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3회초 2사 만루 KIA 김태군이 만루 홈런을 치고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프로야구 KIA가 삼성의 홈런포에 당했던 아쉬움을 화끈하게 설욕했다. 1점 홈런 4방으로 당한 패배를 만루 홈런 1방으로 되갚았고, 2점포로 쐐기를 박았다.
KIA는 2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삼성과 한국 시리즈(KS) 4차전에서 9 대 2로 이겼다. 전날 3차전 2 대 4 패배를 되갚았다.
7년 만의 KS 우승에 단 1승만을 남겼다. 7전 4승제 시리즈에서 3승 1패로 앞선 KIA는 오는 28일부터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리는 5~7차전에서 1승만 거두면 전신 해태 시절을 포함해 통산 12번째 우승을 달성한다.
당초 KIA는 경기 전 베테랑 거포 최형우(41)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빠졌다. 최형우는 정규 시즌 109타점으로 김도영과 팀 최다 기록을 세운 해결사다. 22홈런으로 장타력도 여전한 최형우는 전날 3차전에서 적시타를 날리기도 했다.
KIA 이범호 감독은 "최형우가 어제 경기 후 허리가 허리가 안 좋다고 얘기해서 선발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타가 될지, 안 될지 여부도 체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의 화력에 맞서야 하는 KIA로선 악재였다. 삼성은 전날 3차전에서 3회말 이성규의 선제 결승, 5회말 김영웅, 7회말 김헌곤-박병호의 1점 홈런으로만 4점을 내며 2점에 머문 KIA에 이겼다.
하지만 최형우 공백에 대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1회초부터 KIA는 상대 선발 원태인 공략에 성공했다. 1번 타자 박찬호의 2루수 내야 안타, 김선빈의 좌중간 담장 직격 2루타 등으로 만든 1사 2, 3루에서 최형우 대신 4번 타자로 나선 나성범이 느린 2루 땅볼로 박찬호를 홈으로 불러들여 선취점을 냈다.
KIA는 2회초 득점이 없었지만 원태인을 괴롭혔다. 이창진이 선두 타자 안타로 출루한 뒤 변우혁, 김태군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8구, 7구까지 가는 풀 카운트 승부를 펼쳤다. 21일 1차전에서 5회까지 66개의 공으로 KIA 타선을 무실점으로 잠재운 원태인은 이날은 2회까지 55개의 공을 던졌다.
26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3회초 삼성 선발투수 원태인이 마운드를 내려오자 구자욱이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3회초 KIA는 원태인을 강판시켰다. 선두 타자 김선빈의 좌전 안타와 김도영의 볼넷, 나성범의 우전 안타로 만든 무사 만루에서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우중간에 절묘하게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쳤다. 원태인은 최원준의 희생번트 뒤 이창진에게 볼넷을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구 수는 78개. 삼성은 "원태인이 오른 어깨 쪽에 약간의 불편감이 있어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됐다"면서 "병원 진료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다승왕(15승)의 조기 강판에 삼성 마운드를 흔들렸다. 경기 전 삼성 박진만 감독은 "오늘은 최대한 원태인을 길게 던지게 구상하고 있다"면서 "투구 수는 100개~110개를 예상한다"면서고 밝혔지만 계획이 틀어졌다. 송은범이 등판해 변우혁을 포수 파울 뜬공으로 잡았지만 9번 타자 김태군을 넘지 못했다.
김태군은 2사 만루에서 송은범의 2구째 시속 135km 슬라이더를 통타, 왼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2m 만루 홈런으로 KIA는 단숨에 7 대 0까지 달아났다. KS 그랜드 슬램은 이범호 현 KIA 감독이 2017년 두산과 5차전에서 날린 이후 7년 만이자 역대 5번째로, 포스트 시즌(PS)에서는 역대 20번째다.
특히 김태군은 데뷔 첫 만루 홈런을 멋지게 장식했다. 2008년 LG에서 프로에 입문한 김태군은 정규 시즌을 통틀어 첫 그랜드 슬램을 KS 무대에서 날렸다.
삼성도 반격에 나섰다. 4회말 김영웅이 KIA 선발 제임스 네일로부터 우전 적시타를 날렸고, 5회말에는 선두 타자 이재현이 비거리 좌월 1점포를 터뜨려 2 대 7로 추격했다.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6회초 1사 1루 KIA 소크라테스가 2점 홈런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쐐기를 박았다. 6회초 1사 1루에서 삼성의 5번째 좌완 최채흥으로부터 우월 2점 홈런을 뽑아냈다. 시속 137km 속구를 받아쳐 125m를 날렸다. KIA가 9 대 2까지 달아나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이날 KIA는 홈런 2방으로 전날 삼성의 절반이었다. 그러나 홈런으로 낸 점수는 삼성보다 2개 많았다. 홈런 수에서는 KIA가 뒤졌지만 영양가에서 삼성에 앞섰다.
전날 삼성은 4명이 4타점을 냈지만 이날 KIA는 김태군(2안타 1득점)과 소크라테스(2안타 2볼넷 2득점)가 4타점씩을 냈다. 김태군이 경기 MVP에 올랐고, 나성범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이 감독은 전날 "솔로 홈런을 맞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지만 주자가 있을 때 허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에도 해당되는 대목이었다.
KIA 선발 네일은 5⅔이닝 7탈삼진 6피안타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이후 KIA는 이준영으로 6회말을 넘긴 뒤 장현식-곽도규-황동하가 1이닝씩을 책임져 승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