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지난 1년 간 '사이버 도박' 특별 단속에서 적발된 청소년이 4천명을 넘어서며, 전체 검거 인원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살 청소년이 1억 9천만 원을 '바카라'에 건 사례까지 적발되는 등 청소년 도박 문제가 심각해지자, 경찰은 특별 단속 기간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1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작년 9월 25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전국 시도청 사이버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사이버 도박 특별 단속'을 실시한 결과, 19세 미만 청소년 471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는 총 검거인원 9971명(구속 267명)의 47.2%에 달하는 숫자다.
사이버 도박은 △익명성 △접근 용이성 △중독성 △국제성 등의 특성을 미끼로 계속해서 청소년을 유인하고 있다. 2022년 9월부터 1년 간 검거된 청소년 도박 사범은 162명에 불과했으나, 국수본의 특별 단속 이후 검거 인원이 2784% 급증했다.
이번 단속에서 검거된 '청소년 도박 사범'을 연령별로 분류하면 16세와 17세가 총 64%로 가장 많았고, 18세(19%), 15세(12%), 14세(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의 도박 유형은 '카지노'가 83%, '스포츠도박'이 11%, 캐주얼게임이 6%를 차지했다. 가장 비중이 높은 카지노 중에서는 바카라를 한 청소년이 3227명으로 83%에 달했다. '바카라'는 카드 2장을 더한 수 끝자리가 9에 가까우면 이기는 방식의 도박이다.
청소년 도금액은 총 37억원에 달했는데, 1인당 평균액은 약 78만 원이었다. 한 16살 남학생은 바카라에 최고 1억 9천만 원을 '베팅'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박을 시작하게 된 경위는 42.7%가 '호기심'이었고, 친구 소개로 도박을 하게 된 청소년도 33.6%였다. 온·오프라인 광고를 통해 도박을 접한 청소년은 19.8%, 금전 욕심으로 도박을 한 청소년은 3.9% 정도였다.
경찰은 청소년 도박 사범의 37%(1733명)를 당사자와 보호자 동의 하에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등 전문상담기관에 연계했다.
경찰은 "도박 행위를 한 청소년에 대해서는 경찰서에 설치된 선도심사위원회에 회부해 범행 정도에 따라 훈방·즉결심판 청구 또는 송치하고 있지만, 경찰청·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노력에도 청소년 도박이 감소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 1일부터 시작해 내년 10월 31일까지 1년 간 특별단속을 연장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이버 수사관들로 구성된 '사이버 범죄 예방강사'를 통해 학생들 대상 도박 예방교육을 강화할 것"이라며 "각종 (도박 관련) 불법 정보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통보해 청소년의 도박 사이트 접근을 차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사이버 도박은 청소년의 신체적·정서적 발달을 저해하는 만큼 처음부터 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청소년들의 도박사이트 유입 차단을 위해서는, 경찰의 특별단속과 함께 국내에서 I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내·외 인터넷사업자의 적극적인 자진삭제 등 자정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