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2024 지스타'에 초청된 사격 김예지 선수. 박성은 기자"김예지 선수가 왔었다고요? 왜요?"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2024 지스타에 나흘간 21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행사로 초청된 '2024 파리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김예지 선수'와 '걸그룹 아이브(IVE)의 멤버 장원영'을 봤다는 기자들은 손에 꼽았다. 장원영은 봤지만 방문한 이유에 대해서는 몰랐다는 관계자들도 더러 있었다.
현장에 있는 게임 업계 관계자도 애초에 홍보가 되지 않았다며 갸우뚱한 반응이었다. 'QWER의' 쵸단과 '더보이즈'의 영훈·Q 등 유명 아이돌 스타들의 지스타 방문 소식을 들었지만, 정확한 날짜와 시간을 알지 못해 다른 날 해당 부스를 찾았다가 허탕을 쳤다는 일부 관계자들 후기도 들려왔다. 결국 유명인들의 방문이 거의 기사화 되지 않는 '웃픈' 일화만이 남았다.
15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2024 지스타'에 꾸려진 사우디아라비아 '키디야 게이밍' 부스. 박성은 기자
이들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키디야 게이밍(Qiddiya GAMING)' 부스였다. 게이머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도시 전체를 게임 공간으로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키디야 게이밍' 도시를 조성하고 있다. 지스타 부스에는 키디야를 배경으로 한 FPS(1인칭 슈팅 게임) '아웃포스트 오메가'를 체험할 수 있었다. 이를 알리기 위해 유명인들을 초대한 것이다. 그러나 이 부스가 위치한 곳은 국내 게임사들이 몰려 있는 제1전시관이 아닌 제2전시관. 1전시관은 통행조차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붐볐지만, 2전시관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지스타는 글로벌 축제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지만, 해가 갈수록 글로벌 게임사들의 참여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블리자드는 지스타에 발길을 끊었다. 두 차례 연속으로 메인 스폰서를 맡고, 지난 해까지 꾸준히 참여했던 에픽게임즈도 이번에는 불참 의사를 밝혔다. 올해 B2C(기업 대 개인)로 참여한 해외 게임사는 사우디, 중국 그리프라인과 일본 나이언틱뿐이다. 해외 게임사들의 참여가 저조한 상황에서 홍보 부족까지 이어진 아쉬운 대목이다.
2024 독일 게임스컴(gamescom) 오프닝 모습. 게임스컴 홈페이지 캡처일각에서는 지스타가 열리는 11월은 다른 게임쇼에서 이미 신작 소개가 끝나, 해외 게임사들이 신작을 발표하기에 부적절한 시기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지스타의 무대가 작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해외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해외 게임사들이 큰 비용을 지불하고 지스타에 와서 얻고 가는 이익이나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지스타의 발전은 업계의 존립과도 직결돼 있다.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는 게임사들이 큰 돈을 들여서라도 해외 게임쇼에 참여하는 이유는 결국 '글로벌 시장 진출' 성공 여부에 게임사의 생사가 달려있어서다. 실제로 펄어비스의 '붉은 사막'은 올해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4'에서 전 세계 게이머들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지스타가 그런 글로벌 무대가 되긴 아직"이라는 게 업계의 씁쓸한 평가다.
지역 관광 발전 측면에서도 지스타의 격상은 중요하다. 지난 2009년 부산광역시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던 지스타를 부산에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바 있다. 그 결과 숱한 우려 속에서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주최하고 지스타조직위원회·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관을 맡아 게임축제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실제로 지스타는 경제 파급효과가 2천억 원 이상으로 부산 대표 행사인 부산국제영화제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쇼 '2024 지스타'. 박성은 기자 주최·주관 측은 안전하게 사고 없이 20주년 지스타를 잘 마무리했다고 평가하지만, 안주하기엔 이르다. '지스타=동네잔치'라는 오명을 풀지 못하는 숙제로만 남겨둬서는 안 된다. '도쿄게임쇼(TGS)'를 제치고 명실상부 세계 최대 게임쇼로 자리 잡은 독일의 '게임스컴' 관계자들은 몇 년 전 한국에 직접 방문해 게임사들을 대상으로 참여 독려 차원의 발표까지 진행했다고 한다. 이 같은 열정은 배울만 한 일이 아닌가 한다.
"해외 게임사의 참여가 부족한 상황에서 'G-CON'과 같은 행사를 통해 해외 연사 초청 컨퍼런스를 꾸리는 등 방법을 찾고 있다. 해외에 있는 주요 게임사들, 게임전시 주최자들과의 관계를 유지해 나가면서 소통을 통해 지스타의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고 있다" 뼈아픈 지적에 대한 한국게임산업협회의 답변이다. 올해 남겨진 고민이, 내년 '2025 지스타'의 성대한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