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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리고 건강 챙기고…복지 행정 지평 바꾸는 '학습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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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딥러닝 등 학습이 가능해진 인공지능(AI) 기술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행정에 AI가 적용되면서 인력만으로는 불가능했던 행정 수요가 극복되거나 응급 상황에 놓인 사람을 찾아 구조하는 일도 가능해지고 있다. 광주CBS는 다양한 방식으로 도입되고 있는 AI 행정의 현장을 살펴보고 한계와 문제점을 짚어보는 <"잡무 맡기고, 응급환자 살리고" AI 행정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과거 대화를 학습해 대상자의 안부를 확인하고 응급환자까지 구조하는 AI 행정 사례를 보도한다.

["잡무 맡기고, 응급환자 살리고" AI 행정②]
전남 순천시·서울시 등 AI 케어콜로 응급환자 구한 사례 이어져
3번 부재중 알림·'기억하기' 기능 토대로 대상자 건강 정보 확인해
네이버 클로바 '케어콜', "연속성 있는 AI 대화 구현은 국내 최초·유일"
고독사 위험 대상자 87.3%가 AI 안부 전화 서비스 '만족'
광주 서구, 전국 유일 AI 활용한 '스마트 링' 등 돌봄 사업 시행

AI 생성 이미지AI 생성 이미지
▶ 글 싣는 순서
① 주취자 민원 당직AI에 맡겼더니…AI 행정 활용 어디까지?
사람 살리고 건강 챙기고…복지 행정 지평 바꾼 '학습 AI'
(계속)

"대상자가 부재중입니다"…자택서 홀로 쓰러져도 즉시 알려주는 AI

고독사 위험 가구를 대상으로 대화 내용을 기억하고 위험 상황을 구한 AI 전화 사업이 큰 호응을 받고 있다.

AI : "선생님, 저번에 이가 아프셨던 건 좀 어떠세요? 병원에는 다녀오셨어요?"
대상자 : "그게 발치를 해야 한다는데, 그걸 빼면 또 틀니를 해야 해요. 이렇게 참고 견디는데 아프네요"
AI : "아이고 많이 아프시겠어요. 병원에는 다녀오셨어요?"
대상자 : "내일 가려고요"
AI :  "어서 병원에 가셔서 치료 잘 받으시고 나으시길 바랄게요. 참, 당뇨약은 잘 드시고 계세요?"

 
"예" 또는 "아니오"로만 가능했던 규칙 기반 AI와의 대화가 실제 사람과 대화를 똑같이 구현하기 시작했다. 위의 대화는 네이버 클로바의 '케어콜' 기술을 체험한 대상자가 제공한 통화 내용 일부다.
 
'케어콜'은 대화형 AI가 주 1회 유선으로 대상자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건강 상태 등을 점검하는 고독사 위험 가구 전화 사업이다. 대상자가 3회 이상 부재중일 경우 AI는 과거 대화 데이터 등과 함께 위험 상황을 복지 행정 담당자에게 신속하게 알린다. 이 사업으로 수많은 이웃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전남에서는 처음이자 올해 4월부터 시행된 순천시 케어콜 서비스는 간경화를 앓고 있던 A씨의 응급 상황을 재빠르게 감지했다. 전남 순천시 왕조1동에 거주하며 지난 7월 27일부터 해당 서비스 대상자로 등록된 A씨는 지난달 1일 케어콜 전화를 받지 못했다. A씨가 3번 부재중이라는 알림이 관제센터를 통해 행정복지센터 담당자에게 전달됐다. 이날 담당자가 A씨 집을 방문했을 때는 외출한 상태였다.
 
다음날인 2일 복지 담당자는 A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A씨의 휴대전화가 꺼져 있다는 안내음이 울렸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담당자는 즉시 담당 간호사와 함께 A씨의 가정을 방문했다. A씨는 자택에서 위액을 토한 채 기력을 잃고 누워있는 모습으로 발견됐다. A씨는 119 신고를 통해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을 수 있었다.
 
순천시는 응급상황을 즉시 확인할 수 있는 AI 안부 전화시스템 덕분에 하마터면 A씨가 고독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더 큰 상황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네이버 클로바 '케어콜'로 대화를 나누는 한 사업 대상자의 통화 내용 일부. 독자 제공네이버 클로바 '케어콜'로 대화를 나누는 한 사업 대상자의 통화 내용 일부. 독자 제공
앞선 4월에는 서울 용산구 용문동에 홀로 거주하며 지병으로 꾸준히 약을 복용하던 50대 여성 B씨가 케어콜 전화 덕분에 의식을 되찾았다. 올해 1월부터 해당 서비스 대상자로 등록한 B씨는 지난 4월 11일 관제센터를 통해 케어콜 전화를 3번 모두 받지 않았다. 이를 확인한 용문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관제센터와 함께 B씨의 자택을 방문했다.

