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일 서울 구로 거점형 우리동네키움센터에서 오류, 매봉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방과 후 늘봄교실에 참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내달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재·보궐선거가 후보등록을 매듭짓고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갔다.보수진영은 '12년 만의 단일화'를 통해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을 후보로 앞서 추대한 반면, 진보진영은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를 최종 후보로 선택했으나 '완전한 단일화'엔 실패했다. 다만, 양측 다 단일화에 불참한 후보들이 독자 출마에 나서면서 등록후보 수는 각각 2명으로 같아졌다.
선거 직전까지 추가단일화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보수는 조 후보, 진보는 정 후보를 중심으로 맞붙는 '양강 구도'가 형성된 모양새다.
총 4명 후보 등록…'보수 조전혁 vs 진보 정근식' 양강구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진보진영 단일 후보인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 등록에 앞서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정 후보는 전날 오전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후보 등록을 마쳤다.
정 후보는 지난 25일 진보 측 단일화기구인 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를 통해 최종 단일후보로 추대됐다. 단일화 경선에서 정 후보와 겨뤘던 강신만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 안승문 전 서울시 교육위원은 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뜻을 모은 결과다.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후보들의 행보는 엇갈렸다.
당초 추진위와 별개의 회의체를 꾸려 최종 후보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던 방현석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지난 26일 막판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도 같은 날 "정 후보가 제시한 혁신교육과 시민참여형 교육 거버넌스를 지지한다"며 정 후보와 손을 맞잡았다.
조기숙 전 이화여대 교수는 별다른 공식 입장 없이 후보등록을 하지 않았다. 조 전 교수는 지지자들에게 "진보 분열로 혹시라도 조 전 의원이 당선되면 그건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보선 전 서울시 교육위원은 전날 후보로 등록하며 완주 의지를 내비쳤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약한 '군소후보'란 평이지만, 진보진영 표가 얼마나 분산될지도 관심사다.
일찌감치 단일화에 성공한 보수진영은 다소 고무된 분위기다. 보수 단일화 기구인 서울시교육감중도우파후보단일화통합대책위원회는 지난 25일 조 전 의원을 최종후보로 낙점했다.
보수진영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룬 것은 지난 2012년 재·보궐선거 시 문용린 후보 이후 처음이다. 당시 곽노현 교육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뒤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문 후보는 과반(54.2%)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하지만 이후로는 단일화가 내리 파행을 겪으면서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을 단일 후보로 낸 진보진영에게 3번 연속으로 패했다. 조 후보는 지난 2022년에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했지만 20%대의 득표율로 낙선했다.
이번에도 윤호상 전 서울미술고 교장이 후보 대열에 합류했지만, 지난 선거 당시 득표율은 조 후보보다 훨씬 낮은 5.3%였다. 다자대결구도처럼 보여도, '조전혁 vs 정근식' 양강구도엔 큰 영향이 없을 거란 얘기다.
趙 "초등 지필평가 부활"…鄭 "지역별 맞춤형 교육"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후보 등록일인 26일 오전 보수진영 단일화 후보인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이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등록 서류 봉투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조 후보와 정 후보는
전임 조희연 전 교육감에 대한 평가부터 교육 비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면에서 대립각을 이룬다는 평가다.
먼저 조 후보는 18대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던 2010년 4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전교조 조합원의 정보를 공개한 이력이 지금껏 회자될 만큼 '강성 보수'로 분류된다. 관련 재판 결과에 따라, 전교조 교사들에게 손해배상금을 물기도 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조 전 교육감의 교육정책을 "처참한 실패로 끝난 실험"이라 규정했다.
조 전 교육감의 대표적 정책인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 모두 '폐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이초 교사 사건 등 교권이 추락한 이유에 대해선 "학생들에게 권리에는 책임과 의무가 뒤따른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교권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인권조례의 대체재로는 '학생권리의무조례 제정'을 내걸었다.
또 주입식 교육보다 토론과 체험을 강조하는 혁신학교를 두고 "'공부 안 가르치는 학교'로 소문이 났다"며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력 저하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난 2011년 곽 전 교육감이 폐지했던 초등학교 지필 평가(중간·기말고사 등)도 부활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방과후학교 선행학습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반대로
정 후보는 조 전 교육감을 위시한 혁신교육을 '계승·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전교조 해직교사 특채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고 교육감직을 상실한 조 전 교육감에 대해서도 위법사실은 유감스러우나, '역사적 아픔'을 가진 해직교사에 대한 처분을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본다며 우회적으로 옹호했다.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공약으로 풀이된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는 일부 오해 소지가 있는 부분은 수정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지만, 기본적으로 해당조례와 교권 추락은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혁신학교와 관련해서도,
학생들의 창의적 질문과 독서, 현장 수업이 살아있는 교육이 바람직하다는 '지지'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1호 공약'으로는 서울시교육지원청에 학생과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인사가 참여하는 '서울교육플러스위원회'를 설립해 지역별 맞춤형 교육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인 정 후보는 제주4·3평화재단 이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장,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을 지냈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2기 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