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명태균(구속기소)씨의 조력을 받은 게 별로 없다고 평가절하했던 발언이 거짓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윤 대통령 부부는 대통령 선거 당시 명씨와 각각 비공표 여론조사뿐 아니라 캠프 인사, 언론인터뷰 등과 관련해 의견을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검찰 수사보고서에서 파악되고 있다. 현재 포렌식 선별 작업 중인 황금폰과 앞으로 예정된 명씨의 재판에서 구체적 사실이 추가적으로 파악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명태균 씨한테 무슨 여론조사를 해달라는 얘기를 한 적은 없다"면서 "명씨나 또는 우리 당의 정치인들이 여론조사 발표된 거라든지 또는 이건 내일 발표될 예정인데 그냥 알고만 계시라 이런 얘기들을 선거 때 수도 없이 받았다"며 명씨의 역할을 축소했다. 또 김 여사와 관련해서는 "제 아내는 대통령 당선되고 취임하고 나면 그 전하고는 소통 방식이랑 달라야 한다고 얘기하니까 본인도 많이 줄인 거 같고 몇차례 문자나 이런 걸 했다고 얘길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 중인 창원지방검찰청이 작성한 수사보고서를 보면 윤 대통령의 해명은 거짓말이었던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수사보고서에서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 대선 전후에 걸쳐 주고받은 메시지 캡처 파일만 280개다. 기간은 2021년 6월부터 2023년 4월까지로 대선 전뿐 아니라 당선 후에도 수시로 대화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윤석열-명태균 21년 7월·10월 특정 대화…기사 의견, 홍준표 거론도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대선 전인 2021년 7월 텔레그램으로 도움과 의견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연합뉴스 인터뷰 답변서'라는 제목의 파일을 전달하면서 "간략한 방향 좀 부탁드립니다. 내일 오전에 전화 드릴게요", "인터뷰가 오후 3시. 특히 뉴스인터뷰 1번에서 4번"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명씨에게 자신과 관련된 기사를 전송하며 캠프 정비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 명씨 답변은 없는데 메시지가 삭제되거나 통화가 이뤄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10월 둘의 대화는 또 있다. 명씨는 대선 경선 후보 시절인 윤 대통령에게 텔레그램으로 미래한국연구소 여론조사 보고서 파일을 전송하면서 "10월 21일 오늘 조사한 국민의힘 당내경선 책임당원 여론조사 결과"라며 "비공표 여론조사라 보안유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그래요"라고 답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이재명을 선택한 11%는 이중 당적자로 추정된다"며 "최소 6만 명 정도"라고 보고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이놈들이 홍(홍준표)으로 가는 거 아냐"라고 되물었다.
류영주 기자김건희-명태균 尹 캠프 주요 인사 논의 및 여론조사 대화
명씨는 또 2021년 7월 윤석열 대선 경선 캠프에 들어갈 주요 인사들을 김건희 여사와 논의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대사의 프로필을 공유하며 "이 사람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라고 물었다. 명씨 답신은 없던 점으로 봐 전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보낸 다음 삭제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다음날 후원회장으로 위촉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9월에도 명씨는 김 여사에게 캠프총괄공동본부장 후보 4명과 비서실장 후보를 추천했다. 명씨는 주호영 국회의원을 1순위로 하고 윤상현, 김태호, 나경원 의원을 차례로 언급, 박완수 의원(현 경남도지사)을 비서실장으로 거론했다. 한달 뒤 주호영 의원은 상임선대위원장, 김태호 의원은 공동선대위원장, 윤상현 의원은 총괄특보단장으로 가는 등 다수가 명씨 추천대로 이뤄졌다고 한다.
명씨는 같은해 7월 3일에도 김 여사에게 "내일 오후에 공표될 여론조사 자료입니다. 보안 유지 부탁드립니다"라며 보고서 파일을 건넸다. 김 여사는 "넵 충성!"이라고 답했다. 그밖에도 공표 및 비공표 여론조사 자료를 수차례 명씨가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김 여사는 "이거 아직 공개 안 된 거죠"라는 등 수시로 물으며 대화를 했다.
검찰 자료 107쪽서 상당량 나와…황금폰·재판서 구체적 내용 전망
검찰의 방대한 수사 자료 중 명씨의 PC 1대를 포렌식해 나온 겨우 107쪽 짜리의 수사보고서에서 이들의 대화가 상당 부분 나왔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부분도 많은데 현재 포렌식 선별 작업 중인 명씨의 황금폰과 앞으로 진행될 재판(2차공판준비기일 오는 20일)을 고려하면 명씨와 윤 부부 사이 어떤 대화가 이뤄졌는지 구체적 사실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윤 대통령의 거짓 해명은 정치적으로 여론조사 비용 문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명씨와 함께 일했던 강혜경(수사중)씨는 명씨가 여론조사 비용 3억 7천만 원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의 보궐선거 공천을 받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도 2022년 5월 보궐선거 공관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에게 "김영선을 해줘라"고 말했다고 명씨와 통화한 바 있다. 김 여사도 같은날 "당선인이 지금 전화를 했어요. (김영선 공천을) 밀라고 말했다"는 내용으로 명씨와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자금법상 여론조사 보고를 무상으로 받거나 누군가 비용을 대납했다면 불법이고 공천 대가라면 뇌물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 창원지검은 이와 관련해 "하루도 쉬지 않고 각종 제기된 의혹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