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B헬스케어 전경. DRB헬스케어 제공의사가 환자에게 처방한 약물이 '링거줄'에 흡수되면 실제 처방한 것보다 적은 양이 투여돼 환자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암환자는 전이와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항암제 투약 때 정량을 주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일명 '링거줄'로 불리는 수액세트의 재질에 따른 항암제 흡착도를 연구해 학술대회에 결과를 발표한다. 그동안 일반 약물에 대한 흡착도 연구는 많이 있었지만 항암제를 대상으로 한 시험 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RB동일의 자회사인 DRB헬스케어(주)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연구 결과를 오는 7일, 제주에서 열리는 대한약리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다고 1일 밝혔다.
병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의료기기 중 하나인 수액세트는 PVC, 폴리우레탄, 폴리올레핀 등 세 가지 재질이 사용된다.
이번에 DRB동일의 자회사인 DRB헬스케어는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장용우 교수 연구팀과 함께 5종의 항암제를 대상으로 PVC, 폴리우레탄, 폴리올레핀 수액세트에 대한 흡착도 시험을 했다.
그 결과 폴리올레핀 수액세트만 흡착이 일어나지 않았고 나머지 두 재질은 흡착이 일어난 것을 확인했다.
흡착도 연구는 수액튜브에 적외선을 비췄을 때 빛의 스펙트럼 변화를 분석하는 FT-IR 분석법을 적용했다.
폐암, 백혈병, 난소암 등에 사용하는 항암제 에토포사이드는 PVC 수액세트에 흡착됐고, 유방암, 위암, 전립선암 등에 사용하는 도세탁셀은 폴리우레탄 수액세트에 흡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항암제 외에도 병원에서 널리 사용되는 반코마이신 등 항생제 3종에 대해서 진행했다.
이 경우도 항암제와 비슷하게 PVC와 폴리우레탄 수액세트에만 흡착됐고, 폴리올레핀 수액세트에는 흡착되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장용우 교수는 "항암제에 대한 흡착도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고, 특히 수액튜브 재질별로 항암제가 흡착되는 여부를 비교 시험한 것은 최초"라며 "이번 연구 결과가 환자 치료권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약물의 흡착은 환자 치료에 필요한 정량의 약물이 주입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약물흡착 주의 공문을 두 차례에 걸쳐 의료 단체 등에 전달했다.
그동안 학계의 연구와 정부의 정책은 진정제 등 일반 약물의 흡착에 국한돼 한계로 지적됐다. 이번에 항암제의 수액세트 약물흡착이 확인되면서 약리학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약리학회 강주섭 회장은 "환자 치료에 필요한 적정한 약물의 양과 효과성과 부작용 등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수액세트에 약물이 흡착된다는 것은 매우 치명적인 문제"라며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이번 대한약리학회 추계학술대회에 해당 연구 결과를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김성주 회장은 "항암치료를 받는 암환자에게 이번 연구는 전이와 재발의 우려를 줄이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를 함께 진행한 DRB헬스케어(주)의 심중선 대표는 "폴리올레핀이 상대적으로 환경친화적인 재질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국내 기업들의 우수한 기술과 제조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조기 선점에 나설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