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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참사' 모든 外人근로자 안전교육 실시…위험성 평가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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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본, '아리셀 화재 참사'로 외국인근로자·소규모 사업장 안전 대책 발표
정부 "한국어 서툰 외국인근로자가 안전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서 주로 일해 위험"
모든 외국인근로자에 1회 이상 안전 교육 제공…같은 외국인 통해 안전교육 강화 추진
최근 3년 방치한 고위험 사업장 200곳 점검…위험성 평가 기준 강화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업종 평균 19% 인상…10년 만에 올려
리튬업 PSM 포함·불법파견 해소·외국인근로자 사업장 이동 확대 등 시민사회 주요 요구사항은 빠져

지난 6월 25일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화성=박종민 기자지난 6월 25일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화성=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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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차전지(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 참사'를 계기로 모든 외국인근로자에게 기초적인 안전보건교육을 제공한다.

또 안전보건 관리가 취약한 사업장에 대한 위험성평가를 강화하고, 산업재해 빈발업종인 건설업의 발주자가 시공사에 지급하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10년 만에 인상한다.

13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중앙사고수습본부' 3차 회의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고, '외국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6월 24일 경기 화성의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23명이 숨진 이후 약 50일 만에 나온 대책이다.

고용노동부 제공고용노동부 제공
앞서 정부는 지난달 18일 '전지 취급 사업장 화재 사고 예방을 위한 긴급 안전 지원 조치'를 시행한 바 있지만, 이는 아리셀과 같은 업종에 있는 사업장에 안전설비 구입 등을 지원했을 뿐으로 정부가 본격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수본은 이번 참사가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근로자가 △안전관리 수준이 열악한 소규모 사업장에 몰려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실제로 이번 참사에 중국 국적 노동자 17명·라오스 국적 노동자 1명이 숨진 아리셀 사업장에서 안전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온 바 있다.

따라서 중수본은 외국인근로자가 충분히 안전교육을 받도록 하고,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 수준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모든 외국인근로자, 국내 취업 전 최소 한 번은 안전 교육 받는다

정부는 우선 국내에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근로자들이 한 번 이상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받도록 확대 실시한다.

그동안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비전문취업(E-9), 방문취업(H-2) 비자 보유자만 입국전후나 취업 후 산업안전 교육을 받을 뿐, 다른 비자로 입국해 취업한 경우에는 취업하기 전까지 별다른 안전교육을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한국어가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근로자의 특성상 현실적으로 소규모 사업장에서 관련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기 어려우니, 입국 단계부터 시작해 어느 사업장에서나 통할 최소한의 교육은 마치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제공고용노동부 제공
우선 국내에 비자를 받고 취업하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사회통합프로그램에 기초 안전보건교육 과정을 신설하고, 취업자가 가장 많은 가족관계 등에 따른 장기체류가 가능한 F계열(재외동포, 영주권자, 결혼이민 등)은 '국내동포 정착 지원 안내서'에 기초적인 안전정보나 산재보상에 대한 안내 등을 담는다.

장기 취업비자인 E계열에는 안전보건교육 과정을 개설해 비자를 발급받는 단계에서부터 해당 교육을 이수하도록 한다. 특히 E-9, H-2는 입국 전후 산업안전교육 시간을 늘리고, 교육기관의 교육과정도 표준화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고용허가제 이외의 비자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근로자들도 작업장에 배치되기 전에 반드시 전문교육기관에서 기초 산업안전보건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미 근무중인 외국인근로자에 대해서는 안전보건공단 등 교육기관이 지역 산업단지 등에 '찾아가는 산업안전교육'을 제공하고, 공공(3개소)·민간(200여 개소)의 교육장을 활용해 체험 교육도 확대한다.

또 외국어 안전 교육 전문강사 양성을 위해 외국인 유학생, 결혼 이민자 등을 활용하는 '안전보건 통역사' 제도를 도입하고, 사업장 사정과 업무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장기 근속 외국인근로자를 사내·지역의 '외국인 안전리더'로 지정해 다른 외국인근로자에게 안전 교육·작업 노하우 등을 전수하는 멘토링 과정을 지원한다.

이 이외에도 외국인근로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고 유형, 주요 공정별 안전 수칙 등을 모국어로 번역하거나, 알기 쉬운 그림·VR(가상현실) 체험 콘텐츠로 제작·배포한다. 또 오는 11월부터 스마트폰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외국인근로자 전용 앱도 개발·보급한다.

방치된 고위험 사업장 우선 점검…'요식 행위' 위험성평가도 정비

아리셀 모회사 에코넥스 박순관 대표가 지난 6월 25일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화성=박종민 기자아리셀 모회사 에코넥스 박순관 대표가 지난 6월 25일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화성=박종민 기자
이번 '아리셀 화재 참사' 사업장이 기존의 위험성평가제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점을 감안, 위험성평가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우선 화재‧폭발 우려 업종 중 최근 3년간 점검·감독을 받지 않은 고위험 사업장 200개소를 우선 점검한다. 이번 참사가 발생했던 사업장이 최근 수년 동안 산업안전감독·점검을 받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 점검 대상의 빠진 구멍이 없도록 찾아내겠다는 취지다.

