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7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시민 수천 명이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 거부 행동을 규탄하고 있다. 김수진 기자올해 광주전남에서는 12·3 내란 사태로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의 아픔을 다시 떠올린 광주 시민들이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모여 민주주의를 향한 불빛을 밝혔다.
광주 시민들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2번째 우승을 차지한 기아타이거즈와 기쁨을 나누고, 광주 출신의 여성 문학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의 쾌거를 나누며 서로를 껴안기도 했다.
아직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한 광주전남 의료 공백 심화와 청년인구 유출, 고령화 문제는 해를 넘겨서도 답보 상태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광주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한 보도방 이권 다툼 칼부림 사건과 마세라티 뺑소니 사망사고 등 전국이 주목한 크고 작은 사건·사고도 잇따랐다.
광주CBS의 연말 기획보도 마지막 순서로 광주전남지역 사회 분야를 결산한다.
12·3 내란 사태로 다시 떠오른 5·18 트라우마
광주 14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이하 광주비상행동)은 지난 12월 14일 오후 3시 30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광주시민 제6차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김한영 기자
지난 3일 밤 10시 갑작스레 비상계엄이 내려졌다. 1980년 5·18 당시를 떠올린 광주전남 시민들은 3일 밤부터 광주시청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앞 등에 모이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탄핵소추안 가결을 위해 매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목소리를 냈다.
45년 전의 일이 떠오르면서 트라우마를 겪은 시민들도 많았다. 두 번 다시 1980년 5월의 그날을 반복할 수 없다는 의지를 가진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광주전남 시민단체는 물론, 5·18단체, 지역 청년 모두 이번 사태에 대해 '탄핵 촉구·관련자의 조속한 수사와 처벌'을 외쳤다.
광주 14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은 지난 12월 14일 오후 3시 30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광주시민 제6차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김한영 기자탄핵소추안 투표 날 시민들은 각자 응원봉 등 빛을 내는 물건을 들고 광장을 발 디딜 틈 없이 메웠다.
12·3 내란 사태에 전남지역 농민들도 잔뜩 뿔이 났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등은 10여 대의 트랙터와 함께 전남 무안 전남도청 앞에서 시작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윤석열 대통령 관저까지 향하는 '트랙터 상경 투쟁'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 지역에서는 경찰과의 다툼이 벌어졌다. 28시간가량 대치 상황이 벌어진, 이른바 '남태령 대첩'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계엄포고령에 의정 갈등 재점화…커지는 의료 공백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응급실 앞. 박성은 기자'사직 전공의 등 의료인 복귀 명령'이 포함된 비상계엄 포고령을 계기로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한 의정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계엄사령부가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밝힌 포고령(제1호)에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담겨 의료계를 더욱 분노케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보건복지부가 지난 2월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천 명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의료 공백 사태는 10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 휴학 등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전남 거점 의료기관인 전남대병원은 전공의 225명이, 조선대병원은 전공의가 107명이 지난 3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의 사직서가 5개월 뒤인 지난 8월 모두 일괄 처리된 이후에도 복귀 움직임은 묘연하다.
2025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는 전남대병원 2명, 조선대병원은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의 한 보건지소에서 차출된 일반 진료 공중보건의의 책상. 김한영 기자진료와 수술 건수를 크게 줄이면서 입원환자도 줄었다. 전남대병원은 3개 병동을, 조선대병원은 4개 병동을 폐쇄 통합했다. 이에 수술 건수와 응급실 운영도 갈등 이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병원의 적자도 불어나고 있다. 지난 10월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이 공개한 2023~2024년 상반기 국립대병원 손실액 현황에서 전남대병원은 올해 359억 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남대병원은 지난 2023년 12억 원 가까이 흑자였지만 올해 대규모 적자로 전환돼 3128%의 순익 감소율을 기록했다.
간호사들도 채용 타격을 입었다.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은 보편적으로 매년 7월에서 8월쯤 신규 간호사 채용 공고를 띄웠지만 올해는 채용이 없었다.
이어지는 의료 공백은 가뜩이나 의료 시설이 부족한 광주전남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당초 상급종합병원 중심의 의사 이탈 여파가 공중보건의 착출까지 이어져 전남 시·군 사이의 의료 격차도 커졌다.
전남지역 보건지소 공중보건의 미배치율은 6개월 만에 2배 가량 늘었고, 전남 보성 등 일부 지역은 진료 수가 70% 정도 줄었다.
광주전남 인구 순유출 합계 1만 명…사라지는 청년들
2024년 3/4분기 호남권 지역경제동향. 호남지방통계청 제공명쾌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길어지는 광주전남의 사회 문제로는 '지방 소멸 위기'도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광주에서 일하는 청년 비중은 2007년 3.3%에서 2021년 2.5%로 감소했다.
