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7일 제주학생문화원 대극장에서 열린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설명회. 제주도 제공▶ 글 싣는 순서 |
①동제주·서제주·서귀포 재정격차 심각 '빈익빈 부익부' 우려 (계속) |
오영훈 제주지사는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도민 공론화를 거쳐 권고한 '시군 기초자치단체 모형'과 '행정구역 3개 분리안'을 수용했다. 동제주시와 서제주시, 서귀포시로 나누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3개 기초자치단체로 분리할 경우 재정 격차가 있다는 점인데 서제주시의 지방세 수입이 동제주시와 서귀포시에 비해 훨씬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군'이나 '자치구'는 지방세 일부를 거둬 재원으로 쓴다.
우선 시·군은 지방세기본법 상 주민세와 지방소득세, 재산세, 자동차세, 담배소비세 등 5가지 세목을 징수할 수 있다. 광역자치단체인 도에서는 취득세와 등록면허세, 레저세, 지방소비세, 지역자원시설세, 지방교육세 등 6개 세목을 거둘 수 있다.
지난 8월 27일 제주학생문화원 대극장에서 열린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설명회. 제주도 제공2023년 시행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읠 위한 공론화 추진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서제주시와 동제주시, 서귀포시 출범을 전제로 2022년 재원 기준 시.군세를 적용하면 서제주시는 2517억 원, 동제주시 1886억 원, 서귀포시 1712억 원의 지방세를 각각 징수할 수 있다.
재원 비율은 서제주시 41%, 동제주시 31%, 서귀포시 28%로 서제주시와 서귀포시는 13%p나 차이가 난다.
자치구는 특별시냐, 광역시냐에 따라 징수할 수 있는 지방세가 다르다. 다만 2022년 지방세 자치구세 (등록면허세, 재산세, 주민세)를 기준으로 제주 3개 기초자치단체에 적용하면 서제주시는 946억 원, 서귀포시 882억 원, 동제주시 754억 원이다.
각각 37%, 34%, 29%의 비율로 역시 서제주시에 치우쳐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가 지난 달 29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가 조속히 결정될 수 있도록 국회가 적극적으로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제주도 제공시·군 체제는 물론 자치구 체제를 적용해도 제주지역 3개 기초자치단체 간 세수 격차가 난다는 얘기다.
지방세를 거둬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지역간 재정 불균형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제주형 재정조정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재정조정제도는 중앙과 지방 간, 광역과 기초 사이 재정 자원을 재분배해 지역간 재정 격차를 줄이고 공공 서비스 제공 능력을 균형있게 맞추기 위한 제도다.
한마디로 제주형 재정조정제도는 3개 기초자치단체 간 재정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해 제주도가 재원을 다시 배분하는 것으로, 제주만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8월 20일 제주청년센터 5층 오픈라운지에서 열린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에 따른 청년정책 변화 방향 모색 토론회. 제주도 제공
제주의 경우 지난 2006년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이후 국가사무의 단계별 이양이 이뤄졌거나 진행중이어서 다른 시도와 상황이 다르고 오히려 사무배분 체계가 행정의 효율적 운영을 추구하는 특별시나 광역시 체제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법인격 없는 2개 행정시만 존재하면서 대중교통과 상하수도, 광역폐기물처리시설, 장사시설 등은 이미 광역화돼 있다.
기초자치단체가 출범해도 곧바로 기초사무로 전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방자치법상 대중교통과 상하수도 등은 기초사무지만 제주도는 이미 통합시스템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당분간 광역사무로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초자치단체 간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재정조정제도를 도입해도 제주도는 기존의 시·군 체제보다는 자치구 체제와 더 유사하기 때문에 제주만의 독특한 상황을 반영한 '제주형 재정조정제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홍근석 연구위원은 지방세 수입의 경우 기초자치단체별 인구와 사업체수 등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재정 격차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동제주시와 서제주시, 서귀포시 사이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제주형 재정조정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