참사 사업장 아리셀이 위험성평가 인증을 받아 산재보험료 감면까지 받았던 문제도 들여다본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노동자와 사업주가 함께 사업장 내 위험요인을 스스로 찾아 개선하자는 취지와 달리 단순히 안전수칙만 당부해도 위험성평가를 마친 것으로 취급되는가 하면, 평가를 아예 실시하지 않아도 별다른 처벌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인정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관련 요건을 강화하는 등 요식 행위로 인증을 받지 않도록 하고, 인정 후 3년 이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그간 감면해줬던 산재보험료를 전액 환수토록 추진한다.

또 앞으로 고위험 사업장들을 점검·감독하는 과정에서 '산업안전 대진단'의 자가진단 결과가 '적색'인 취약 사업장인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고, 이 경우 3개월 안에 사업주·경영책임자와의 면담을 포함한 전문기관 컨설팅을 진행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소규모 사업장이 온라인으로도 간편히 위험성평가를 실시, 관리할 수 있도록 위험성평가지원시스템(KRAS)를 개선한다. 또 컨설팅 기관의 품질을 높이도록 지원 사업장 전수 모니터링·현장 점검 결과를 기관 평가에 반영해 사업 수행 적정성 평가 비중을 60%까지 확대하고, 성과가 미흡하면 2년간 참여를 제한한다.

리튬 산업 PSM 포함, 하도급·외국인근로자 여건 개선 대책은 빠져

지난 6월 25일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화성=박종민 기자지난 6월 25일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화성=박종민 기자
한편 각 사업장이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도 강화한다. 우선 이번 참사에서 사고 피해를 키운 원인이 됐던 격벽·비상구 등 안전 설비를 개선하는 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늘린다.

화재가 번지지 않도록 격벽을 설치하거나 위험 물질을 별도로 보관하는 시설을 설치하거나, 비상구·대피로를 손쉽게 알아보도록 형광 표시 등을 개선하는 사업장에는 사업장당 최대 1억 원까지 지원한다.

특히 재해가 잦은 건설업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10년 만에 처음으로 평균 19% 인상한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공사금액 2천만 원 이상인 건설 공사에서 현장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발주자가 공사금액에 계상해 시공자에게 지급하는 비용이다.

또 이렇게 늘어난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이용해 스마트 안전장비를 구입·임대할 경우, 현행 60%까지는 자비로 부담해야 했지만 단계적으로 부담을 낮춰 2026년에는 전액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를 부른 핵심 원인으로 꼽혔던 불법 파견 문제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또한 근본적으로 현장에서 즉각 소화하기 어려운 대형 화재를 일으킨 '리튬-염화티오닐' 전지 자체에 대한 관리감독 대책도 빠졌다.

그동안 유가족과 시민사회는 리튬전지 산업 전반에 대해 PSM(공정안전관리제도)를 도입하는 등 유해물질 관리를 강화하고, 해당 산업의 사내외 하도급을 전면금지하라고 요구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내외 하도급 제도에 손을 대거나,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확대하는 문제 등은 단기간에 해법을 내놓기 어려워 당장 이번 대책에서 언급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해외에서 리튬 등 신산업에 많이 쓰이는 물질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확인하고, 추가로 다른 물질까지 관리대상을 확대할 필요는 없는지도 확인하려 한다"며 "관련 연구용역을 공고해 이르면 이번 달 안에 계약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리셀 공장서 65건 산안법 위반 사항 발견…참사 원인 수사 마치면 처벌 수준 확정

한편 이날 노동부는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건물을 포함한 전체 공장 건물에 대해 지난달 3일부터 16일까지 2주 동안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을 진행한 결과도 발표했다.

노동부가 화재‧폭발 예방실태 및 비상상황 대응체계, 안전보건교육 등을 중심으로 감독한 결과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위반사항 37건, 보건조치 위반사항 28건 등 총 65건(28개 조항)의 법 위반사항을 발견했다.

특히 이번 참사와 관련해 비상구 문이 피난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설치하는 등 비상구 문을 부적정하게 설치하거나(2건), 인화성 액체의 증기가 발생하는 장소임에도 가스 검지 및 경보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사례(2건), 인화성 액체의 증기가 발생하는 장소임에도 폭발 위험 장소로 설정하지 않은 경우(1건), 국소배기장치의 제어풍속이 기준을 지키지 못한 경우(10건) 등이 확인됐다.

또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교육 및 건강검진 미실시, 물질안전보건자료 작업장 내 미게시, 물질안전보건자료 관련 교육 미실시 등 보건조치 위반사항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이번 감독을 통해 과태료를 부과할 사안은 총 82건 적발해냈다. 다만 노동부는 이번 참사에 대한 원인·책임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관련 수사가 아직 진행 중으로, 파견법 위반여부 수사 결과와 연계된 점을 감안해 최종 과태료 부과 대상·금액 등은 최종 확정한 뒤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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