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 안영준. KBL2024-2025 프로농구 정규리그 초반의 상위권 경쟁 구도는 시즌 전 예상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개막 전에는 지난 시즌 정규리즈를 제패한 원주 DB,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부산 KCC와 준우승을 차지한 수원 KT가 주목받았다.
그러나 올 시즌 현재 1-2위를 달리고 있는 팀은 폭발적인 공수 전환을 자랑하는 서울 SK(13승 3패), 울산 현대모비스(12승 5패)다.
오는 1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SK와 현대모비스의 1-2위 맞대결이 펼쳐진다. 정규리그 2라운드의 최대 빅매치다.
지난달 6일 울산에서 열렸던 1라운드 맞대결에서는 SK가 95-76으로 크게 이겼다. 자밀 워니가 26득점 10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승리를 견인했다. 속공 득점에서 19-5로 크게 앞섰다. 팀 3점슛 성공률이 18%(4/22)에 그쳤음에도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이다.
SK는 현재 팀 속공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 9.6개로 2위 현대모비스(5.1개)보다 2배 가까이 많다. KBL 역대 단일시즌 최고 기록을 넘볼만한 페이스다. 역대 1위는 2000-2001시즌 안양 SBS가 기록한 8.1개다.
SK 속공은 워니가 시작한다. 뛰어난 수비 리바운드 장악 능력이 속공의 시작이다. 워니는 리바운드 이후 스스로 드리블을 하며 팀의 템포를 끌어올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김선형, 안영준, 오재현 등 속공 전개와 마무리에 능한 동료들에게 건네는 패스도 정확하다. KBL 여섯 번째 시즌을 소화 중인 워니의 평균 어시스트는 4.8개로 데뷔 후 가장 높다.
SK에 맞서는 현대모비스의 시즌 기록을 살펴보면 매우 신비로운 팀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홈과 원정 성적의 차이부터 신기하다. 홈에서는 4승 4패에 불과한데 원정에서는 8승 1패를 기록했다. 선두 SK(7승 3패)보다 원정 성적이 좋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SK전 패배 이후 10경기에서 8승을 수확하며 순위를 2위로 끌어올렸다.
현대모비스의 시즌 평균 득점은 81.5점으로 SK(82.8점)에 이어 2위다. 그런데 평균 실점은 80.2점으로 리그 최하위다. 득실점 차이가 플러스 1.3점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득실점 차이가 클수록 전력이 강하고 성적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실점이 많은 팀이 성적이 좋은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현대모비스는 다르다.
공동 6위에 올라있는 원주 DB와 안양 정관장을 포함해 포스트시즌 진출 범위에 있는 상위 7개 팀의 기록을 비교할 때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현대모비스는 나머지 팀들에 비해 5점 차 이내 승부를 많이 펼쳤다. 17경기 중 무려 9경기가 무려 5점 차 이내 승부였다. 다른 팀들 중에서는 6경기가 최다다.
지고 있다가 따라붙은 경기도 있지만 큰 점수차로 이기다가 추격을 허용한 경기도 적잖았다. 인상적인 것은 결과다. 현대모비스는 5점 차 이내 승부에서 무려 7승 2패를 기록했다. 상대 추격에 흔들려도 마지막 승부처에서만큼은 강했다는 뜻이다.
울산 현대모비스 이우석. KBL지난 12일 DB와 홈 경기가 그랬다. 현대모비스는 3쿼터 중반 13점 차로 앞서갔지만 4쿼터 마지막 5분부터 5점 차 승부가 펼쳐졌고 종료 1분 20초 전에는 2점 차로 쫓겼다.
그러나 현대모비스는 게이지 프림이 함지훈과 연계로 달아나는 득점을 만들었고 이후 이관희의 두 차례 슈팅 시도를 모두 막아내면서 87-84로 승리했다.
양팀의 승부에서 먼저 주목할 전장은 SK의 워니, 현대모비스의 숀 롱과 프림이 맞설 골밑이다. 그러나 양팀의 핵심 전략 목표는 외곽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SK는 평균 실점 부문에서 72.9점으로 리그 2위다. 그런데 SK의 페이스가 압도적으로 빠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SK가 빠른 템포의 경기를 추구하기 때문에 SK의 경기에서는 양팀 모두 야투 시도 기회가 많아진다. 그럼에도 실점이 적다. 이를 보정하는 수비 효율 부문에서는 SK가 압도적인 리그 1위다.
SK는 상대 실책에 의한 득점 부문에서도 15.9점으로 리그 1위에 올라있다. 오재현을 앞세운 강력한 외곽 수비에 상대 가드진이 밀려다니다가 순식간에 승부의 주도권을 내줄 때가 적잖았다.
현대모비스가 최근 상승세를 타는 기간에 서명진, 박무빈, 미구엘 안드레 옥존 등 가드진이 분발했고 외곽 에이스로 성장한 이우석이 그들을 잘 도왔다. 양팀의 승부에서 치열한 골밑 싸움이 펼쳐지겠지만 관건은 내외곽의 균형이다. 이 부문에서 SK가 가장 안정적인 힘을 자랑한다. 이에 현대모비스가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