에서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잠시 뒤로 미루고 수련현장을 떠나 고민하고 있는 여러분에게 정말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또한 "정부는 금년부터 필수과목 전공의와 지도전문의 지원 등 현장 수련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정부 재정투자를 추진한다"며,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독립성 강화 등에 대해서도 함께 협의하자고 했다.
이 부총리는 또 "의대생 여러분, 교육장관으로서 중요한 시기에 학업을 멈추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고민하고 계실 여러분을 생각하면 마음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이제는 학교로 돌아와 처음 입학 때 마음가짐 그대로 학업에 매진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훌륭한 의료인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복학을 요청했다.
'7500명 교육' 우려에 "의학교육 여건 개선에 총 6천억 투입"
10일 오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증원의대 '교육 부실화' 관련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해서는 원활한 교육을 위한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 부총리는 "올해는 의대 교육 지원을 위한 교육부 전담 조직을 신설했고
교원 증원과 시설·기자재 확충, 의대 교육혁신 지원 등 의학교육 여건 개선에 총 6062억 원의 예산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대학별로 내달까지 교원 추가채용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강의실 리모델링·건물 신축을 위한 설계 준비 등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총리는 "금년에는 2024·2025년도 신입생 7500여 명이 동시에 수업을 받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정부는 학생이 복귀만 한다면 대학과 협력해 대학 전체 자원을 활용하고 행정·재정적 지원을 통해 정상적으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료개혁 완수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의료계와의 '접점'을 향한 노력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부총리는 "정부는 의료개혁을 확실히, 착실히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견이 다른 분들을 설득하고 협의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계에서도 국민들을 위해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개혁 논의와 의료정상화를 위한 협의에 적극 참여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조 장관은 2026년 '의대 증원 0명'을 넘어
예전 정원(3058명)보다 더 감축하는 방안도 가능한지를 묻는 질의에 "특정한 숫자를 염두에 두고 협의할 계획은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다만 이때까지는 주로 2035년까지 의사인력 수급 균형을 목표로 했는데, 저희가 발표할 때와 달리
교육여건, 각 학교의 사정 등이 굉장히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며 "이런 것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협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