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니치 신문 캡처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사도광산'이 등재될 당시 약속한 강제동원 조선인 포괄 전시의 일환으로 조선인 거주 유적지에 새로운 전시 안내판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당시 강제동원된 조선인을 기리고 그 유가족을 위로하는 '추도식' 일정은 여전히 정해지지 않았다.
18일 일본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는 '사도광산'이 위치한 아이카와 지구에 일제 시대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가 거주했던 독신자 기숙사 '제1 사랑 기숙사(第1相愛寮)' 터에 일본어와 영어로 표기된 안내판을 지난달 30일 설치했다.
안내판에는 "전시 중, 이 기숙사에 조선 반도 출신 노동자가 거주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기록이 남아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강제 징용 및 가혹한 노동 환경을 설명하는 표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강제동원 조선인 거주지 안내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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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의 독신자 기숙사
제1 사랑 기숙사는 광산 노동자들의 독신 기숙사로 이용되며 , 전시 중 이 기숙사에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들이 거주했음을 알 수 있는 기록이 남아있다.
전쟁후, 사도광산의 축소에 따라 아이카와쵸에 양도되면서 기숙사는 헐려 현지의 판단으로 새롭게 건설돼(현존건물 : 구 아이카와 구치소), 쇼와 25년(1954)부터 쇼와 47년(1972)까지 사용됐다.
사도시는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일본 정부가 조선인 노동자를 포함한 '전체 역사'를 전시하겠다고 약속한 것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숙사는 일제 시대 사도광산에서 강제 노동을 했던 조선인 노동자 중에서 독신자들이 이용한 숙소였다. 이후 사도광산이 축소화되면서 기숙사 건물은 사라지고 아이카와 구치소가 세워졌다.
아이카와 관광안내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조선인 노동자 관련 안내가 '제1 사랑 기숙사' 터 한 곳에 우선 설치됐다"고 전했다.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전시된 사도광산에서 노역한 조선인들이 살았던 위치를 표시한 지도. 최원철 기자 아이카와 지구에서 조선인들이 거주한 곳으로 알려진 곳은 모두 다섯 군데 정도로, 이번에는 그 중 한 군데만 먼저 안내판이 가설된 것이다. 사도시는 올해 안에 정식 안내판을 설치할 방침이라고 한다.
또한 조선인 노동자 가족이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 '야마노신사 사택', 조선인 노동자 공동 취사장, '제3 사랑 기숙사' 인근의 연수 시설 '금강학원' 등 다른 세 곳에도 올해 안에 정식 안내판이 설치된다.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가 18일 일본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현황을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 등재 당시의 약속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성의를 보였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추도식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조선 출신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추도식을 매년 현지에서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애초 이르면 9월 개최가 예상됐던 추도식 일정은 여전히 미정이다.
18일 일본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는 차일피일 미뤄지는 추도식에 대해 "(명부 확보를 위해)일본 측에 계속 말하고 있다"면서 "올해 열릴 것"이라고 답했다.
아이카와 관광안내소 관계자는 "추도식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여기서도 구체적인 일정은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