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제빵 중인 김도엽 대표. 장규석 기자 프랑스로 유학 가 제빵을 배웠다. 1년 넘게 프랑스 현지 베이커리에서 실습 했다. 귀국해서는 한국인 입맛에 맞는 빵을 연구하려 토종 베이커리에서 5년 일했다. 총괄매니저에 올라 매장 전체 관리도 했다. 자 이제 내 가게를 열면 성공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였다. 빵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일하던 자동차 연구소를 박차고 나와 빵에만 매진한지 8년. 김도엽 대표는 11평짜리 작은 가게를 얻어 아내와 함께 베이커리를 열었다. 빵에는 자신 있었지만 곧 어려움이 닥쳤다.
"저도 창업이 처음이다 보니까 모든 게 다 계획과 맞아 떨어지지 않았어요. 나는 '판매량을 이 정도로 잡아야지, 어떤 메뉴를 팔아야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계획했던 것이 그 상권에서 먹히는 아이템이 아니었어요. 빵이 30만원, 40만원 어치가 남아서 버리기도 하고…"
외식업의 요체는 '맛과 퀄리티'. 그러나 창업을 하면 이것은 '딱 30% 정도를 채운 것에 불과하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제 주변에도 그런 분들이 있어요. 대회 나가서 수상하신 분들도 많은데 장사가 안 된다고 하세요. 그런 분들에게 저는 맛을 고집하고 퀄리티를 유지하려는 그 노력이 너무 좋은데 그것은 가져가시되 그 외적인 것도 하시라고 얘기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분들은 너무 고집이 세요." 외적인 것들. 그 중에서도 김 대표가 창업 초기 가장 중요다고 깨닫게 된 것은 바로 '홍보'였다. 맛이 있어도 '손님들이 모르면 절대 못 온다'는 것이다.
"실력만으로 승부한다면 알려지는 시간동안 버틸 자금이 있어야 해요. 돈 많으면 그렇게 해도 되겠죠. 아니면 안성재 셰프 정도로 누구나가 다 이름을 알 정도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돼요. 맛있는 데는 너무 많고 실력 좋은 사람도 많아요. 막 창업해서 그런 곳들과 경쟁하려면 일단 알아야 와서 먹을거 아니에요?" 가게 홍보의 일환으로 큰 도로 쪽 주차장 입구에 붙인 현수막. 가게는 건물의 뒤편에 있다. 장규석 기자 김 대표의 가게는 양천구 목동 상가에 있는 건물 뒤편 이면도로 쪽 외진 곳에 있다. 또 인근에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왔던 유명 빵집이 있다. '맛있는 빵집이 여기에도 있다'고 어떻게 알릴 것인가. 그는 '장사의 신(神)'들을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장사를 잘 한다는 건 뭘까…매출로만 따졌을 때 월 매출 8천만 원에서 1억 원 정도 나오는 분들을 다 잘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분들이 하는 걸 한번 보자 해서, 강의도 찾아가고 세미나도 가보고 해서 그분들 방식을 제 나름대로 적용해봤어요. 그러다보니 그게 조금 쌓여서 지금이 나온 것 같아요."
창업 후 지역의 수요에 맞는 빵을 개발하고, 또 다양한 홍보 방법을 공부하고 적용하기를 만 2년. 그는 아내와 함께 연 11평짜리 가게에서 월 매출 6천만 원을 달성했다.
'11평의 작은 가게, 동네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 자신의 실전 경험들을 담아 '프렙 아카데미'에서 진행한 이 강의는 창업을 준비하는 7기 교육생들에게 '별 다섯 개'로 만점 평가를 받았다. 창업 전 상권 분석과 임대차 계약,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 사용한 전략, 멘탈 관리까지, 김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고스란히 후배들에게 전수 중이다.
매장에서 설명하는 김도엽 대표. 장규석 기자'프렙 아카데미'는 서울시와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운영하는 외식업 특화 실전형 창업 교육기관이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골목상권 곳곳에 청년들이 창업한 핫플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2021년부터 진행된 프로젝트다. 1년에 2번, 19~39세 청년 20명씩을 선발해 3개월 과정을 운영한다.
이미 요리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이들을 선발해 '외식업'이라는 사업을 하는 창업자로 교육한다는 것이 목표다. 레시피 개발은 물론, 브랜딩/마케팅, 위생, 세무, 상표권, 사업자금 관리 등 창업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실전 교육에 중점을 둔다. 직접 현장에 나가 상권을 분석하는 등 필드 트립도 진행한다. 수료하면7천만원의 창업자금 융자도 이뤄진다.
김 대표 또한 지난 2022년 2기 교육생으로 교육을 받았다. 그는 프렙 아카데미 교육을 받으면서 창업 준비를 동시에 진행했다. 상권분석 교육을 받으면 곧바로 부동산을 찾아갔고 다녀와서는 다시 강사의 피드백을 받는 식으로 창업 준비 시간을 단축했다.
"강사로 오시는 분들이 정말 밖에 나가서는 직접 만나려고 하면 쉽게 못 만나는 분들이에요. 그런 분들에게 강의를 듣고 바로 현장에 다녀와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니까 너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준비 없이 창업하면 오픈하고 부딪히면서 해야 하는데 그 기간 동안 자금압박이 오면 현실적으로 힘들어지거든요. 그래서 서울에 창업을 하겠다고 하는 분들은 무조건 프렙 아카데미에 지원하라고 합니다." 서울시 제공
김 대표는 자신이 프렙 아카데미에서 받은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물론 여러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한 실전 강의에 나선다. 또 모든 기수가 참여하는 단톡방에서도 여러 창업 노하우와 지원 정보가 오간다. 선후배간 교류를 통한 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도 프렙 아카데미의 장점이다.
프렙 아카데미 운영 담당자인 서울신용보증재단 박정선 차장은 "기존 창업지원은 자격증 취득을 목적으로 하거나 푸드코트형 매장에서 판매경험을 쌓는 등 단순히 공간만을 제공했다"면서 "프렙 아카데미는 다르다. 서울시와 재단, 수료생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고 창업자금 뿐 아니라 경영안정을 위한 사후관리까지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통상 외식업 1년 생존율이 62%, 5년 생존율은 20%에 불과하다. 그러나 프렙 아카데미의 창업 생존율은 90%가 넘는다. 올해 12월 현재 7기 수료생까지 135명 가운데 71명이 창업했고(창업율 52.5%), 이 가운데 폐업한 사례는 5명에 불과하다. 창업 생존율은 92.9%에 달한다.
박 차장은 무엇보다 수료 이후에도 수료생들과 운영자까지 이어지는 끈끈한 인적 교류가 이런 성과를 만든 힘이라고 말했다.
"사장님의 인생과 서사가 담긴 한 가게가 만들어진 과정을 알게 되었는데 어찌 애정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겠어요. 사업을 하다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재단을 찾는 건 당연해요. 그런데 좋은 일이 있을 때 덕분이라며 고맙다고 말해주기는 쉽지 않죠…근처에 온 김에 얼굴만 잠깐 보고 가려고 왔다는 사장님들도 계세요. 이런 분들과 함께라면 누구라도 진심으로 일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