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황진환 기자지난 대선에서 허위 인터뷰로 윤석열 대통령(당시 후보)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의 첫 재판에서 재판장이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진술이 주객전도됐다며 재차 지적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24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김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와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 등 4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 모두 절차에서 검찰은 김씨 등 4명의 공소사실 요지를 PT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재판부는 검찰을 멈춰 세우고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기소된 게 아닌데. 그런 형태로 (검찰이) 공소사실을 기재해서 수정해야 한다고 거듭 말씀드렸다"며
"(공소사실 요지 낭독이) 동기부분이나 경위사실이 주가 된다는 느낌으로, 주객이 전도됐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김씨 등 4명의 주요 혐의인 지난 대선 과정에서의 허위 인터뷰 보도 의혹 그 자체보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등 그 배경에 대한 설명을 길게 하자 재판부가 제동을 건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이 준비한 PT 자료를 문제 삼으며 "오늘 PPT 5페이지가 넘어가면서부터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하며 10여 분간 휴정하기도 했다.
결국 검찰은 PT 발표 대신 공소장 내용을 낭독하는 방법으로 공소 요지를 진술했다.
앞서 3차례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혐의와 무관한 내용이 많아 보인다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검찰이 공소장에 기재한 내용이 '명예훼손' 혐의와 어떻게 관련되는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였고, 결국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해 제출한 바 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허위 프레임을 언론보도를 통해 확대 재생산해 민의를 왜곡하려 시도했다"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대통령 선거 결과에 영향 미치려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유포해 국민의 알 권리는 물론 민주주의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명예훼손 범행에 그치는 게 아니라 헌법의 근간인 선거제도를 흔들려고 한 전대미문의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씨 측 변호인은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김씨가 신 전 위원장을 불러서 언론 작업을 했다는 것인데, 연락은 신 전 위원장이 해서 만나게 된 것"이라며 "언론에서 자가 발전을 한 거지, 김씨가 언론 작업을 해서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 전 위원장 측 변호인도 "이 사건은 반의사 불벌죄인데, 피해자라고 자처하는 윤 대통령 처벌의 의사를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며 "
윤 대통령에 대한 증인신청, 사실 조회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실 수사 무마 의혹을 덮기 위해서 다양한 언론인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 통신조회에 이르기까지 대통령 하명수사 및 기소가 아닌가, 공소권 남용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타파 측 변호인 또한 "이 사건 보도는 다 제쳐놓고라도 공적 인물에 대한 보도"라며 "이 사건 보도가 있기 전까지 (관련해) 4036건의 기사가 나왔다.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된 사안에 대해 보도했기 때문에, 누구를 사적으로 명예훼손 시키려는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공공성과 사회성을 갖는 보도"라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김 대표가 신 전 위원장(당시 뉴스타파 전문위원)과 공모해 2022년 대선 사흘 전인 3월 6일 윤 대통령에 대한 허위 인터뷰를 보도했다고 의심한다. 신 전 위원장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뉴스타파는 이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다루면서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한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이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 사건을 무마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검찰은 신 전 위원장이 당시 이 보도를 대가로 김씨로부터 1억 6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본다. 신 전 위원장은 보도 대가가 아니라 자신의 책 세 권을 김씨에게 넘기고 그 값으로 받은 돈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