자택에는 B씨가 약물 이상 반응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있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AI의 알림을 통해 즉시 병원으로 이송된 B씨가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현재는 의식을 되찾고 건강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B씨는 아직도 케어콜 서비스를 유지하며 매주 안부 전화를 받고 있다. 용산구청 측은 "현재까지 용산구에서 1833명이 케어콜 대상자로 선정돼 고독사 위험 예방을 위한 안부 전화를 받고 있다"며 "이 가운데 용문동에서 133명이 지난 1월부터 꾸준히 케어콜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어콜, 국내 최초·유일 기술 '기억하기' 활용한 매끄러운 대화

AI 케어콜이 3번의 부재중으로 위험 상황을 감지하는 것은 물론 대상자들의 위험 상황을 빠르고 구체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던 것은 '누적된 일상 대화' 덕분이다.
 
AI가 발신하는 매주 1번의 전화에서 대상자들은 일상적인 대화를 1분 이상 나눌 수 있다. AI와 대상자는 과거 이야기한 생활 여건과 건강 상태 등에 대해 누적된 데이터로 대화를 지속하며 더욱 친밀해진다. 네이버클로바 '케어콜' 측은 "기억하기 기능으로 연속성 있는 대화를 구현한 AI는 케어콜이 국내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서비스"라며 "기억하기 기능의 정확도는 약 97%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측에서 전국의 독거노인과 중·장년층, 치매어르신 등 3426명을 대상으로 AI 안부 전화 사업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87.3%가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또 60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시범 사업에서는 AI의 지속적인 건강 관리와 관심 표현이 반갑고 위로를 받았다는 응답이 다수 접수됐다.
 
네이버 클로바 측은 "과거 전화 안부 서비스는 '챗봇' 형식의 규칙 기반 대화로 사용자가 너무 로봇처럼 느껴진다며 거부하기도 했다"며 "사람과 같은 다양한 답을 구현할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켜 AI 대화의 어색함을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앞으로도 건강관리 서비스와의 협업을 통해 돌봄을 넘어선 건강관리에 적극 활용되도록 사업을 이어 나갈 방침이다. 네이버는 "클로바 케어콜 기술이 중장년 1인 가구 돌봄을 넘어 더 많은 대상의 건강관리에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서비스 연동으로 파악한 사용자의 건강 데이터는 더 맞춤화된 건강 관련 대화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성 질환 극복하는 건강 관리법' 내 손 안의 AI

광주 서구에서 시행중인 AI 스마트돌봄 서비스인 '스마트 링'을 한 대상자가 직접 착용해보고 있다. 서구청 제공광주 서구에서 시행중인 AI 스마트돌봄 서비스인 '스마트 링'을 한 대상자가 직접 착용해보고 있다. 서구청 제공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에 거주하는 이모(79)씨는 폐인성 감염과 심혈관 질환을 포함한 다수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6개월에 한 번씩 서울의 대형 병원을 찾는 이씨는 작은 반지 하나로 AI가 건강을 점검한다는 사실을 알고 '스마트케어 서비스'에 동참했다.

지난 2월, 광주 서구 첨단 연합원 재택의료센터가 이씨의 손에 스마트 링(바이털 링)을 채우자 체온, 호흡수, 심박수 등이 실시간으로 기록돼 의료진에게 전달됐다. 이씨는 AI가 건강관리를 해준다는 사실이 낯설었지만, 곧 이 반지 하나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대답했다.

지난 12일 이씨는 스마트 링을 통해 자신의 산소포화도가 82.7로 측정돼 '위험 상태'라고 감지했다. 재택의료센터는 AI 분석 결과를 즉시 받아보고 약 복용법 조정과 폐활량을 높이는 호흡 운동을 추가 지도했다. 이씨는 "스마트 링 결과를 반영한 세심한 보살핌 덕분에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 줄었다"며 "운동과 생활 습관 개선에 신경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AI는 또 이씨가 스트레스 지수 등도 측정해 34점으로 저조하던 스트레스 지수를 86점으로 나올 수 있게 관리법을 제시했다.

광주 서구는 스마트 링 등 ICT 기기와 돌봄 사업을 연계한 스마트 돌봄 경험을 보유한 전국 유일 지자체다. 서구는 2023년 11월 해당 사업을 도입한 이후 150명의 구민에게 스마트 링을 보급했다. 서구 관계자는 "고령자 스마트 링 착용은 단순히 건강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어르신들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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