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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건설현장 추락사고…위험 알면서 왜 못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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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부산의 한 건설 현장에서 20대 젊은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스스로 건설 현장에 발을 들인 지 불과 이틀 만이었다. 부산CBS는 청년 노동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고 반복되는 건설현장 사망사고를 막을 방법은 없는지 살펴보는 연속보도를 마련한다.

[부산 건설현장 20대 추락사④]
지난해 전국 건설업 사망자 55.6%가 추락해 숨져
부산도 지난해 건설업종 사망자 31명 중 17명이 추락사
상당수가 하도급 업체 소속…미숙련 청년 노동자 사고도 반복
전문가들, "건설현장 내 안전체계 제대로 작동 안 해"
기업주 엄벌 처하고, 감독 철저히…안전관리 체제 제도화해야

연합뉴스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생활비 벌려다" 건설현장 뛰어든 휴학생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②스무살 대학생 목숨 앗아간 건설현장, 안전조치 부실했나…노동청 수사
③2년 연속 사망사고 발생한 건설 현장…안전 관리 부실했나
④반복되는 건설현장 추락사고…위험 알면서 왜 못 막나
(끝)


20세 이진영(가명)군이 건설현장 출근 이틀 만에 24층에서 떨어져 숨진 가운데, 추락 사고가 건설현장 작업자의 목숨을 가장 크게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도급 소속이나 미숙련 작업자가 추락 위험에 크게 노출된 상황이라 건설현장 안전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산업현장 사망자 812명 가운데 43.8%에 달하는 356명은 건설업종 사망자다. 건설업 사망자의 절반이 넘는 198명(55.6%)은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부산지역의 상황도 전국 통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부산 건설업종 사망자 31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7명이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특히 도급 관계가 많은 건설업계 특성상 사고를 당한 작업자는 하도급 업체 소속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디엘이앤씨와 대우건설 등 특정 대형 건설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하청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노동부의 일제 감독을 받기도 했다.
 
지난 1월 부산 동래구의 한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하도급 업체 소속 60대 작업자가 떨어지는 자재에 맞아 10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지난 3월에도 경기도 의왕시 업무복합시설 공사현장에서 하도급 업체 소속 20대 작업자가 자재 정리 작업 중 개구부에 빠져 6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부산지역에서는 건설현장 경험이 적은 20대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도 1년 만에 반복됐다.
 
지난해 8월 부산 연제구의 한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하도급 업체 소속으로 창호 설치 작업을 하던 강보경(당시 29세)씨는 6층 높이에서 떨어졌다. 강씨는 창호 일을 시작한 지 몇 주 되지 않은 신참이었고, 사고가 난 현장에 출근한 첫날 목숨을 잃었다.
 
20세 대학생이었던 이진영군 역시 건설현장에 출근한 지 단 이틀 만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또한 목숨을 앗아간 사고 상당수는 제대로 된 안전 조치와 최소한의 점검이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보경씨가 사고를 당한 현장에는 안전벨트를 걸 수 있는 고리나 안전망 등 추락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 조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동래구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15층에서 환기구 작업 중이던 50대 작업자는 올라선 철제 발판의 볼트가 모두 풀려있던 탓에 추락했다. 이군도 환기구 작업 중 나사가 풀려있어 고정되지 않은 개구부 철판 덮개를 밟았다가 환기구 안으로 떨어졌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박종민 기자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박종민 기자
건설 현장에서 유사한 위험 사례가 수없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추락사고를 막지 못하는 이유로 안전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장 상황이 꼽힌다.
 
민주노총 강기영 미조직전략조직국장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추락 위험이 있는 곳에서는 안전대를 착용하거나 안전 난간을 설치하는 등 안전조치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며 "현장에서 공기 단축을 위해 작업을 빨리하려고 혹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기본적인 안전 조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추락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권혁 교수는 "건설업의 경우 수많은 하도급 업체 소속이나 일용직 작업자가 제각각 일을 하다 보니 조직화되기가 어렵다"며 "전반적인 안전 컨트롤타워가 없어 서로 어떤 작업을 하는지 모르고, 이에 대비한 안전조치가 충분히 이뤄져 있는지도 검증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일용직이나 미숙련 노동자들에 작업에 대한 충분한 안전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안전에 관한 조직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위험성을 모두가 알면서도 반복되는 추락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건설현장에 대한 관리 감독과 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 국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의미를 살려 사법부가 기업주를 더욱 엄중하게 처벌해 사용자의 의무감을 강조하고, 업계에 경각심을 줘야 한다"며 "더불어 노동부에서 현장에 근로감독을 더 자주 나가고, 철저하게 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대로 된 근로감독이 가능하도록 노동부 인력도 반드시 충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파편화된 건설 현장에서 안전 관리 체제가 효율적으로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대비 방안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전반적인 안전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는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정부와 지자체 역시 건설업에 안전 감독 역량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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