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작가 한강과 그의 대표작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표지. 교보문고 제공"역사적으로 왜곡된 사건들을 소설적 진실로 복원함으로써, 한강 작가는 망각되거나 모욕당하는 존재들에 대한 기억들을 수면으로 건져올렸다"문학적 실천의 산실인 한국작가회의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면서 "한강 작가는 고통받는 타인의 얼굴에 감응할 수 있는, 갱신하는 언어의 세계로 여린 생명을 보듬는 문학언어를 구축해왔다. 그 보편적 울림이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평했다. 한강은 작가회의 회원이기도 하다.
작가회의는 11일 낸 논평에서 "한강의 영광은, 여린 생명을 감싸안은 문학언어를 위한 축복"이라며 "한강 작가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감격하는 마음으로 축하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시대와 매체의 변화에 따라 문학의 종언이 수시로 언급되고 있던 시대였다"며 "언어에 대한 진정성의 추구와 타인의 고통에 감응하는 것이 낡은 것으로 치부되고 있었다"고 진단했다.
"어려운 시기에,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은 단순히 대한민국 국적 작가의 수상이라는 의미를 넘어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문학 본연의 역할을 되새기게 한다. 미래에도 여전히 문학의 자리가 예비되어 있음을, 한강 작가가 희망의 메시지를 한국사회에 한국작가에 안겨주었다."
작가회의는 "한강 작가는 일찍부터 보여지는 현실의 이면에 은폐되어 온 폭력의 세계를 묘파하는데 천착해왔다"며 논평을 이어갔다.
"그의 '채식주의자'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끌어안으며 일상의 폭력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힘을 담고 있었다.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그린 '소년이 온다', 제주 4·3사건에 대한 진정한 애도를 담은 '작별하지 않는다' 등의 작품들은 구조적 폭력에 의해 희생된 자들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본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특히 "역사적으로 왜곡된 사건들을 소설적 진실로 복원함으로써, 한강 작가는 망각되거나 모욕당하는 존재들에 대한 기억들을 수면으로 건져올렸다"며 "광주와 제주의 비극을 통해, 폭력적인 것에 마주 선 인류 공통의 문제를 응시하도록 한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도대체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지속적으로 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편적 울림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이어져"
작가회의는 "한강의 문학적 문제의식은 생명과 평화를 탄원하며, 한국문학의 선배 세대가 꾸준히 일구어온 질문을 더 깊고도 집요하게 심화하는 것"이라면서 "나아가 그가 리얼리즘의 문법 바깥에서 환상적 요소를 도입하여 사건에 접근하는 것과 문체적 실험을 통해 갈고 다듬어온 문학세계는 세계 독자의 호응을 이끌어냈다"고 봤다.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를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이라고 했다. 한강 작가는 고통받는 타인의 얼굴에 감응할 수 있는, 갱신하는 언어의 세계로 여린 생명을 보듬는 문학언어를 구축해왔다. 그 보편적 울림이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어 "문학은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향유하는 공통언어를 다루는 예술로서, 한 나라의 문화적 역량을 강화하는 토대이다. 문학은 한 국가 공동체, 언어 공동체의 문화적 역량을 대변한다"고 덧붙였다.
작가회의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두고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일원으로서 분명한 몫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대 사건"이라며 "작가 개성에 대한 문학적 보상이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문화의 토양을 일궈온 수많은 작가들의 땀이 스며 있는 성과이기도 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