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15일 광복절은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지 꼭 64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우리생활 곳곳에 식민지배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그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요즘 시끼 실력이 늘었는데 오늘 당구장가서 당구 한번 치자. 아싸리 술내기 하자. 오케바리?"
충북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김현호(25)씨는 대화 속에 일제 잔재가 남아 있는 사실도 모른 채 친구들과 자주 이런 대화를 나눈다.
실제 우리는 일상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김 씨와 같은 대화를 수 없이 나누고 있다.
''시끼''는 일본 당구 용어 ''引き''에서 온 말이며, 우리말로 바꿔 표현하면 끌어치기다.
''아싸리''는 일본어의 ''あっさり(앗싸리)''가 와전된 것으로 그 뜻은 ''깨끗하게, 산뜻하게''라는 뜻이다.
또 ''오케바리''는 일본어의 ''おきまり(오키마리)''에서 온 것으로 ''오키마리''는 ''결정''이란 의미로 ''오키마리 데스까''라고 하면 ''결정하셨습니까?''라는 뜻이다.
노래방에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18번''은 일본 전통극 가부키의 대본 18종에서 유래한 것이다.
특히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숫자 4를 죽음의 숫자로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이 4를 죽음(死)와 동일시 생각하는 것에 영향을 받아 개화기 이후 불길한 숫자로 여기게 되었다. 그래서 아파트를 비롯해 고층빌딩은 4층 대신에 F층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밖에 술자리에서 오가는 ''이빠이'', 식당에서 흔히 쓰는 ''다대기(다진양념)'', ''삐까삐까'', ''삐까뻔쩍'', ''쎄쎄쎄'', ''아나고'', ''쿠사리'' 등 일본 문화의 어두운 그림자가 남아 있는 말들을 연신 외치며 식민의 아픈 역사를 벗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주보훈지청 관계자는 "지난 2005년 광복 6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처가 일제 잔재 뿌리뽑기의 일환으로 우리 생활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를 지적해 홍보했지만 아직도 우리 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광복절 등 기념일에만 이러한 문제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조금씩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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