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한국의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일순간 융단 폭격을 가했다. 발표 당시 거래 중이었던 외환시장과 가상자산시장, 뒤이어 열린 미국 뉴욕증시에서도 일제히 '한국 던지기'가 나타났다.
계엄선포에 금융시장 '충격'…韓기업 패닉셀도
4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전날 밤 10시20분 이후 급상승해 한때 1446.5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1446원을 돌파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 3월 15일(1488.0원) 이후 15년 8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비상계엄 선포 후 3시간여 만에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가결되자 환율도 다소 진정되면서 전날보다 1.6% 오른 1429.0원에 야간거래를 마쳤다.
비트코인 가격은 1개당 1억3천만원대에서 거래되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8800만원대로 30% 이상 급락 후 다시 회복하는 등 급변동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도 한국 관련 종목들에 대해 '패닉셀'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 ETF인 아이셰어스 MSCI 코리아(EWY)는 장 초반 6.5% 급락했고, 쿠팡은 9% 넘게 하락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네이버 자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도 장중 7% 가까이 급락했다.
시장에서 한국 금융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설지 주목하는 가운데 이날 F4회의를 주재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가용한 모든 시장안정 조치를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밸류업 외치던 尹, '코리아 디스카운트' 자초
황진환 기자윤석열 정부는 자본시장 밸류업을 추진하는 등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주요 경제정책으로 내걸었지만, 한국 경제의 취약점을 스스로 증명하고 증폭시킨 꼴이 됐다.
당장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로 환율 등 급변하던 시장이 다소 진정했지만, 당분간 국내 정치상황을 우려하는 외국인의 엑소더스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이후 4개월간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무려 21조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함에 따라 이같은 흐름은 가속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증시의 불확실성 증대는 물론이고 이번 비상계엄 선포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해당 국가의 내란이나 정쟁도 신용평가에서 중요하게 고려한다.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갈 경우 국채가격 폭락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