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새 싱글 '한 뼘'을 발매한 가수 별사랑. 별사랑 인스타그램"또 언젠가 타오를 날이 있겠죠? 아낌없이 태울 수 있도록 지금은 평온함을 유지하는 게 너무 기분 좋아요."
2021년부터 근 5년 가까이 중요한 선택을 자주, 많이 해야 했다. 2013년 방송한 '미스트롯 2'에서 최종 6위, 올해 방송한 '현역가왕'에서 최종 7위를 기록하며 자기 존재를 더 널리 알렸고, 경연에 뒤따르는 공연을 60회나 했다. 라디오 DJ와 뮤지컬 주연까지, 틈의 틈까지 일정으로 가득 찬 한 해를 보냈다.
누군가 다시 한번 나가라고 물으면 "네!" 하고 답할 수 있을 만큼, "너무나 값진, 제일 빛나고 멋진 순간"을 준 고마운 프로그램이지만, 경연 프로그램 특성상 '현역가왕'에선 다른 사람의 노래를 불렀다. 자연히 '내 노래'를 향한 간절함이 컸다. 내년 초에 내도 됐는데, 조금 더 앞당겨 신곡을 낸 이유다. 새 싱글 '한 뼘'을 낸 가수 별사랑의 이야기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별사랑을 만나 새 싱글 '한 뼘'을 발매한 별사랑을 만났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내려놓는' 자세에 관해 자주 언급했다. 7~8년 전 처음 알게 된 '한 뼘 인생'을 이제야 발표하게 된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별사랑을 인터뷰했다. AG엔터테인먼트 제공"'에이, 귀엽다~' 하실 수도 있지만 저 나름대로 치열했던 근 5년 동안 단기간에 너무 많은 선택과 집중을 한 것 같다"라고 운을 뗀 별사랑은 "부모님이 한 살 한 살 나이 들어가시는 걸 보면서 한 뼘도 안 되는 인생, 그리 길지 않다고 볼 수 있지 않나"라며 "고달픈 생각이나 투정을 하기보다는, 그냥 내 옆에 사랑하는 사람들하고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게 최고이지 않나. 그 말을 제가 하고 싶어가지고 급하게 내게 됐다 올해 가장 많이 한 생각이기도 하고"라고 밝혔다.
'한 뼘 인생'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마음에 꼭 들었지만 이제야 발표한 이유가 있다. 별사랑은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가 20대 중반이었는데 어머니가 암 투병을 하고 계셔서 엄마 생각에 눈물이 나 가지고 노래를 못 (녹음)했다. '나는 프로가 아니다. 어떻게 이렇게 감정 조절을 못 하나' 했고, 작곡가님께도 '노래 못 부르겠다'라고 죄송하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작곡가님께 '제가 조금 더 익어서 마음으로 전할 수 있을 때 이 노래를 해 보겠습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언젠가 꼭 부르고 싶은 노래니까 이 노래를 지켜달라고 했다. 서른네 살을 앞둔 지금 선물같이 내게 된 것 같다"라며 "엄마는 수술받으시고 지금은 많이 좋아지셨다"라고 덧붙였다.
"대표님의 기분 좋은 푸시로 세상에 나오게" 된 '한 뼘 인생'에 관해, 별사랑은 "올해가 가기 전에 팬분들한테 그리고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의 선물을 드린 거 같다. 저 스스로도 이 곡들을 들으면서 한 해를 돌아볼 수 있고 올해 말에 나의 곡을 남겼다는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별사랑은 올해 2월 방송한 MBN '현역가왕'에서 7위에 올랐다. '현역가왕 갈라쇼' 캡처녹음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늦여름부터 틈틈이 시간 날 때 녹음했는데 콘서트, 방송, 뮤지컬 등으로 워낙 바빠 목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별사랑은 "보통 원래 한 번 날 잡으면 (녹음을) 했는데 잘 안 되어가지고 서너 번 스튜디오에 들어갔다. 마무리는 가을 정도에 됐다"라고 답했다.
만족도를 묻자, 별사랑은 "7~8년 전에 처음 들었을 때보다 저 스스로 많이 내려놓은 느낌"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무엇을 내려놓았을까. 그는 "뭐든지 손에 꽉 쥐는 걸 습관적으로 하고 살았다. 잘 때도, 무대 위에서도 긴장하면 주먹을 쥐었는데, 인제는 (알아채면) 힘을 푼다. 뭔가 내 삶에 관해, 어떤 욕심에 관해 '적당한 내려놓음'이 지금은 좀 된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별사랑은 "음정이 정확하고 발성이 좋고 기교가 뛰어난 보컬한테 감동받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노래했을 때 빨려들어서 저도 눈물이 나고 함께 기쁘더라"라며 "어렸을 때는 그저 노래를 잘하고 싶어서 노력했다면 '한 뼘 인생'은 꽉 쥐고 살았던 욕심, 욕망을 좀 내려놓고 이제는 좀 릴랙스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음악 하면 어떨까 하는 노래"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 뼘 인생' 부르면서도 '저 노래 잘하죠? 제 노래 들어보세요' 이게 아니라 쉬어갈 수 있는 음악을 여러분께 선물하고 싶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이라며 "예전엔 힘들고 피곤해도 이겨내려고 했다면 지금은 '오늘은 쉬자' 이런 마인드가 자연스럽게 됐다. 막 힘내야지, 잘해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내려놓은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별사랑은 본명 윤정인에서 별사랑이라는 지금의 활동명을 정하게 된 이유도 밝혔다. AG엔터테인먼트 제공이번 '한 뼘 인생'은 '장꾸미' 이후 1년 8개월 만에 나온 신곡이었다. 다음 신곡은 조금 더 빨리 만나볼 수 있을지 질문하자, 별사랑은 "내년에는 정규까지는 힘들 것 같지만 미니 정도로 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사실 경연도 끝났고 콘서트도 끝나가니 내 음악을 돌아볼 때가 왔다"라고 답했다.
