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2차 변론에 참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류영주 기자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 사건에서 국회와 이 위원장 측이 상임위원 2명만으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것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국회 측은 "국회 추천권을 존중했어야 했다"며 위법하다고 주장한 반면 이 위원장 측은 "긴급히 결정할 사항이었다"고 맞섰다.
헌법재판소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 위원장 탄핵 사건 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헌법재판관들은 '2인 체제' 의결 적법성과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정정미 재판관은 "각급 합의제 행정기관에 대한 헌재 사실조회 결과 대부분 의사 정족수를 재적 위원으로 해서 그 과반 또는 3분의 2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며 "합의제 의결기관은 재적 위원 과반 출석을 의사정족수로 할 수도 있다고 해석할 수 있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국회 측은 "방통위 설립 당시 여당이 두 명, 야당이 한 명씩 국회 추천 위원 3명이 결합해 운영하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만든 취지는 대통령이 지명한 2명의 위원뿐만 아니라 국회 추천인이 추가돼 논의하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회의 추천 규정이 법에 명시돼 있으므로 그런 추천 권한이 존중돼 합의 형식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판 2차 변론기일인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문형배(가운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헌법재판관들이 심판정에 앉아 있다. 류영주 기자
반면 이 위원장 측은 "지난해 8월부터 방통위는 (국회 추천 몫 위원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였다"며 "(방통위법에) 재적 과반수라는 의미를 둔 이유는 국회 추천 없이 2인만으로라도 합의제 기구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 위원장이 취임 당일 방문진·KBS 이사 교체를 통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전임 위원장들 때부터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며 "아주 긴급하게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방문진의 경우 후임 이사가 선임되지 않을 경우 현재 이사가 계속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현재 이사가 굳이 계속할 만한 당위성보다 임기가 다 된 이사를 새로 선임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문 권한대행은 국회 측에도 이 위원장이 파면당할 정도로 중대한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평가되는지도 물었다.
국회 측은 "임기가 남았으니 여유를 갖고 여당, 대통령실 쪽에 (상임위원) 임명을 촉구하거나 기다렸어야 했다"며 "(이사) 직무대행이 있어서 당장 KBS, MBC 운영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의도적으로 절차를 무시하고 강행한 것은 중대한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탄핵소추 발의를 예상하고 7월 31일 전체 회의를 소집해 (의결)한 것이냐"고 물었다. 이 위원장은 "국회 추천 3명이 언제 올지 시일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탄핵 위협성 발언도 있어 심리적 압박을 느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유로) 7월 30일 이사를 선임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위원장 단독으로도 열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서 위원장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 권한대행은 다음 기일에 변론이 종결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양측이 최종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24일 오후 2시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