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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공항 떠나는 유족들…마지막 브리핑 눈물로 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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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비 내리는 무안공항 참사 현장…유족 다시 눈물바다
유가족 대표 고개 숙여 "당국의 빠른 수습 진행 감사"
2차 피해 명예훼손 악성 게시글 엄벌 촉구도
기독교 등 엄숙한 분위기 속 주일예배 드려져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꼬리 날개에 방수포를 덮고 있다. 연합뉴스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꼬리 날개에 방수포를 덮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항공 참사 8일째 무안국제공항. 참사 희생자의 아픔이라도 대변하듯 이날 이른 오전부터 공항 주변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참사 현장 남은 꼬리 보존하려 방수포 씌워

무안공항 활주로 사고 여객기 현장 주변도 비에 젖어 차분한 모습이었다. 흙더미에 감춰져 있다가 속살을 드러낸 콘크리트 둔덕 주변 움푹 패인 곳마다 물웅덩이가 만들어졌다. 수습 당국은 처참하게 부서진 동체와 그나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여객기 꼬리 주변 현장이 비로 인해 훼손되는 걸 막기 위해 급히 방수포를 씌웠다.

소방과 경찰, 국과수는 사고 현장에서 밤샘 작업을 벌여 1점의 추가 시신 일부를 발견했다. 국과수 DNA 감식 결과, 아직 장례 인도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희생자 일부임이 확인돼 이를 빠르게 재구성해 인도할 예정이다.

대규모 수색이 마무리되면서 유류품 등 의미 있는 흔적은 추가로 발견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추가 발견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해 대대적인 인력 투입과 수색 작업은 마무리하고 정밀 수색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참사 발생 7일째까지 이어져 온 희생자 시신 수습도 이날 모두 마무리된다. 사랑하는 가족을 주검으로 품에 안은 유가족들은 장례 절차를 위해 하나둘 공항을 떠나고 있다. 오늘 중으로 개인 사정이 있는 한 가족을 제외하고 모든 유가족이 시신을 인도받는다.

5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마지막 수습 당국 브리핑이 끝나자,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박한식 대표가 감사 인사를 전하며 국토부 관계자에게 의지하며 울고 있다. 김수진 기자5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마지막 수습 당국 브리핑이 끝나자,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박한식 대표가 감사 인사를 전하며 국토부 관계자에게 의지하며 울고 있다. 김수진 기자

"마지막 브리핑입니다"…참았던 눈물 쏟은 유족 대표

눈물과 설움이 뒤엉켰던 무안공항 2층 국제선 출국장 앞 브리핑 현장에서는 눈물의 마지막 브리핑이 진행됐다.

수습 당국의 진행 상황 보고에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을 단장으로 한 전국 16개 시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와 전남경찰청의 악성 게시물 추가 수사 방향과 국토교통부 등의 향후 유가족 지원 내용이 담겼다.

브리핑이 마무리되자 유가족들은 당국의 빠른 현장 수습과 대처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눈물 섞인 포옹을 했다.

눈물을 참으며 그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유가족들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서로 맞절한 수습 당국과 유가족들은 두 손을 부여잡고 그동안의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며 포옹을 나눴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계단 손잡이 주변에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는 손편지가 수북히 쌓여가고 있다. 김수진 기자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계단 손잡이 주변에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는 손편지가 수북히 쌓여가고 있다. 김수진 기자
그동안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돌보느라 담담한 모습이었던 유가족 대표단도 코끝이 빨개진 채 울음 섞인 목소리로 감사를 전했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박한신 대표는 "이분들이 저희를 도와주셨고, 일주일 넘게 집에 가지 않고 사고 수습에 힘써주셔서 빠르게 장례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그동안의 노고에 유가족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례가 끝나고 또다시 무안공항으로 돌아올 유가족을 위해 일정 기간은 무안공항에 설치된 유가족 텐트 등 시설을 유지하기로 했다"며 "지쳐있는 모든 유가족에게 힘을 보태준 모든 분에게 고마운 마음"이라며 답변했다.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 2차 가해, 악성 게시물에 대해서도 비방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박 대표는 "지난 일주일은 밤에 겨우 하루 한 끼를 먹을 정도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이었다"며 "저도 유족이다. 언론 보도에도 나왔듯 딸과 아내도 많이 울며 고생하고 있다. 어떠한 정당 소속도 아니지만 유가족 대표이기에 의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온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이 마련한 버스 안에서 긴급구호 팀장을 맡고 있는 이윤동 목사가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최창민 기자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이 마련한 버스 안에서 긴급구호 팀장을 맡고 있는 이윤동 목사가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최창민 기자

유가족 성도 위한 주일예배…분향소 발길 이어져

제주항공 참사 후 처음 주일을 맞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는 기독교와 천주교 신자들을 위한 예배가 드려졌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이날 오전 9시 30분 무안국제공항 2층 3번 게이트 앞 버스에서 기독교 신자인 유가족들을 위한 예배를 마련했다.
 
이윤동 목사(봉사단 긴급구호팀장)는 "주님 이곳에 임재하셔서 우리가 할 수 없는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위로를 내려 주옵소서"라며 "속히 모든 문제가 아름답게 해결될 수 있게 도와주옵소서"라고 기도했다.
 
예배에 참석한 한 봉사자는 "희생자 유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예배에 참여했다"며 "유가족들이 아픔을 잘 극복하고 삶의 여정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다"고 말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도 이날 오전 9시 무안국제공항 1층 2번 게이트 앞 천막에서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미사를 집전했다.
 
한국구세군은 오후 3시 무료급식 봉사가 이뤄졌던 공항 내 직원주차장 구세군 천막에서 김병윤 사령관의 인도로 유가족을 위로하는 기도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무안국제공항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수진 기자무안국제공항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수진 기자
참사 8일째를 맞은 이날까지도 공항 내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얀 국화꽃을 손에 든 시민들은 179개의 영정 사진과 위패 앞에서 고개를 숙여 갑작스럽고 안타까운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눈물을 훔쳤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국가애도기간이 종료된 가운데 광주·전남 17곳의 분향소는 연장 운영을 결정했다.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설치 운영됐던 합동분향소를 5일부터 인근 전일빌딩245 1층 실내로 옮겨 연장 운영 중이다. 운영 종료일은 희생자 유가족 측과 협의해 결정할 방침이다.
 
광주 서·남·북·광산구청에 마련된 자치구 분향소는 12일까지 연장 운영된다.
 
전남에서는 무안공항, 도청, 무안스포츠파크에 설치된 3개의 합동분향소를 다음달 15일까지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
 
또 목포, 여수, 나주, 광양, 담양, 화순, 해남, 영광, 완도 등 9개 시·군 분향소도 1월 중순까지 운영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전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9차 회의에서 "광주·전남 이외 다른 지자체에서도 조문객 방문 추이, 지역 여건에 따라 분향소 연장 운영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주일동안 무안공항에서 함께했던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은 각자 사랑하는 가족·지인들과 장례를 진행한 뒤 오는 11일 무안공항에 다시 모여 전체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향후 일정과 수습 당국과의 진행 상황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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