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진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안내표지판. 펑파이 홈페이지 캡처전세계 전기차 보급률 1위이자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인 중국에서도 화재 위험을 이유로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주차를 금지하는 호텔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8일 중국 현지매체 펑파이는 항저우 샤오산구의 한 5성급 호텔이 9월부터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진입을 통제하고 있어 일부 전기차 차주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펑파이에 따르면 최근 이 호텔을 찾은 전기차 차주 류모 씨는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경비원에게 출입을 제지당했다며 "지난주에 호텔에 왔을때도 이런 규정이 없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실제로 이 호텔은 지하주차장 입구 안내표지판을 통해 "지하주차장 공간이 상대적으로 밀폐돼 있어 주차안정성과 재산안전을 위해 전기차 전용 광폭 주차공간을 따로 마련했다"면서 전용 주차구역 이용을 요청했다.
호텔 직원은 "화재 안전을 고려해 임시로 지하 주차장에는 내연기관 차량만 주차할 수 있다"면서 "전기차의 자연 연소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전기차의 자연 연소에 관한 소식이 여러 차례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고객의 재산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이 규정을 발표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인천시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벤츠 전기차에서 불이 나 주차돼 있던 다른 차량 140여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고, 5개동 480여가구의 전기와 수도가 끊기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또, 포르투갈 리스본의 움베르투 델가도 국제공항 인근의 한 렌터카 주차장에서도 테슬라 전기차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주차된 차량 200대 이상이 불에 탔다.
전기차 화재 대응 소방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이처럼 전기차 화재로 함께 주차된 차량들까지 피해를 입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중국에서도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주차를 금지하는 호텔이 등장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호텔은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진입은 막았지만 전기차 주차 공간을 따로 만들어놨다. 이 호텔은 건물 뒷편에 위치한 공장 건물을 개조해 지상에 전기차 3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광폭 주차장을 마련해놨다. 전기차 차주가 호텔 건물까지 5분여를 걸어가야하는 불편함만 감수하면 되는 셈이다.
한편, 중국 당국의 보도통제로 중국내 전기차 화재 사건이 제대로 대중에게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중국에서도 전기차 화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업체인 중국 CATL의 쩡위췬 회장은 지난 1일 '2024 세계 배터리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통해 "지난해 중국에서 발생한 신에너지차 화재 발생률은 약 1만 대당 0.96대"라고 밝힌바 있다.
중국에 보급된 전기차가 2500만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한해동안 중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가 약 2400건에 달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쩡 회장은 이를두고 "(전기차) 안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과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