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된 4라운드 팀 방출 규칙은 경연 전에 만들어졌다. 제작진도 이런 반응이 나올지 전혀 몰랐다고 해명한 바 있다. 당시 같은 팀을 이뤘던 대한민국 제16대 조리명장 안유성 셰프와 만찢남, 철가방요리사가 탈락했다. 사진은 블라인드 심사 모습. 넷플릭스 제공"물 한 잔만 마실게요"김학민 PD도 나올 게 나왔다는 반응이었다.
4라운드 레스토랑 운영 미션 도중 각 팀에서 한 명을 방출하게 만든 규칙에 대한 질문이었다. 요리 메뉴와 재료까지 준비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방출 규칙은 공정성 논란까지 더해지며 비판이 이어졌다.
더욱이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의 시즌2 제작이 깜짝 확정되면서, 시즌1에서 지적된 부분은 피할 수 없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학민 PD는 "많은 분들이 그 부분에 대해 질책했다"며 "저희도 시청자들 반응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이어 "시즌2에서는 시즌1에서 나온 지적을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지은 PD, 모은설 작가도 인터뷰에 참여해 흑백요리사 촬영 뒷얘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제작진은 흑수저와 백수저 비율이 딱 맞아떨어진 상황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해명했다.
모은설 작가는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생존자 인원만 정해뒀다"며 "저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었는데 예기치 않게 흑수저와 백수저의 비율이 동일해졌다. 제작진이 숫자를 맞췄다는 말이 나오니까 억울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학민 PD는 "어떤 식으로 올라가든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있었다"며 "기획 단계부터 '흑흑 요리사'가 돼도 괜찮다는 마인드로 구성했다. 내심 흑이든 백이든 한쪽이 전멸하기를 바랐는데 그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김지은 PD도 "심사위원인 백종원, 안성재 셰프도 본인들의 심사기준에 뽑았는데 흑백이 같아지니 '희한하다' '왜 또 같아졌지' 이렇게 말하더라"고 떠올렸다.
흑백요리사 제작진은 프로그램 제목에서 '흑'과 '백'을 나누는 부분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인종 차별적인 해석이 우려돼 넷플릭스와 긴밀하게 소통한 끝에, 체스나 바둑과 같은 게임에서 색을 통해 상징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모았다. 넷플릭스 제공셰프들의 혹사 지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제작진은 셰프들을 위해 숙소를 마련한 데 이어 휴식도 여러 차례 권유했다고 한다. 실제로 휴식을 취한 셰프들도 있었지만, 일부 셰프들은 세트장을 떠나지 않고 계속 요리를 준비했다고도 덧붙였다.
모은설 작가는 "촬영을 2주 간격으로 진행했고, 셰프들의 가게 운영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가게를 닫는 일요일이나 월요일에 촬영했다"면서도 "요리 서바이벌이다 보니 요리 하나가 끝나고 다음 요리를 준비하고 세팅하면서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생각한 거 같다"고 말했다.
무한 요리 지옥 미션의 재료를 '두부'로 선정한 배경도 밝혔다.
김지은 PD는 "기획을 구상한 후 백종원 선생님께 자문을 구했는데, 전 세계에 나가는 방송이니 한국적인 식재료가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백종원 선생님께서 두부를 미지의 식재료라고 하시더라"며 "이를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것이 참가자들에게는 어려우면서도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 같다고 하셔서 두부를 선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모은설 작가도 "준결승이니 만큼 앞서 봤던 요리와 다른 요리를 선보여야 되기 때문에 난이도 있는 재료를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백종원 선생님은 재미있겠다고 반응했고, 안성재 셰프님은 본인도 두부에 자신 없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제작진은 레이먼 킴 셰프에게 조리대 배치, 화구의 방향, 동선 등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넷플릭스 제공흑수저와 백수저의 출연료도 같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도 100인의 무명요리사가 요리 대결을 펼치는 내용만 알았을 뿐 '흑백'으로 나누어 대결을 펼칠지는 몰랐다고 한다. 본인이 흑수저인지 백수저인지도 현장에서 알게 됐다고. 제작진이 직접 수상 경력, 매출 등 기준을 가지고 흑수저와 백수저를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김학민 PD는 "현장에 오셨을 때 백수저라고 하니 그게 뭐냐고 놀라셔서 하나하나 설명을 드렸다"며 "백수저 셰프들이 등장할 때 흑수저 셰프들이 좋아해주시고 인정해줘서 다행이었다"고 떠올렸다.
김은지 PD도 "백수저로 분류된 셰프님들은 1라운드를 바로 통과해 공정하지 않은 출발이라는 비난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시청자 반응을 보니 이들이 이룬 업적에 대한 존경을 표하며 오히려 백수저 셰프를 응원하더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방송 후 셰프들의 매출이 늘어난 부분에 대해서 크게 기뻐했다.
김은지 PD는 "대만이나 홍콩에서 오시는 관광객들이 흑백요리사를 보고 찾아온다고 하더라"며 "셰프님들 업장 예약률이 급증한 게 제일 뿌듯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탈락자분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를 줘서 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었는데, 그런 거에 상관없이 100인의 요리사분들 모두 업장에서 고객 수가 늘어났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흑백요리사를 지원한 셰프는 600여 명에 달했다. 100명의 셰프들이 출전해 총 254개의 요리가 탄생했다. 제작진은 시즌2를 제작하게 돼 감사하고 기쁜 일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학민·김지은 PD, 모은설 작가. 넷플릭스 제공제작진은 시즌2 구상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모은설 작가는 "고든 램지 같은 스타 셰프를 섭외하고 싶지만 바람일 뿐"이라며 "시즌1에 선뜻 출연을 결심하시지 못한 분들이 많이 계신데, 시즌2에는 저희도 최선을 다해 최고의 셰프님들을 모실 것"이라고 웃었다.
다만 제작진은 시즌2에서도 국내 시청자들을 고려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프로그램인 만큼 대한민국 내에서 인정받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운이 좋아서 해외에서도 주목받으면 감사할 일이지, 해외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건 저희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거든요." (김학민 PD)
"사실 한국 시청자들의 기준이 제일 높아요. 한국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가 제일 어렵기 때문에 한국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시면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겠죠." (모은설 작가)
화제가 된 흑백요리사는 공개 이후 3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 비영어 부문 1위를 기록하며 국내외에서 주목받았다. 이는 한국에서 선보인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중 최초의 성과다.
흑백요리사 시즌2는 내년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