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공유는 작품 속 한정원에 대해 "수동적이고 멈춰버린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한정원보다는 주체적인 인물인 노인지와 이서연이 작품을 끌고간다"고 말했다. 사진은 '트렁크' 미공개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자신의 연기를 꼼꼼하게 모니터링하는 배우들이 있다. 배우 공유 역시 마찬가지다.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를 연출한 김규태 감독도 이를 목격했다.
"공유 측 스태프가 현장에서 휴대폰으로 모니터 화면을 촬영해둔 뒤, 촬영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모니터링하더라고요."공유는 기자와 만났을 당시에도 완성된 작품을 세 번이나 다시 봤다고 털어놨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연기하는 저의 톤을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관찰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관찰했을 때 약간 과한 거를 기본적으로 경계하는 결벽 같은 게 있다"며 "제가 생각하는 연기 톤이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유가 출연한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비밀스러운 기간제 결혼 서비스의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을 다룬 미스터리 멜로물이다.
결혼매칭업체 NM 직원인 노인지(서현진)는 이서연(정윤하)의 의뢰로 한정원(공유)과 다섯 번째 기간제 결혼을 하게 된다.
배우 공유. 넷플릭스 제공
공유는 한정원 역할을 처음 접했을 때 본능적으로 끌렸다고 밝혔다.
"이 인물이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를 탐구하고 싶었어요. 딱하기도 했고요. 제가 가지고 있는 어떤 부분에 본질적으로 닿아 있는 느낌이었어요."그는 "사람을 만날 때 몇 마디만 나눠보면 '이 사람이 나를 꿰뚫어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지 않나"라며 "정원이가 느끼는 어떤 아픔이나 상처에 대한 직감 같은 게 느껴졌다"고 떠올렸다.
이어 "한정원이나 노인지나 결국 상처받은 영혼이고 아픈 영혼이라고 볼 수 있다"며 "우리가 거울 치료한다고 얘기하는데 한정원에 대한 연민의 마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독감 걸려 코맹맹이 소리도…서현진 얼굴이 개연성"
공유는 작품 음악에 대해서도 만족스럽다고 반응했다. 그는 "음악이라기보다는 약간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부분이 세련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공유는 작품 촬영 당시 심한 독감에 걸렸었다고 털어놨다. 기침이 심해 대사까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당시 고충을 전했다.
그는 "주변 분들 배려로 그날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다음에 찍게 됐다"며 "다 회복되고 나와서 촬영했는데 약간 코맹맹이 소리가 남아 있더라"고 웃었다.
해당 장면은 한정원이 노인지에게 '당신이랑 자고 싶은 거 같아요'라고 말하는 신이다. 수동적인 한정원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은 주요 장면 가운데 하나다.
공유는 "대사도 이전 작품에서 나오지 않았던 방식의 고백이어서 이걸 어떻게 할 지를 고민했다"며 "서현진씨도 '오빠가 이런 눈빛으로 연기할 거라고 예상 못 했다'고 하더라. 본인이 생각했던 리액션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감독님까지 오셔서 작전 회의를 했다"며 "원래 노인지의 기조라면 매뉴얼대로 더 건조하게 했어야 됐는데 현진씨가 (감정을) 조금 풀었다. 제가 그 신을 보면 좀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께 호흡을 맞춘 서현진을 극찬했다.
공유는 "노인지라는 인물이 대사와 편집으로는 불친절할 수 있는데 그런 빈 공백을 현진씨가 많이 메꿨다고 생각한다"며 "현진씨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현진씨의 대사나 얼굴이 개연성"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규태 감독과 호흡에 대해선 "되게 순수하신 분"이라며 "본인이 모르겠으면 그냥 모르겠다고 얘기를 한다. 저는 오히려 그게 되게 좋게 느껴졌다"고 웃었다.
이어 "감독님이 많이 열려 있더라. 뭔가 여백이 많은 느낌이었다"며 "이분은 그냥 뭔가 겉과 속이 너무 똑같았다. 되게 해맑고 순수하신 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오징어 게임2' 신나게 놀면서 찍었고 즐거웠다"
공유는 스스로 건조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한정원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그렇게 이질감이나 불편함이 없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제공공유도 번아웃을 겪었다고 한다. 그는 "슬럼프인지 번아웃인지 이런 거 전혀 모르고 살다가 뒤늦게 자각했다"며 "약간 고장이 났던 거 같다. 시간이 좀 지난 뒤에 그 시간을 생각해보면 명징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집에서 가만히 있고 술 마시고 싶다고 그냥 술 먹고 이러면 한도 끝도 없더라"며 "몸을 엄청 많이 썼다. 운동을 하고 낚시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낚시는 저 스스로 복잡한 생각들이나 생각이 끊이지 않을 때 저를 단순하게 만들 수 있는 좋은 취미더라"며 "그 뒤로 계속해서 더 낚시를 한 것 같다"고 밝혔다.
공유는 오는 26일 공개될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딱지남'으로 다시 한번 나올 예정이다.
그는 "제가 안 해봤던 약간의 빌런 캐릭터이기도 했고 굉장히 독특한 인물이었다"며 "거기서 제약 없이 자유롭게 채우는 재미가 있었다. 신나게 놀면서 찍었고 즐거웠다"고 웃었다.
배우 공유. 넷플릭스 제공
어느덧 40대 중반에 접어든 공유. 그는 배우로서 23년이라는 세월을 걸어왔다. 공유는 "지금까지 배우로 활동하면서 여러 일들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느낌이 든다"고 돌아봤다.
"저는 너무 앞서가서 과잉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경계하는 배우 같아요. 그래서 넘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고 차라리 좀 부족한 걸 선호하는 것 같아요."
한편 '트렁크'는 공개 2주 차에 41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 (비영어) 부문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브라질, 이집트, 홍콩, 인도, 싱가포르, 나이지리아, 아랍에미리트 등 41개국 톱10에도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