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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사마의 재림인가' 삼성에 가을 '곤데렐라' 떴다 "KIA 킬러, 제일 위협적" 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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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7회말 무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삼성 김헌곤이 1점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삼성25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7회말 무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삼성 김헌곤이 1점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삼성
9년 만에 한국 시리즈(KS) 무대를 밟은 프로야구 삼성에 미친 선수가 탄생했다. '곤데렐라' 김헌곤(36)이 마치 18년 전 '걸사마' 김재걸 현 한화 코치(52)처럼 예상 외의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헌곤은 2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KIA와 KS 3차전에 5번 타자 좌익수로 나와 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의 알토란 활약을 펼쳤다. 여기에 천금의 수비까지 펼치며 삼성의 4 대 2 승리를 이끌었다.

귀중한 승리다. 삼성은 광주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내주며 7전 4승제 시리즈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그러나 안방에서 반격에 성공해 흐름을 바꿀 수 있게 됐다.

특히 불운을 극복한 승리여서 더 값졌다. 삼성은 지난 21일 KS 1차전에서 1 대 0으로 앞선 6회초 무사 1, 2루에서 비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바로 김헌곤이 KIA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상대로 벼락같은 우월 홈런을 때려 0의 균형을 깼다. 이후 네일이 볼넷을 허용해 강판했고, KIA 필승조 장현식까지 볼넷을 내줘 삼성은 무사 1, 2루 황금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경기는 비로 연기됐고, 23일에야 재개됐는데 삼성은 번트 실패 등으로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기사회생한 KIA가 역전승을 거뒀고, 여세를 몰아 2차전까지 승리했다. 3차전까지 내줬다면 삼성으로선 와르르 무너질 수 있었지만 기어이 홈에서 반격의 1승을 올렸다.

김헌곤이 승리에 앞장섰다. 일단 김헌곤은 2회말 첫 타석부터 KIA 선발 에릭 라우어를 상대로 유격수 쪽 내야 안타로 방망이를 예열했다.

그러더니 2 대 1로 불안하게 앞선 7회말 김헌곤은 선두 타자로 나와 값진 홈런포를 날렸다. 1차전 KIA 승리 주역 필승조 전상현의 초구를 때려 왼쪽 담장을 넘겼다. 기세가 오른 삼성은 후속 박병호까지 이번에는 우월 홈런으로 4 대 1까지 달아나 승기를 잡았다.

김헌곤이 25일 KIA와 KS 3차전에서 5회초 위기 때 최원준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한 뒤 확인하고 있다. 삼성김헌곤이 25일 KIA와 KS 3차전에서 5회초 위기 때 최원준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한 뒤 확인하고 있다. 삼성

김헌곤은 좌익수로 나선 수비에서 특히 더 빛났다. 5회초 2사 1, 2루에서 김헌곤은 KIA 최원준의 날카로운 안타성 타구를 앞으로 몸을 날리며 걷어냈다. 안타가 됐다면 2사여서 1 대 1 동점을 허용할 상황이었지만 김헌곤이 실점을 막아냈다.

삼성 선발 데니 레예스도 불안하게 타구를 바라보다 깜짝 놀라며 기뻐한 장면이었다. 레예스는 이날 7이닝 7탈삼진 1실점(비자책) 107구 역투로 경기 MVP에 올랐다.

하지만 김헌곤이 없었다면 수상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경기 후 김헌곤은 "사실 타구가 라이트에 살짝 들어가 잠시 놓쳤는데 감을 믿고 뛰어들었는데 다행히 공이 잡혔다. 운이 따랐다"고 겸손해 하면서 "레예스가 딱히 고맙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선수들끼리는 그런 마음을 안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헌곤은 올해 가을 야구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LG와 플레이오프(PO)에서도 2차전 연타석 홈런 등 타율 3할6푼4리(11타수 4안타) 4타점으로 삼성의 KS행을 이끌었다. KS에서도 1, 3차전 홈런 등 매섭게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올해 김헌곤은 117경기 타율 3할2리(85안타) 9홈런 35타점을 기록했다. 2022년 80경기, 지난해 6경기 출전에 그치며 방출을 걱정했지만 올해 나름 활약을 펼쳤다. 나쁘지 않았지만 김헌곤은 가을 야구에서 좌타자 윤정빈과 플래툰 시스템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김헌곤은 PO 2차전 깜짝 활약과 주포이자 주장 구자욱의 부상 등 변수 속에 완전히 중심 타자 역할을 해내고 있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3차전 뒤 "호랑이 잡는 사자, KIA 킬러로 아마 상대가 김헌곤을 제일 무서워할 듯싶다"면서 "KIA는 워낙 타선이 잘 터지고 강한데 우리가 항상 상대 타자에 위협을 느끼듯 KIA도 김헌곤이 제일 위협적일 거 같다"고 칭찬했다.

2005년 한국 시리즈 당시 김재걸(왼쪽) 코치의 모습. 삼성2005년 한국 시리즈 당시 김재걸(왼쪽) 코치의 모습. 삼성

김헌곤은 2000년대 중반 삼성의 우승을 이끈 김재걸 코치를 떠올리게 한다. 2005년 두산과 KS 당시 김 코치도 팀 주포가 아니었지만 4경기 타율 5할(12타수 6안타) 2타점 4득점의 깜짝 활약을 펼쳤다. 일본에 한류 열풍을 이끈 '욘사마' 배용준을 본떠 이른바 '걸사마'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2006년 KS에서도 김 코치는 4차전 연장 결승타로 경기 MVP에 올랐다.

가을 야구에서는 소위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에 대해 김헌곤은 "그런 건 모르겠고, 경기를 하면서 스스로 대처나 스윙에 대한 생각이 심플해지는 것 같아서 야구가 잘 되나 그런 생각이 든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삼성은 2016년 라이온즈 파크 개장 이후 열린 첫 KS에서 승리까지 거뒀다. 김헌곤은 "팬들께서 엄청난 에너지를 주신다"면서 "좋은 활약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가을 '곤데렐라'가 사자 군단을 어디까지 이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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