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민생 행보에 속도를 내면서 정국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당원게시판 의혹'을 밝히라는 친윤계의 압박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 대표가 던지는 민생 메시지에 '한 방'이 없어 국면을 전환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 속에 이 같은 압박은 야당 상황과는 별개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명태균발(發)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진 지 얼마 뒤 당무감사에 착수했던 만큼,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서는 당무감사를 거부하는 것이 더 부자연스럽다는 반응도 당 안팎에서 나온다. 한 대표가 띄운 민생경제특위를 놓고도 "국면전환용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명태균 게이트'도 당무감사 했는데…
친윤계는 19일 한 대표를 향해 당무감사를 실시하라는 압박을 이어갔다.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의 이름으로 당원게시판에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비난하는 게시물이 다수 작성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만큼 사실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취지다.
김기현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대표 가족들이 본인이 쓴 댓글인지 아닌지 밝히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며 "거기에 무슨 어려움이 있고 법률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권성동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정 당내 화합을 위해 하루빨리 당무 감사를 통해 이 문제를 밝혀야 한다"며 한 대표를 향해서도 "가족 명의가 도용된 것인지 아니면 사실인지 진실을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촉구하는 등 논란의 불씨를 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친한계가 대내외적으로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당무감사를 미루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당무감사위원회는 당 소속 국회의원이나 주요 당직자가 사회적 물의‧비리‧비위 등을 일으켰을 때, 혹은 당 지도부가 중대한 윤리 사안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 실시할 수 있다. 한 대표의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당무감사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한 대표 주도로 당원게시판 작성자를 가려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사안인 당원 명부 유출 의혹에 대해서도 당무감사에 착수한 바 있다. 친윤계가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친한계 대응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 친윤계 의원은 "수사 기능이 없는 당무감사위원회 입장에서는 당원 명부 유출 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당원게시판 작성자를 가려내는 것이 훨씬 단순한데 굳이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생특위' 띄웠지만…실체는?
황진환 기자수세에 몰린 한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유죄 선고 이후 야당을 향해 비판 메시지를 내는 한편, 민생 행보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모습이다.
한 대표는 18일과 19일 중소기업인들과 한국노총을 찾는 등 '민생 경제 살리기'에 분주했다. 또 민생경제특별위원회를 이번 주 중 발족해 경제 현장을 직접 찾을 계획이다.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은 취재진에게 "구체적인 것은 나오지 않았다. 민생 행보의 일환"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를 놓고 친한계 내에서조차 "국민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없는 게 걱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연평균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국력 세계 7위) 정책'에 준하는 정교한 정책을 선보이는 것이 아닌 이상 별다른 이목을 끌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정치적 미래가 불분명해졌지만 이 대표의 경우엔 지난 대선 당시 '555 정책(국력 세계 5위, 국민소득 5만 달러, 코스피 5000 시대)'은 물론, '먹사니즘'으로 망라한 실물 경제 정책도 선보인 바 있다.
이에 비해 한 대표가 추진 중인 정책들은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거나 수정하는 것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재정준칙 법제화 역시 정치권에서는 철 지난 구호로 여겨지는 측면도 없지 않다. 이런 가운데 한 대표가 새롭게 띄운 민생경제특위 마저 '한 방' 없는 국면전환용에 지나지 않는다면, 실속 없는 이미지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금융투자세 폐지 역시 야당의 정책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파생된 이슈였다. 총선 때부터 지금까지 손에 잡히는 '한동훈표' 정책이 없는 것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