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앵커] 연임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2기 지도부'가 공식 출범한 가운데, 여야 대표가 오는 25일 회동을 갖기로 했습니다. 회담의 최대 쟁점은 '채 상병 특검법'이 될 전망입니다. 국회에 나가 있는 정석호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정석호 기자.
[기자] 네.
[앵커]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대표의 첫 대표 회담이 정해졌습니다.
[기자] 네 조금 전 이 대표의 비서실장이 발표했는데요. 25일 오후 3시 국회에서 양당 대표가 회담을 갖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의제와 배석자와 관련해서는 추후 협의한다고 합니다.
[앵커] 이 대표가 어제 당 대표에 선출되면서 바로 정부 여당에 회담을 제안했어요?
[기자] 맞습니다. 이 대표는 어제 당 대표 수락연설을 통해 당성 직후 회담을 제안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영수회담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에게는 민생 입법을 두고 얘기를 나누자고 던졌습니다. 이 대표의 말 들어보시죠.
[인서트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로서 윤석열 대통령께 영수회담을 제안드립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께도 대표회담을 제안드립니다.
[앵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반응이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의 제안에 국회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당분간 영수회담이 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국민의힘도 논평에서 여야 간의 민생정치 복원이 먼저라며 이 대표의 상대는 대통령이 아니라 여당 대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미묘한 기싸움도 느껴지는데요.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지난 대선에서 경쟁자로 뛰었잖습니까.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독대하는 그림을, 한동훈 대표는 이 대표와 마주하는 구도를 만드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윤창원 기자[앵커] 영수회담은 어려워졌고, 그럼 여야간 대표회동 논의는 오늘 하루만에 진행된 건가요?
[기자] 네 하루 만에 급물살을 탔는데요. 한동훈 대표가 긍정적인 답변을 하면서 양당은 바로 실무 협의에 들어갔습니다. 양당 대표의 말 차례로 들어보시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어제 하신 대표회담 제의도 대단히 환영한다는 말씀드립니다. 여야가 지금 미뤄지고 있는 여러 민생 과제들에 대해서 실질적인 많은 결과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여야 대표 회담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신다고 해서 빨리 만나서 민생 문제, 정국 현안에 대해서 허심탄회한 논의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야당이 입법을 밀어붙이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그 법이 국회로 돌아왔다가 폐기되는 상황이 반복됐거든요. 소모적인 정쟁이 쳇바퀴처럼 반복되면서 여야가 민생 입법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는데 이번 회담으로 협치의 물꼬를 틀 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앵커] 문제는 어떤 논의를 할지인데요.
[기자] 우선 두 대표 모두 민생 입법을 논의하자고 운을 뗸 상탭니다. 국민의힘은 오늘 회의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상속세 개편 등 여러 민생 현안을 띄웠습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자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민주당도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다며 민생 입법을 강조했는데요. 이 대표도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투세와 종부세, 상속세를 개편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어, 세제 개편 논의가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두 대표 모두 대선 주자로 꼽히는 만큼, 중도층 표심을 두고 치열한 '대선 전초전'을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여야가 어떤 게 민생을 위한 것인지를 두고서는 입장 차가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양 당의 입장 차가 뚜렷합니다. 우선 민주당은 민생을 챙기기 위해서는 전국민에게 25만원을 나눠주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대표가 힘을 싣고 있는 법안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일률적으로 현금을 살포하는 방식은 올바른 민생 회복 방안이 아니라며, 입장 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앵커] 두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합의할 수 있을지도 관전포인트 같습니다.
[기자] 네 이재명 대표가 회동을 제안하면서 무엇보다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건을 단 만큼, 특검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세번째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한 상태인데요. 김건희 여사까지 수사 범위에 포함한 강력한 특검법을 만들어 놓고, 한동훈 대표에게 제3자가 추천하는 특검법을 발의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입니다. 한 대표의 전당대회 공약이기도 하니 약속대로 추진한다면 협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한동훈 대표의 입장은 어떻게 됩니까?
한 대표는 오늘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는데요. 한번 들어보시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이 위헌성이 강한 특검법보다도 훨씬 더 위헌성이 강화된 흉기같은 법안을 바로 즉시 내놨잖아요. 한손으로는 그러고 한손으로는 마치 제가 낸 대법원장 특검 법안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 자체는 환영하는데요. 과연 그게 진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민주당이 제3자 특검을 제안하는 방식에 대해 불편함을 나타낸 것인데요. 여기에 새로운 특검 조건을 걸기도 했습니다. 채 상병 사건과 관련된 이른바 '제보 공작' 의혹오 특검에 포함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외압 의혹을 공수처에 신고했던 김규현 변호사가 민주당과 모의해 언론에 제보했다는 의혹입니다.
[앵커] 이에 대한 민주당 반응은 어떻습니까?
민주당은 특검에 조건을 달지 말고 발의부터 하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우선 한 대표가 추진하고픈 특검법을 발의하면, 그 내용을 두고 논의를 하자는 건데요.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의 말 들어보시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갈팡질팡하는 태도가 안쓰럽습니다. 하실겁니까 안하실겁니까. 말은 무성한데 발의는 하지 않고 말할 때마다 내용이 바뀌니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이러자는 건지 저러자는 건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한 대표에게 오는 26일까지 특검법을 발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앵커] 제보 공작 내용이 포함된다면 민주당이 특검법을 받을 수 있을까요?
[기자]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발의나 하라'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협상할 수도 있다는 반응입니다. 제보 공작 의혹을 받고 있는 김규현 변호사 본인이 이미 여러 차례 해명한 바도 있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아무래도 협상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정석호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