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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트럼프발 美中 2차 무역전쟁 가시화…韓 경제도 휘청 ②트럼프 복귀에 패권전쟁 격화…'동맹 균열' 노리는 中 (계속)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30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브릭스(BRICS) 국가들이 달러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방관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새로운 브릭스 통화를 만들거나 다른 통화로 강력한 미국 달러화를 대체하려고 시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따르지 않으면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그들은 미국에 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해야 하며, 다른 호구(sucker)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을 중심으로한 신흥국 모임인 브릭스가 비서방세력간 경제블록화를 통해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경고장을 날린 것.
트럼프 당선인은 이전 정권들은 수면 밑에서 조용하게 진행해온 중국과의 패권전쟁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그는 1기 집권 당시인 2018년 7월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과의 경제 패권전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이어 2019년에는 중국과의 첨단기술 패권전쟁에 돌입하면서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이자 글로벌점유율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던 화웨이를 직접 제재했다. 화웨이 제품에 들어가는 첨단 반도체 등의 공급망을 틀어막는 당시 제재 방식은 현재 미국의 첨단기술 분야 대중 제재의 근간이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군사·안보 측면에서도 중국과의 패권전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1기 집권 당시 전임 오바마 행정부에서 채택한 '아시아 회귀' 정책을 수정·보완해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을 봉쇄하는 '인도퍼시픽 전략'을 추진한 바 있다.
트럼프 2기에도 美中 패권전쟁 계속…동맹에도 '채찍'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당시인 2019년 한국을 방문해 한국 재계 인사들과 회동했다. 연합뉴스그러나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대응방식은 바이든 행정부와 극명히 대비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첨단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과 패권전쟁을 벌이면서 동맹을 규합하는 방식을 택했고, 또 동맹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당근'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와 전기차·배터리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굴기를 막기 위해 반도체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며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는 외국 기업들에게 막대한 지원금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들 기업의 중국 수출과 생산을 효과적으로 가로막았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과의 패권전쟁에 함께해야 할 동맹에 대해서도 '채찍'을 휘두른다. 당장 그는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폐지하고 대신 동맹에 대해서도 10~20%의 보편관세 부과를 주장하고 있다. 지원금은 바라지도 말고 관세를 내기 싫으면 알아서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는 뜻이다.
그는 1기 집권 당시에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북대서양조약기구(NOTO) 등 일본과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등 동맹과 맺은 경제, 안보 협정의 폐기와 국제기구 탈퇴를 감행하거나 이를 위협하며 동맹에게 청구서를 내밀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대선기간에는 한국을 '머니머신'(돈 나오는 기계)이라 부르며 방위비 증액을 시사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당시에도 주한 미군 철수를 카드를 꺼내들며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가 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위협하며 재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캐나다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깜짝 놀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마러라고 자택을 급히 찾았음에도 오히려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편입하라"라며 조롱한 사건은 그가 동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美 동맹에 러브콜 보내는 中…'전랑'에서 '판다'로 전향
지난달 1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중국 시진핑 호주 국가주석 앤서니 알바니즈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윤석열 한국 대통령, 볼라 아메드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 파이살 빈 파르한 알소드 사우디 외무장관, 멕시코 대표가 다른 지도자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중국은 이렇게 동맹을 '돈'으로 보는 트럼프 당선인으로 인해 미국과 동맹간 벌어진 틈을 파고드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들어 부쩍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국가들간 협력과 단합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아프리카 50여개국 정상과 대표를 안방으로 불러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을 개최했는데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공급망 협력과 공동 안보 등을 명목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에 향후 3년간 3600억 위안(약 72조 원)의 재정 지원을 약속하면서 러브콜을 보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달러 패권에 도전한다며 경고장을 날린 브릭스의 세력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러시아에서 개최된 브릭스 정상회의는 회원국이 기존 5개국에서 9개국으로 늘었고, 올해 부터는 인도네시아가 합류해 10개국이 됐다. 이는 중국이 꾸준히 브릭스 회원국 확대를 주장해온 결과다.
중국은 이와함께 한국과 일본, 인도 등 기존에 중국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주변국에게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며 관계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힘의 논라를 앞세운 '전랑(늑대전사)' 외교로 일관했지만 지난해부터는 교류와 협력 위주인 '판다' 외교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악화일로를 걷던 한중 관계도 지난해부터 개선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중국은 지난해 연말에는 양국 수교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무비자 대상국으로 지정하는 파격 조치도 내놨다. 또 같은달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2년 만에 윤석열 대통령과 시 주석간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일본에 대해서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이유로 금지했던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 재개에 지난해 9월 합의하는가 하면, 일본 역시 무비자 대상국으로 재지정했다. 인도와는 지난 60여년간 이어진 국경분쟁으로 인한 물리적 충돌을 막기위한 합의를 도출하는 등 관계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 인민대 충양금융연구원의 왕원 원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이어진 중국 억제 기조는 중국이 미국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내부 단결을 강화하도록 만들었다"며 "중국 정부는 트럼프의 복귀를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국제사회의 파트너와 협력관계를 확대하도록 하는 '효과적인 무기'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독립' 추구로 힘 기르는 中…美-동맹 균열 노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CES 2025 기조연설에서 14종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소개했다. 이 가운데 6종이 중국산이었다.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중국은 내부적으로는 미국과의 패권전쟁에 대비하며 기술독립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손발이 묶였던 화웨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화웨이는 2023년 8월 자체 개발한 7nm(10억분의 1m)급 고사양 반도체를 장착한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하며 미국의 제재를 보란듯이 뛰어넘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시작된 2018년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물론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는 아직 한국과 대만 등 주도국에 뒤쳐져 있지만 범용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창신메모리(CXMT) 등 중국 업체의 기술력이 주도국 기업들 수준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또, 전기차와 배터리의 경우 중국 기술이 이미 글로벌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 토종브랜드 비야디(BYD)의 경우 전기차 생산량과 매출에서 미국의 테슬라를 넘어서며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에 등극했고, 중국 배터리 생산기업 CATL은 점유율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선지 오래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중국은 미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실제 중국의 상급 AI 논문과 주요 국가 AI 특허 점유율은 각각 36.7%와 34.7%로, 22.6%와 32%인 미국을 제쳤다. 임기를 불과 일주일 남겨둔 바이든 행정부가 서둘러 중국을 겨냥한 AI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한 배경이다.
그밖에 트럼프 당선인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우주항공 분야에서도 중국은 미국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급격한 발전을 이뤄냈다. 특히, 중국은 전세계 최초로 달 앞뒷면 모두에 탐사선을 착륙시켜 달 탐사 분야에서는 이미 미국을 앞섰다.
중국은 향후 트럼프 당선인이 동맹을 압박해 첨단기술 분야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짜놓은 대중국 견제 단일대오에 발생할 균열을 자국의 기술독립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들어 미국이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폐지할 경우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동참할 유인이 낮아진다.
칭화대학 국제관계연구원 저우젠런 연구원은 "트럼프의 동맹 정책은 미국의 기술 동맹을 약화시킬 것이며, 중국이 기술 발전 과정에서 직면하는 국제적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면서 "중국은 미국의 기술 디커플링(분리)에 대응하여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