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해룡 경정(전 영등포서 형사과장). 윤창원 기자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밀반입 과정에 세관 직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중 고위 경찰들로부터 수사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한 백해룡 경정이 자신에게 내려진 '경고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백해룡 경정은 6일 서울경찰청장이 자신에게 내린 경고 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법률 대리와 지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맡았다.
백 경정은 앞서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현직 경찰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근무하며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원으로부터 약 834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압수했는데, 조직원들로부터 '밀반입 당시 세관 직원들이 도움을 줬다'는 진술이 나와 수사를 벌였다. 이어 이 과정에서 조병노 경무관 등 경찰 수뇌부와 관세청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고 폭로했고 이는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중이다.
(관련기사 : [단독]'세관마약 수사 외압' 의혹에 대통령실 등장…'용산, 심각하다')경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던 백 경정은 7월 18일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됐고, 서울경찰청은 바로 다음 날인 19일에 공보 규칙 위반을 이유로 경고 조치에 나섰다.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 검거와 관련해 언론 보도들이 나왔는데 이를 사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경고 처분은 8월 22일 확정됐다.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현 조지호 경찰청장이다.
조지호 경찰청장. 윤창원 기자
이날 취소 소송을 낸 백 경정의 법률대리를 맡은 이창민 변호사는 "서울청의 경고장을 보면 수사와 관련해서 단독 보도가 됐음에도 상급청에 사전보고하지 않아서 공보규칙 위반이라고 돼 있다"라며 "하지만 2023년 10월에 마약 조직을 대규모 검거했다고 대대적으로 언론 브리핑을 했고, 백 경정은 서울청에 가서 사전 보고하고 협의도 마쳤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후 언론 대응 차원에서 4~5차례 전화를 받고 알려줬는데, 이미 사전 보고했고 동일한 사안이었다. (사전 보고 내용과) 연장선상에 있었던 것"이라며 "기자들이 사실 오인한 부분이나 착오한 부분을 정정하고 사실과 부합하게 확인해 준 것에 불과했다"라고 지적했다.
공보규칙 위반을 이유로 경고 등을 받은 이는 백 경정이 유일하다.
(관련기사: 경찰, 최근 3년 공보규칙 위반 '경고'…백해룡 경정 유일)이 변호사는 "공보 규칙 위반으로 경고 처분 포함해 징계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형평에 맞지 않아 평등 원칙에도 반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부고발자 찍어 누르기"라고 주장했다.참여연대 역시 이날 "공익제보자가 부패를 공개하거나, 폭로하거나, 외부로 알렸을 때 소속 기관에서 행하는 전형적인 대응 방식"이라며 "입막음을 위해서 징계, 해고, 소송을 통해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