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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돌보고, 음악가 꿈 키우고…내 고향 지키는 '기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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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저출생 인구위기는 지역의 소멸을 뜻합니다. 이대로라면 2047년 전국 229개 시·군·구 모두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됩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침몰하는 가운데, 눈앞의 불균형은 지역소멸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소멸의 시계를 멈춰 세울 상생의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창사 70주년을 맞은 CBS노컷뉴스는 이를 위해 <지역을 살피다, 미래를 살리다> 연속 기획을 마련합니다. CBS 기자들이 전국 각지를 돌며 진단한 현실과, 모색해 본 해법들을 12편에 걸쳐 연재합니다.

[CBS 창사 70주년 특별기획: '지역을 살피다, 미래를 살리다'④]
"내 고향 내가 지킨다"…작년에 650억 기부금 모아져
전남 담양군 기부금 22억으로 전국 1등…"생활인구도 늘며 지역경제 활력 "
권용준 씨 "평생 고향의 강과 산 잊은 적 없어…받은 답례품 다시 선물"
10만원 이하 소액 기부가 대부분 '전액 소득공제'

경남 김해시가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지원하고 있는 어린이합창단의 연습 모습. 김해시 제공 경남 김해시가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지원하고 있는 어린이합창단의 연습 모습. 김해시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가장 가까운 2차 병원 '4시간 48분'…지역의료 붕괴 '골든타임'
②사라지는 마을, 학교…대한민국 '소멸 쇼크' 현장 보고서
③"지역에 돈이 안 돈다"…기업·청년 실종보고서[영상]
④어르신 돌보고, 음악가 꿈 키우고…내 고향 지키는 '기부금'
(계속)

전남 담양군이 고향인 사람들은 작년부터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이후 연로하신 부모님 걱정을 조금 덜었다.

부모님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도 먼 객지에서 한걸음에 달려가기 어려웠는데 군에서 '거동불편 어르신 병원동행 서비스'를 하면서 직접 가지 않고도 부모님의 건강 상태와 진료 결과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 병원 동행 서비스를 해주는 이들은 지역의 퇴직공무원 12명으로 봉사자의 개념으로 월 급여로 6~70만원을 받고 어르신들의 병원길에 동행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금으로 하고 있는 사업이다.

담양군 고향사랑기부제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정미경 팀장은 " 600건 넘게 어르신 동행 서비스 신청이 들어왔는데 타지에 나가 있는 자녀가 걱정을 안 할 정도로 서류서비스까지 해주고 있다"며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작년에 22억원의 기부금을 받아 전국 1등을 차지한 담양군은 올해도 비슷하거나 약간 늘어난 기부금이 모아질 것으로 보고 내년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 한 어르신 병원동행 서비스와 지역아동센터 지원은 물론 결식우려 어르신들에게 식사 제공을 위한 공동급식센터 운영, 청소년 독서 동아리 지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전남 담양군은 거동불편 어르신 병원동행서비스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돌봄을 받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것은 물론 타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도 연로하신 부모님 걱정을 다소나마 덜었다. 담양군 제공     전남 담양군은 거동불편 어르신 병원동행서비스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돌봄을 받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것은 물론 타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도 연로하신 부모님 걱정을 다소나마 덜었다. 담양군 제공 
또 목표 모금액이 59억원에 달하는 지정기부 사업으로 전남도립대 기숙사 4개동 리모델링과 읍면 복합커뮤니센터 프로그램 운영, 유기동물 입양과 양육비를 지원하는 반려동물 문화센터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낮아 새로운 사업을 하기 어려운 지방자치단체들이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주민의 삶의 질과 복리를 증진하면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평생 고향의 강과 산 잊은 적 없어요"…고향에 기부하는 사람들

권용준 해피나라 노인전문요양원 이사장(가운데)이 부인과 함께 이충우시장(왼쪽)에게 고향사랑기부금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주시 제공 권용준 해피나라 노인전문요양원 이사장(가운데)이 부인과 함께 이충우시장(왼쪽)에게 고향사랑기부금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주시 제공 경기도 안양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는 권용준(70)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고향인 경기도 여주를 떠났다.

고향에서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지만 어릴 적 뛰놀던 고향을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20 여년 전 모교가 폐교 위기를 맞았을 때도 학교를 지원했던 그는 지난 10월 고향사랑기부 연간 한도액인 5백만원을 여주시에 기부했다.

그는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났고 안양시 의원까지 했지만 마음 속 고향을 잊은 적이 없다"며 "친구들과도 교류 중인데 고향기부제 소식을 듣고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답례품으로 전국 최고인 여주쌀을 받았는데 너무 기분 좋아 이것도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작년에 모아진 고향사랑기부금은 650억 2천만원으로 대략 52만5천명이 고향사랑 기부에 동참했다.

금액별 기부 건수를 보면 전액 세액공제 한도인 10만원 기부 건수가 전체의 83%인 44만여 건으로 가장 많았다.

