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의 미디어 기능을 소개하던 중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119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대형 유튜버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해 논란에 휩싸였다.
21일 유튜브 등에 따르면 차량 리뷰를 주로 다루는 대형 유튜버 A씨는 전날 자신의 채널에 시승기 영상을 올렸다.
A씨는 영상에서 차량의 미디어 기능을 소개하던 중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하는 모습을 가리지 않고 공개했다. 해당 장면은 10여 초에 불과했지만, 이를 포착한 누리꾼들의 뭇매가 쏟아졌다.
그는 누리꾼들의 비판을 의식한 듯 영상을 공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부분만 삭제하고 영상을 공개해 둔 상태다.
해당 영상을 비판하는 누리꾼 댓글. 유튜브 캡처누리꾼들은 "이 채널은 앞으로 저작권 관련해 문제 생기더라도 문제제기 하지 마라", "사과나 해명도 없이 스리슬쩍 삭제하고 넘어가려 하는 거냐", "불법 시청이 생활화된 거냐", "영상 제작해서 돈 버시는 분이 불법 스트리밍 시청이라니 맙소사" 등 사과를 촉구했다.
불법 스트리밍 문제는 단순히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오랜 기간 지속된 심각한 문제로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21년부터 불법 스트리밍 등 저작권 침해 정보에 대한 정보 삭제, 접속 차단 등 시정 요구 건이 늘어나고 있다.
저작권 침해 정보 시정요구 건수(건). 조인철 의원실 제공시정 요구 건수는 2021년 3517건에서 2022년 6423건, 2023년 7716건, 올해 9월까지 5121건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의 시초 격인 'OO티비'에서만 약 5조 원의 저작권 피해가 발생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위키', '○○핫' 등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별도의 회원 가입이나 다운로드 없이 여러 종류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각종 스포츠 중계를 시청할 수 있다.
조 의원은 "창작자들이 몇 달, 몇 년에 걸쳐 만든 작품이 불법 시청되고 있는데도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이라며 "방심위는 경찰, 문체부 등 유관기관과 적극 협조해 불법 사이트를 원천 차단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각종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는 간단한 검색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불법 사이트들은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찾아볼 수 있었다. 구글 캡처국내 검색 시장 2위인 구글에 'OTT', '웹툰', '스포츠 중계'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자 하나 같이 최상단에 불법 사이트들이 등장했다. 웹로그 분석 사이트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19일 기준 국내 웹 검색 시장의 점유율은 네이버(57.64%), 구글(35.47%), 다음(3.05%), 빙(1.99%) 순이다.
검색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들은 대부분 우회 접속이 필요 없거나 간단한 설정만으로도 시청할 수 있었다.
해당 사이트들은 접속이 차단되더라도 사이트 주소(도메인)를 'OOtv1.com'에서 'OOtv2.com'처럼 숫자만 변경하는 방법으로 단속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대학생 이모(22)씨는 "'무료'라는 유혹 때문에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하고 싶을 때도 있다"면서도 "양질의 콘텐츠를 즐기고 또 관련 산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불법 사이트를 근절하는 게 꼭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정부는 오는 12월까지 'K-콘텐츠 불법 유통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저작권범죄과학수사대와 경찰청, 인터폴과 합동으로 저작권 침해 불법 사이트를 강력히 단속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불법 사이트 차단 조치 등을 심의하는 방송통신위원회도 불법 유통과 관련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류희림 위원장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PDF 파일로 온라인에 불법 유통되는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진짜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류 위원장은 "해외 사이트 불법 유통과 관련해서도 저작권 주무 부처인 문체부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