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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마약' 한 달 전 인지해 놓고…'외압'과 함께 돌연 이첩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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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지휘부, 영등포서 '세관마약' 사건 9월 11일 인지
경찰청장 "훌륭한 성과" 칭찬도…이외 별다른 지시 없어
약 한 달 후 세관 직원 방문에 조병노 경무관 '외압성 전화'
이후 서울경찰청, '사건 이첩' 검토 지시…수사팀 해체
이첩 이유·시기 질의에…서울청 "공식 답변 없다" 침묵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지난해 서울 영등포경찰서의 '세관마약' 사건을 인지한 서울경찰청이 한 달 동안 이첩 지시를 하지 않다가, 세관 관계자들의 청탁성 방문과 조병노 경무관의 외압성 전화 이후 사건 이첩 검토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실이 서울청으로부터 받은 답변에 따르면, 서울청은 지난해 8월 21일 영등포서로부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통해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밀수입 사건을 최초로 보고 받았다.

수사를 이어가던 경찰은 검거한 마약 조직원으로부터 "(지난해 1월 27일 마약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세관 직원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영등포서 수사팀은 세관 관계자들도 수사망에 올리는 한편, 지난해 9월 11일 관련 내용을 상급 기관인 서울청에 보고했다.

당시 수사팀은 마약 조직원의 이 같은 진술을 언급하면서 "관련 사실에 대해 수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KICS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관 직원들이 마약 사건에 관련됐을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알린 것이다.

그런데 약 한 달 뒤인 지난해 10월 6일 서울청은 갑자기 수사팀에 사건 이첩을 거론했다. 마약 사건 언론브리핑을 나흘 앞둔 6일 오전 10시 10분쯤 서울청 소속 A계장이 영등포서를 방문해 당시 형사과장이던 백해룡 경정에게 '지휘부에서 사건을 마약수사대로 이관하는 것으로 검토가 끝났다'면서 이첩을 통보했다는 게 백 경정의 주장이다.

당시 A계장은 "대규모 사건인 만큼 서울청 마약수사대에서 집중 수사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 반면, 백 경정을 포함한 수사팀은 "이미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됐기 때문에 수사를 이어가야 한다"며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청이 이첩을 본격적으로 거론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백 경정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시작됐던 시점과 겹친다.

A계장이 찾아오기 1시간 전쯤에는 인천공항본부세관 간부와 직원들이 예고 없이 영등포서를 찾아와 세관 관련 내용을 브리핑에서 제외해 달라는 청탁을 했다. 그 전날(5일)에는 서울청 B형사과장이 백 경정에게 '세관 관련 내용을 브리핑에서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어 그날 오후 당시 서울청 생활안전부장으로 있던 조병노 경무관이 외압성 전화를 걸기도 했다.

대규모 마약 사건이 있다는 보고는 두 달 전, 여기에 세관 관계자들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는 한 달 전에 받고도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았던 서울청이 세관 측과 조 경무관의 외압으로 볼 수 있는 움직임과 함께 이첩 검토 지시를 내린 모양새다.

서울청과 의견이 엇갈렸던 영등포서 수사팀은 결국 상급 기관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10월 6일 팀원들에게 '이첩 지시가 결정됐으니 저항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수사팀도 이날부로 사실상 해체됐다.

하지만 닷새 뒤인 지난해 10월 11일 서울청은 '사건 진행도와 효율성 등을 고려할 때 영등포서에서 수사를 이어가는 게 맞는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이미 수사팀의 동력은 떨어진 뒤였고, 결국 현재까지도 수사는 지지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을 이첩하려 한 이유나 시기를 묻는 CBS노컷뉴스 질의에 서울청 관계자는 "(인사이동 등 이유로) 당시 사건 이첩과 관련해 어떤 논의나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답변할 수 있는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경찰 지휘부의 기류 변화와 사건 이첩 검토 배경 등을 살펴보고 있다.

해당 사건을 놓고 당시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해 9월 13일 보고를 받은 뒤 "훌륭한 성과, 소기의 성과가 대내외에 제대로 알려지고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직접 챙겨라"고 했다. 이보다 이틀 전인 11일에는 김봉식 당시 수사부장(현 서울청장)도 "대단히 수고가 많다"고 칭찬했다.

공수처는 특히 기류 변화의 변곡점으로 꼽히는 지난해 9월 20일 당시 영등포경찰서장 김모 총경의 '용산(대통령실) 심각' 발언이 영향을 미쳤는지 주목하고 있다. 백 경정이 공수처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김 총경은 20일 백 경정과의 통화에서 '용산에서 사건 내용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서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다.

다만, 김 총경은 용산을 언급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은 "경찰 지휘부는 사건의 중대성 때문에 이첩을 논의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세관 직원의 연루 의혹을 인지한 9월 11일부터 한 달 동원 무엇을 한 것인가"라며 "뒤늦게 이첩을 거론해 수사팀까지 해체한 것은 수사 방해의 목적이 있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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