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페디. 연합뉴스'외국인 투수 명가'임을 입증한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안목은 내년에도 빛을 발할까.
NC는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배출했다. 2023시즌 KBO리그 최고 투수는 단연 에릭 페디였다. 압도적이었다. 페디는 30경기에 출전해 180⅓이닝 20승 6패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겼다.
투수 부문 트리플크라운(3관왕)이었다. 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다. 페디 이전 20승과 200탈삼진 이상을 동시에 달성했던 투수는 1986년 선동열뿐.
시즌이 끝난 뒤 각종 시상식 투수 부문 상은 모조리 페디의 몫이었다. KBO 시상식에서 투수 부문 수비상,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상을 차지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는 총 유효표 291표 중 267표를 획득, 압도적인 득표율 91.8%를 기록하고 황금 장갑을 챙겼다.
페디는 2023시즌이 끝난 뒤 공룡군단을 떠났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 후 화려하게 빅리그로 복귀했다. 페디는 올 시즌 도중 팀을 옮겨 현재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으로 뛰고 있다.
카일 하트. 연합뉴스
그 빈자리를 메운 선수는 카일 하트였다. KBO 역대 최고 수준의 기록을 남긴 페디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하트는 충분히 역할을 다해냈다.
올 시즌 하트는 26경기 157이닝을 던졌다. 13승 3패 182탈삼진 평균자책점 2.69의 맹활약을 펼쳤다. 페디만큼의 압도적인 성적은 아니었지만 다승 공동 3위, 탈삼진 1위, 평균자책점 2위, 승률(10승 이상) 2위(0.813)에 달하는 리그 최정상급 기록이다.
하트 역시 시즌 종료 후 각종 시상식 투수상을 휩쓸었다. KBO 시상식 투수 부문 수비상을 받았고,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는 유효표 288표 중 119표를 얻어 41.3% 득표율로 황금 장갑을 챙겼다.
NC는 2년 연속 골든글러브 투수를 배출한 '외국인 투수 명가'가 됐다. 하지만 페디에 이어 하트까지 1년 만에 최고 투수를 다시 미국으로 보내야 했다.
하트와 재계약을 위해 NC 구단은 최선을 다했다. 내년부터 새로 지휘봉을 잡는 이호준 감독도 취임 선물로 하트와 재계약을 원했다.
그러나 하트의 미국 복귀 의지가 강했다. 한국으로 오기 전 MLB 등판 기록이 4경기밖에 되지 않았다. 2020시즌에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15.55에 그친 게 전부다. 시즌 종료 후 현지에서 하트에 관심을 보이는 구단이 다수 나타났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NC는 하트와 결별을 확정 지었다. NC 측은 "하트와 재계약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미국 복귀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며 "미국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다만 NC는 하트에 대한 보류권은 유지한다. 하트가 KBO리그로 돌아올 때는 NC만 협상이 가능하다.
NC와 계약한 새 외국인 투수 라일리(왼쪽), 로건. NC 다이노스 제공
2년 연속 리그 최고 투수를 넘겨야 했지만, NC는 새 외국인 투수를 통해 돌파구를 찾기를 바란다. 우완 라일리 톰슨과 좌완 로건 앨런을 차례로 영입해 2025시즌을 위한 '좌완 원투 펀치'를 구축했다.
미국 출신 라일리는 2018년 MLB 시카고 컵스에 11라운드로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했다. 빅리그 경험은 없고 마이너리그 5시즌 동안 108경기 19승 25패 평균자책점 4.68을 남겼다. 최고 159km의 강속구가 장점인 투수다. 커브, 컷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여러 구종도 구사한다.
로건 역시 미국 출신으로 2015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8라운드 지명을 받고 프로 경력을 시작했다. MLB 통산 45경기 5승 11패 평균자책점 5.79를 작성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191경기 45승 35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시속 140km 중후반대의 직구와 함께 스플리터, 커브, 스위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의 변화구를 뿌린다.
NC 임선남 단장은 라일리에 대해 "마운드 위에서 강한 승부욕과 탈삼진 능력을 갖춘 선수"라며 "강력한 속구와 커브를 바탕으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파워 피처"라고 소개했다. 로건에 대해서는 "퀄리티 높은 변화구를 통해 영리한 투구를 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NC 데이비슨. 연합뉴스앞서 NC는 올 시즌 KBO리그 홈런왕 맷 데이비슨과 1+1년 최대 320만 달러 재계약도 완료했다. NC의 외국인 선수 선별 안목이 내년에도 통할까. 올해 리그 9위(61승 81패 2무)에 그친 NC가 비시즌에 어느 정도의 전력을 갖춰 새 시즌에 등장할지 큰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