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일 통계청장이 26일 서울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 콘퍼런스 홀에서 '저출생 사회에 대한 정책적 대응 방안 모색'을 주제로 열린 '제8회 저출생·고령화 국제 심포지엄'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통계청 제공
"올해 합계 출산율은 당초 통계청 장기추계치인 0.68명보다 높고 작년 실적치인 0.72명보다도 높은 0.74명 내외로 전망돼 처음으로 출산율 반등이 예상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형환 부위원장은 지난 26일 통계청과 유엔인구기금(UNFPA)이 주최한 '제8회 저출산·고령화 국제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주 부위원장은 "최근 혼인 건수가 5개월 연속, 출생아 수는 2개월 연속 증가했다"며 이러한 추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처음으로 출산율이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산율은 2015년 1.24명을 기록한 후 지난해까지 8년 연속 내리막길이다. 올해 출산율이 0.74명으로 반등한다면 9년 만에 오름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발간한 '2025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2023년(0.72명) 저점을 찍고 반등해 2024년에는 전년 대비 0.2명 상승하고, 2028년까지 완만하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정책처는 2024년은 0.74명, 2025년은 0.76명, 2026년과 2027년은 각각 0.77명, 2028년은 0.76명으로 분석했다.
실제 출생아 수와 혼인 건수도 늘고 있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전국 출생아 수는 2만59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84명 늘어 10.1% 증가했다. 지난 7월 2만 601명(전년 대비 7.9%↑), 8월 2만 98명(5.9%↑)에 이어 석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3분기 증가율을 끌어올렸다.
혼인 건수도 3분기 5만 170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만 3건(24%) 증가했다. 9월 기준으로는 전년 동월 대비 2428쌍(18.8%) 많은 1만 5368쌍이 혼인했다. 지난 7월, 8월에는 각각 1만8811건, 1만7527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2.9%(4658건), 20%(2917건) 증가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출산율 반등' 원인으로 여러 분석을 내놨다. 우선 결혼에 대한 인식이 다소 긍정적으로 변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시기 극도로 고립감을 느끼던 청년들이 결혼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는 것이다.
이형일 통계청장(앞줄 왼쪽 네 번째)이 26일 서울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 콘퍼런스 홀에서 열린 '제8회 저출산·고령화 국제 심포지엄'에서 내빈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통계청 제공통계청이 지난 12일 발표한 '2024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52.5%로 2014년(56.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결혼하면 자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68.4%로 2년 전보다 3.1%p 증가했다.
코로나19 시기 사회적 거리두리 조치로 인해 미뤄뒀던 결혼과 출산을 재개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왔다.
서울대 인구정책센터 이상림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미뤘던 결혼과 출산이 재개되고 있다"며 "출생아 수가 많은 1991년대생들이 결혼하는 시기로 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청년들이 정부의 저출산 정책 효과를 체감한 결과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석재은 교수는 "기존에 (올해 합계출산율은) 0.68명으로 예상됐는데, 0.74명으로 오른다는 전망이 나왔으니 미미하지만 반등세라고 볼 수 있다"며 "정부의 정책 효과를 체감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저출산 정책과 관련해서 일가정 양립, 양육 부담 완화, 주거 대책 등 세 가지에 집중하고 있다"며 "사회가 결혼이나 출산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분위기를 형성해 저출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출산율 반등'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림 책임연구원은 "현재 상황은 출산율이 '올랐다'라기보다는 '하강이 멈췄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올랐다고 보려면 재작년 출산율 수준(2022년 0.78명)보다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