전남은 2021년 기준 3%를 기록해 두 지역을 합쳐도 수도권 근로 청년 비중 53.8%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호남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2024년 7월~9월) 광주 1661명, 전남 736명의 인구가 순유출됐다. 광주전남에 유입된 사람의 수보다 지역을 떠난 사람의 수가 더 많았다는 뜻이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도 광주 4274명, 전남 3407명이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광주는 70세 이상 인구 유입은 더 늘어간 것으로 나타나 20대의 인구 유출이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기준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난 전남의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 비중은 27.18%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인구 4명 중 1명꼴로 노년층인 셈이다.
청년층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 전국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마세라티 뺑소니 사망사고'…광주 경찰 수사 난항
광주 도심 유흥가 흉기 난동 CCTV 캡쳐화면. 광주지검 제공광주에서 벌어졌지만, 전국적인 관심을 받은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광주 경찰 수사력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지난 6월 7일 오후 7시 20분쯤 광주 광산구 첨단지구 한 유흥주점 밀집 거리에서 칼부림이 일어나 많은 시민들이 끔찍한 현장을 목격했다.
조직 폭력배의 일원으로 알려진 50대 남성 김모씨는 유흥업소에 접대부를 공급하는, 이른바 '보도방' 업주들 사이에서 갈등을 겪다 미리 준비한 흉기로 이같이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법 형사13부(정영하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살인미수)·직업안정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2년을 선고하고, 부당이득금 2억7천여 만원 추징과 보호관찰 5년을 명령했다.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뺑소니 사망사고'를 낸 마세라티 운전자 김모(33)씨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김수진 기자불법 행위에 연루된 의혹을 받아 추가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또 다른 사건 사고도 있다.
지난 9월 24일 오전 3시 10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도로에서는 수입차인 '마세라티'를 몰던 중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1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크게 다치게 한 뒤 사고 수습 없이 달아난 30대 남성 김모씨가 60여 시간 동안 도주 행각을 이어갔다.
김씨는 사고 직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을 시도했다가 다시 서울로 달아났으며, 사흘만인 서울 강남의 유흥가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지법 형사4단독 이광헌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은 김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도로에서 앞서 주행 중이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운전자가 외제차량. 광주 서부경찰서 제공김씨는 도주 과정에서 대포 차량이었던 마세라티 차량을 버리고 해외 출국을 시도했고, 서울 등지에서 대포폰을 사용하는 등 주도면밀하게 도피 행각을 벌였다.
가뜩이나 불분명한 피의자 신원에 잦은 해외 출국 사실이 드러나 사기 범죄 조직 연루 의혹에 불을 지폈다.
이에 광주경찰청은 김씨와 김씨의 도피 행각을 도운 이들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는지 대포차 운영업체 등을 소유했는지 몇 가지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김씨의 도주 과정에 조력자가 3명이나 연루되면서 검거에 난항을 겪었다. 이에 광주 경찰의 수사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게다가 경찰이 김씨의 음주 운전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가 검찰에 사건이 송치된 뒤 김씨에 대한 음주 혐의가 밝혀지기도 했다.
올해 경찰의 검거, 수사력을 두고 많은 사건이 여러 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0월 31일 광주 광산경찰서 앞마당에서는 불법 도박 혐의로 붙잡힌 베트남 국적의 불법체류 외국인이 수갑을 찬 채 경찰서에서 도주한 지 18시간 만에 붙잡혀 피의자 부실 관리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축제 분위기' 한강 노벨상·기아 우승에 광주 함박웃음
지난 10월 28일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이 광주-기아챔피언스 필드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짓고 환호하고 있는 모습. 기아 제공올 시즌 프로야구 MVP와 팀 우승 등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12번째 제패한 KIA 타이거즈 선수단은 말 그대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KIA 타이거즈는 이번 우승으로 '한국시리즈 불패 신화'도 이어갔다. KIA는 올해 안방에서 우승하면서 1987년 이후 37년 만에 광주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또 지난 10월에는 광주시가 KIA 구단과 협의해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5·18민주광장까지 카퍼레이드로 시가행진을 벌여 흥겨운 분위기로 광주 시민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광주광역시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시상식에 맞춰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시민 축하행사'를 시청 시민홀에서 개최했다. 광주시 제공광주지역 출신의 여성 소설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지역사회와 지역 문단, 오월 단체 등의 큰 환호를 받았다.
1970년대생 작가인 한강 작가는 한국인 최초는 물론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2014년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펴내 광주의 아픔을 알리기도 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극찬을 보여 다시 한번 국민 모두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한강은 '아제아제바라아제'의 한승원(85) 작가의 딸이다. 광주에서 태어나 효동초등학교를 다니다 서울로 전학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