그는 "너무나 활동을 많이 하지만 제 노래로 활동하진 않는다, 카피 곡을 많이 하니까. 서른네 살이 되는 지금 시기가 좋다. 내 음악을 쌓아가자는 생각이다. 또, 한국 시장 말고도 일본, 중국 쪽으로도 가고 싶기도 하다. 여러 나라에서 뭔가 음악으로 소통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노래를 시작하게 된 시기는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노래를 잘하는 줄 모르다가 학교 음악 선생님이 '소질이 있다'라고 알아봐 교가와 애국가를 정식으로 녹음했고, '열려라 동요세상'이란 프로그램에서 수상까지 했다. 이후 대전시립합창단에 들어가 활동했고 고등학교 땐 밴드부 활동을 열성적으로 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밴드 콘테스트에서 수상해 일본에서 활동할 기회가 생겼다. 뒤늦게 대학에 진학한 이유다. 곧을 정(貞)에 어질 인(仁)을 쓰는 윤정인이라는 본명을 쓰다가, 솔로로 활동할 땐 또 다른 이름을 썼다. '별사랑'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갖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별사랑은 '현역가왕' 출연, 콘서트, 라디오 DJ, 뮤지컬 등 다양한 활동으로 2024년을 꽉 채워 보냈다고 말했다. AG엔터테인먼트 제공
별사랑은 "윤정인이라고 하면 윤정임? 윤정희? 윤정이? 하면서 아무도 제 기억을 못 하는 거다. 제가 집에서 막내인데 부모님이 '사랑이'라고 불러주셨다. 당시 회사 대표님이 '앞에다가 별을 붙여볼까?' 하셨다.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늘 사랑받는 가수가 되길 바란다고. 그래서 별사랑이라고 지었는데, 그러고 나서 저를 까먹는 분들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트로트를 주 종목으로 하긴 하지만 별사랑에게는 '밴드 음악'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는 "그런 상상도 한다. 별사랑 밴드를 만들고 싶다고. 트로트 가수 최초가 아닐까"라며 "제가 밴드 음악을 사랑했던 이유는… 음악이 살아있다. 생동감이 있고, 함께 딱 연주했을 때 '와, 이게 음악이다!' 하면서 내 몸 곳곳에 악기 연주 소리가 묻으며 나도 보컬로서 또 하나의 악기로 함께한다는 게 짜릿했다"라고 말했다.
트로트를 만나기 전까지는 밴드 음악을 "가장 매력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는 별사랑은 "트로트가 인생 그 자체라고 한다면 밴드는 진짜 살아있는 활어회 같은 느낌이다. 밴드 합주를 한 번 하고 나면 엔도르핀이 돌았다"라고 돌아봤다.
장르도 제한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포크를 너무 좋아"하고 "통기타 연주도 할 수 있으니까" 언젠가 '포크 앨범'을 내 보고 싶다고 별사랑은 말했다. 이어 "'너뿐야'라는 곡이 원래 포크였다. 어쿠스틱 버전으로도 내고 싶다. (하고 싶은 음악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엔 꺾고 뒤집고 돌리고 흔들면서 정통(트로트)을 했다면, 또 다른 음악도 도전해 보고 싶다"라고 바랐다.
별사랑 인스타그램
'인기 가수'가 꿈이 아니었고, 지금처럼 트로트 가수로 활동할 줄 꿈에도 몰랐다는 별사랑의 목표는 여전히 같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는 "내 노래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땐 가수가 되어야지 하는 마음도 아니었는데… 내가 무엇이 될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지금 와서 보면 실현되고 있으니 참 희한하다"라고 돌아봤다.
별사랑은 본인을 어떤 가수로 바라볼까. 그러자 "담백하다, 참 음악을 사랑하는구나 이런 게 떠오른다. 연습하면서 그 음악에 너무 몰입해 때로 울 때도 있다. 누가 나를 이렇게 울리고 채찍질하고 행복함을 느끼게 할까. 그건 음악밖에 없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나는 진짜 음악을 사랑하는구나! 음악은 너무너무 나한테 행복을 주는 매개체예요. 그냥 말로만 '오래오래 노래할게요' 하는 게 아니라, 진짜 목소리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해서 음악을 남기고 싶어요. 내년, 내후년에는 별사랑이라는 가수가 어떻게 익을까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