재정자립도가 20% 미만인 140개 지자체의 평균 모금액은 3억8천만원, 20% 이상인 103개 지자체의 평균 모금액은 1억7천만원으로 집계됐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재정이 열악한 자치단체의 재정을 확충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89개 인구감소 지역의 평균 모금액은 약 3억8천만원, 인구감소지역이 아닌 자치단체의 평균 모금액은 약 2억원으로 나타나 인구감소지역 재정에도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 관계자는 "꼭 태어난 지역이 아니더라도 학업, 근무,여행 등을 통해 관계를 맺은 제2의 고향 등에도 기부할 수 있다"며 " 고향사랑 기부가 지역사회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 주거 안정, 다문화 가정 아동 합창단 지원 등 다양한 사업

고향사랑기부금은 주민 복리증진은 물론 지역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담양군의 소상공인공동체 지원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시장의 모습. 담양군 제공     고향사랑기부금은 주민 복리증진은 물론 지역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담양군의 소상공인공동체 지원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시장의 모습. 담양군 제공 
고향사랑기부금을 받은 전국의 지자체는 지역 특색에 맞는 사업을 하느라 분주하다.

울산 동구는 올해 공유주택을 임대해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하는 '청년노동자 공유주택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충남 청양군은 홀로 사는 노인 세대 등에 인공지능(AI) 스피커를 보급했고 전국대회 우승자를 배출한 관내 학교 탁구부 육성에 힘쓰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작년에 전학생 22명을 유치했는데 지원을 더 확대해서 인구유입과 지역활성화로 연결한다는 복안이다.

경남 김해시는 지역 아동센터의 다문화 가정 아동 등으로 구성된 합창단을 지원하고 있다. '드림콰이어' 합창단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아이들은 여기서 즐겁게 노래하며 꿈을 키우고 어른들은 공연을 즐기는 등 지역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담양군도 음악 강사비 지원 등으로 아이들이 클래식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늘려주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작년부터 올해 7월까지 24억원의 고향사랑기부금을 모금했다. 전국 2위였는데 기부자들에게 도내 공영관광지 무료 또는 50% 할인, 골프장과 렌터카 등 민영관광지 혜택 범위 확대 등 기부 유인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또 '제주의 자연이 지켜집니다', '제주어가 살아납니다', '제주문화가 이어집니다' 등 다양한 테마로 제주방문과 재기부가 연계되는 선순환 구조로 제주를 살리는 고향사랑기부제 확산에 나서고 있다.

고향사랑기부금은 살림살이가 넉넉치 않은 지자체들이 주민복리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지역 농수산특산물을 기부자들에게 답례품으로 보내는데 따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담양군은 특산품인 한우와 쌀, 약과 등은 물론 관광‧문화‧체험 상품 발굴에 나서고 있으며 벌초대행서비스와 지역신문 구독서비스까지 마련했다.

150여가지 상품을 운영 중인데 꿀 같은 경우 답례품으로 많이 나가면서 생산자의 보관 기간이 줄어들고 소득이 늘고 있다.

문화 관광상품권의 경우 생활인구를 늘리는 효과를 뚜렷이 나타내고 있다.

담양군 관계자는 "처음에는 유가증권의 회의감이 있었지만 광주 인근에서 상품권을 쓰기 위해 많이 온다"며 "오면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하기 때문에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다. 자연스레 생활인구가 늘면서 지역에 활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 고향 내가 지킨다"…고향에 기부하고  소득공제에 답례품까지

전국 시도별 고향사랑기부제 주요 답례품. 행정안전부 제공 전국 시도별 고향사랑기부제 주요 답례품. 행정안전부 제공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신이 태어나 자란 고향이나, 관계가 깊은 지역 또는 개인적으로 응원하고 싶은 지역을 선택해 기부하고, 기부자에게는 지자체가 기부액의 30% 이내의 답례품을 주고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일본의 고향납세를 본따 만들어졌으며 작년 1월부터 시행됐다. 고향사랑기부금을 받은 지방자치단체는 별도의 기금(고향사랑기금)으로 관리해야 되며 주민복리 증진 등의 한정된 용도에만 사용할 수 있다.

기부대상은 본인의 주민등록지 외 전국의 모든 지자체로 수원시민의 경우 경기도와 수원시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에 기부할 수 있다.

법인이나 단체가 아닌 개인만 기부가 가능하며 기부액 연간 한도액은 1인당 5백만원이다.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되고 1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의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고향사랑e음과 전국 5천9백여개 농협은행 창구에서 주로 기부가 이뤄졌는데 지난 2일부터는  일반 은행 등 민간 앱과 웹에서도 기부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공감만세와 액티부키를 시작으로 기업은행과 국민은행이 서비스를 개통했고 내년 3월부터 6월까지 이뤄지는 2차 개통에는 당근마켓, 엘지헬로비전, 체리, 웰로, 파스칼랩 등이 참여한다.

전국 지자체가 발 벗고 기부금 모집에 나선 상황으로 관심지역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답례품과 기부금 사업 등에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를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 기부금이 제대로 지역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효능감'을 높이는 것이란 지적이 많다.  답례상품에 문제가 없도록 해 기부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행안부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지속적인 기부와 재기부를 유도해 고향에 대한 기부문화가 확실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기부상한액을 확대하고 모금방법 제한을 완화는 등의 제도개선 노력도 계속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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