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연합뉴스법원이 31일 12.3 내란사태의 몸통인 대통령 윤석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 우두머리(수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윤석열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을 이날 오전 발부했다. 대통령 관저 등에 대한 수색영장도 함께 발부했다. 이로써 소환 불응과 압수수색 및 문서 수령 거부, 변호인 선임계 제출 지연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한 윤 대통령측의 시간 끌기에도 불구하고 내란 종식의 첫걸음을 떼게 됐다.
법원이 내란 수괴로 대표 죄목을 달아 영장을 발부한 것 자체가 피의자 윤석열 측이 제기한 공수처의 수사권 논란은 일단락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영장발부 사유로 보건데 윤 대통령에게 적용된 내란 수괴와 직권 남용 혐의도 상당부분 인정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출석요구에 수차례 불응한 것도 체포 사유로 적시됐다.
벌써부터 걱정되는 것은 정당한 법집행이 이번에도 방해받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윤석열 변호인단과 경호처의 반응이 이런 우려를 증폭시켰다. 윤석열 변호인단은 "수사권이 없는 수사기관에서 청구하여 발부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은 법을 위반해 불법무효"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과 체포영장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낼 것이라고 한다. 경호처는 "영장 집행 관련 사항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가세했다.
윤석열측이 체포영장 발부 이후에도 공수처의 수사권을 인정하지 않는 논리를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것은 시간 끌기와 수사 방해 의도 이외로는 설명이 어려울 정도다.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을 가진 경찰과 공조수사본부를 꾸린데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면서 관련범죄로 내란 혐의를 함께 수사하고 있는 만큼 하등 문제될 게 없다. 내란 등 혐의로 청구된 문상호 정보사령관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이미 받아들여진 것과 서울서부지법이 이날 윤석열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란사태 이후 무기력했던 공권력…경호처는 사병(私兵) 아냐
연합뉴스 윤석열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에 출동한 군 지휘관에게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명령한 사실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된 뒤에는 "내가 두 번, 세 번 계엄령을 선포하면 되니까 계속 진행해"라는 말도 했다. 계엄에 관여한 군 지휘관들과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까지 구속된 마당에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우두머리가 비상계엄 발생 한 달이 다 되도록 관저에서 발 뻗고 있는 것은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이제야 말로 공권력의 권위를 보여줄 때다. 공권력이 살아있고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몸소 보여줘야 할 때다. 입씨름하거나 좌고우면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 자체가 사건 당사자나 지켜보는 국민들 모두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영장 집행을 둘러싸고 경호처에 사전에 물어볼 사안도 아닌 듯하다.
사법부가 발부한 체포영장은 대통령경호처라도 거부할 법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 대통령실과 경호처의 첫 반응으로 볼 때 체포영장 집행이 순조로울 것 같지 않아 걱정이다. 그렇더라도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걸 보여주고 헌정질서를 회복하기 위해더라도, 그리고 무너진 일상을 회복시키고 경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법 집행을 방해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히 대처해야 할 것이다. 경호처는 국가조직의 일부이지 윤석열 개인의 사병이 결코 아니다. 영장 집행을 방해한다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통상적인 법적용을 통해 단호히 대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